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쿠폰을 이겨보려는 UX 디자이너의 발악은 진행 중-
Summary.
쿠폰은 UX 디자이너가 풀어야 하는 근본적인 경험적 숙제를 해결해주지 못합니다. 어렵기는 하지만 다양한 실험들을 통해서 장기적이고 지속성 있는 경험들을 설계하는 것이 서비스에 있어서 궁극적으로 가장 유익한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쿠폰'이라고 하는 개념도 사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유형과 목적이 매우 다양합니다. 보시는 분들의 오해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이 포스팅에서 제가 말하는 '쿠폰'은 시장에서 가장 일반적인 개념으로 사용되는 '할인쿠폰'맥락의 쿠폰을 의미함을 먼저 안내드립니다.
e-Commerce 업계에 몸을 담고 있는 UX 디자이너로서 정말 너무 자주 '쿠폰'이라고 하는 벽과 마주하게 됩니다. 회사의 매출은 올려야 하는데, 즉시 가시적인 성과가 좀 나 줘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데 뭘 해야 좋을까...라는 맥락으로 대화를 시작하면 항상 등장하는 주인공이 있습니다. 바로 쿠폰이죠. 이메일로 마케팅 수신동의를 한 회원들에게 쿠폰을 뿌리면 매출이 확 올라갑니다. 쿠폰을 걸고 이벤트를 기획을 하면 회원가입 지표도 확 호전이 되지요. 그런데 저는 개인적으로 그렇게 '쿠폰'이라는 녀석이 등장할 때마다 씁쓸합니다. 한편으로는 자존심이 상할 때도 있지요. 쿠폰이란 녀석은 경험적 감동으로 사용자를 설득시키는 것이 아닌, 사용자가 상품 구매를 거치는 그 모든 과정과 경험을 '할인'이라는 장치를 통해 구매완료 단계까지 강제로 건너뛰게 합니다. 그럴 때마다 'UX 디자이너가 제 역할을 못해서 내가 나서는 거야~'라고 쿠폰이 말하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ㅋ UX 디자이너로서, Product Manager로서 쿠폰이라는 녀석을 한번 제대로 이겨보고 싶은 마음으로 이번 포스팅을 시작해봅니다 ㅎ
쿠폰이라는 개념을 가장 기본적으로 한번 짚어보자면... 공급자가 가격으로 환산이 되는 혜택을 고객에게 제공함으로써 서비스가 의도하는 목적을(예: 회원가입, 추천, 공유, 구매 등) 달성하는 마케팅 방식 중 하나라고 저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딱딱한 개념으로 정의를 하는 것보다 그 '쿠폰'을 경험의 관점에서 누군가에게 설명하라고 한다면, 저는 '기업이나 서비스가 고객을 돈을 주고 사는 방법'이라 말합니다. 쿠폰이라고 하는 녀석의 여러 가지 특성들이 있지만 저는 서비스에게 있어서 쿠폰의 대표적인 특성을 '즉시성', '단발성'과 '중독성'정도로 생각합니다. 효과가 매우 빠르게 오는 쿠폰은(즉시성) 그 효과가 그렇게 길지는 않기 때문에(단발성) 한번 효과를 본 기업/서비스는 자연스럽게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가 생겼을 때 자연스럽게 쿠폰을 의존하는(중독성) 모습을 자주 접하기 때문이죠. 물론 쿠폰이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기업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본다면 쿠폰을 활용하려고 하는 그 이유도 충분히 이해도 가고요. 하지만 UX 디자이너에게 있어서 쿠폰이 경험적으로 매우 경계해야 하는 존재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위에 설명했듯이 쿠폰의 효과는 매우 강력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부자연스럽게 강력한 쿠폰이기 때문에 UX 디자이너는 경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볼게요. A라고 하는 서비스는 사람들이 웹사이트 랜딩페이지까지는 많이 찾아오는데 회원가입으로까지 전환되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너무 적습니다. A 서비스의 '회원가입 전환'이라는 한 가지 문제점에 대해서 UX 디자이너가 풀어야 하는 숙제는 매우 많습니다. 