#해시태그
2015년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Charlie Hebdo를 상대로 파리에서 일어난 비극적 총격 테러사건 직후, 다양한 소셜미디어를 통하여 빠르게 퍼져나간 ‘#JeSuisCharlie’는 해시태그의 새로운 역할과 가능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이전에도 해시태그를 이용한 다양한 메시지들이 사용되었지만 전 세계로 그만큼 빠르게 확산된 예는 없었다. 이후 커다란 사건 사고, 혹은 사회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관련된 특정 해시태그를 통한 공감대 형성이 빠르게 확산되었고 그 사용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일부 이러한 사회현상과 관련된 해시태그 사용에 피로감을 느끼는 이들도 있지만 쉽고 간결한 해시태그 하나로 언어와 국경을 초월한 수많은 사람들이 공통된 목소리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그 역할과 의미는 굉장히 인상적이라 할 수 있다.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등과 같은 소셜미디어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해시태그는 콘텐츠의 특정한 주제나 내용을 분류하고 검색자로 하여금 해당 게시물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하려는 목적에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사용 범위와 목적은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다. 오늘날, 매일 트위터에 5억 개 이상, 인스타그램에 6천만 개 이상의 수많은 게시물이 새롭게 올라오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짧은 단어로 이루어진 해시태그의 역할은 더욱더 커지고 있다. 또한 기업들의 다양한 마케팅에도 활발히 이용되고 있다. 자신들의 브랜드나 캠페인을 해시태그와 함께 게시한 콘텐츠에 일종의 리워드를 제공하는 식이다. 또한 국내에서는 #셀스타그램 #먹스타그램 #애스타그램 #럽스타그램 등과 같은 해시태그를 통해 셀카, 먹방, 육아, 연애 등 게시물의 주제와 성격을 표현하기도 한다.
이러한 해시태그에는 해당 콘텐츠의 검색을 돕기 위한 문구 이외에도 본문에는 미처 적지 못한 여러 정보들을 내포하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때론 작성자의 속마음을 은연중 나타내기도 한다. #맞팔, #소통, #선팔 등과 같은 해시태그는 다른 이와 소통하고 관계를 맺고자 하는 바람이 나타나 있다. 또한 혼자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셀카와 함께 ‘#외로워#여행#힐링’과 같은 해시태그가 달렸다면, 이 게시물은 ‘나는 지금 외롭고 여행을 통한 힐링을 원한다’라는 의미 아닐까. 결국 커피 마시는 행위를 보여주고 공유하려는 목적 이외에 자신의 외로움을 없애줄 친구 혹은 연인과 함께 여행을 떠나 힐링하기 원하는 속마음을 해시태그를 통해 둘러 나타내고 있다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른바 ‘은근한 잘난 척’ humblebragging의 또 다른 방법으로도 이 해시태그는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과거에는 자랑하고 싶은 대상을 프레임의 구석에 은근히 배치하거나 다양한 기법을 이용해 흐릿하게 –그러나 충분히 알아볼 수 있게- 촬영한 사진과 함께 겸손 섞인 말과 함께 포장했다면, 이제는 그 흐릿한 사진 밑에 해시태그를 통해 자기가 자랑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어떤 면에서는 ‘은근한 자랑’이 아닌 ‘대놓고 자랑’의 한 방법이라 볼 수도 있겠다. 때론 이렇게 콘텐츠를 통해 표현하고 싶은 속뜻은 본문보다는 딸려있는 해시태그를 통해 더 솔직하고 상세히 표현되기도 한다.
이제 해시태그는 단순히 검색과 분류를 위한 수단을 넘어 개인의 생각이나 마음, 혹은 그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진짜 하고 싶은 말, 혹은 속마음일수도 있겠다. 어쩌면 복잡하고 긴 문장으로 구구절절 늘어놓거나 둘러 이야기하는 대신 그저 짧은 단어 몇 개 툭 던졌을 때 내 마음 알아줬으면 하는, 그런 마음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