사람들을 전환시켜야 하는 동기부여가 어디서 잘못 작동하고 있는지 그 해당 페이지 혹은 기능의 사용성, 비주얼 디자인, 메시징, 퍼포먼스(속도)등의 축으로 고민을 해보고 가설을 세우고 하나하나 점진적으로 개선을 해나가야 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쿠폰이라는 방법을 사용한다면 크게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회원가입 시 10% 할인 쿠폰 증정'이라고 하는 이벤트를 하나만 런칭해도 그 이벤트 기간 동안에는 그동안 그렇게들 안 하던 회원가입 숫자가 갑자기 치솟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이벤트가 끝나면요? 이벤트가 끝나버리면 회원가입 전환율은 예전에 낮았던 수준으로 다시 뚝 떨어지고 UX 디자이너가 풀어야 하는 숙제는 쿠폰을 쓰기 전과 후 사이 하나도 달라지지 않습니다. 어쩌면 점점 쿠폰을 남용할수록 사용자층에 cherry-picking 유저들이 늘어나는 부분에 대해서 경험적으로 서비스를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에 대해 브랜딩적 숙제가 점점 커질 수는 있겠네요.
위험하고 안타까운 사실은 서비스 차원에서 쿠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UX 디자이너가 제대로 서비스의 경험을 개선할 수 있는 기회는 점점 없어지게 된다는 점입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서비스 전환율 하나하나를 깊게 분석하고 여러 시도들을 통해 개선하려고 하는 접근방식보다는 쿠폰 전략을 만병통치약처럼 활용해 그때그때 위기를 벗어나려고만 하는 습관이 생겨버릴 수가 있거든요. 그런 습관이 벌써 생겨버린 서비스들은 대부분 자신들이 어떤 쿠폰을 사용했을 때 어떤 효과가 났는지까지는 알지만 '왜' 그런 효과가 났는지 그래서 그로부터 새롭게 알게 된 것은 무엇인지 잘 모릅니다. 그리고 그런 '배움'이 없는 접근방식은 서비스의 장기적인 발전에 도움이 안 되기 때문에 너무 위험하지요.
UX 디자이너의 고민을 통해 나오는 경험적 개선안들은 쿠폰에 비해 시간이 많이 걸리고 많은 인내와 많은 훈련 등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이 UX 디자이너들을 언제까지나 기다려주지 못하고 차라리 쿠폰을 쓰자고 생각을 하는 것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UX 디자이너들이 가지고 오는 변화들은 쿠폰이 가지고 올 수 있는 단발성의 성과가 아닌 지속성이 있는 서비스의 성장입니다. 쿠폰을 통해서 이벤트 기간 동안만 반짝 회원가입수를 늘릴 수 있는 것과는 반대로, UX 디자이너를 통한 서비스 차원의 성공적인 변화들은 한번 적용이 되면 그 이후부터는 추가적인 수고 없이도 더 많은 회원수를 꾸준히 서비스에 데려오게 됩니다. 결국 기업/서비스는 지속적인 성과를 위한 투자를 할 것인지 단발적인 성과를 위한 투자를 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을 내려야 하는 것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기업/서비스가 당장 처한 상황에 따라 전자가, 혹은 후자가 더 적절한 방법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쿠폰이 무조건 틀렸다는 것도 나쁘다는 것도 아니죠.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외형적으로는 단기적으로 크게 성장을 하더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서비스에서 사용자 경험의 단계들이 지속적으로 발전이 되지 않는다면 그 서비스의 미래는 매우 불투명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저도 지금 몸을 담고 있는 회사에서 경험적인 맥락으로 전환율 개선을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진행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데 1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던 것 같습니다. 경험적 가치를 수치적으로 증명을 할 수 있는 기반들을 설치하고 성과까지도 아닌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는 사례들을 만들어서 회사 차원에서 자연스럽게 더 경험의 개선에 투자를 해야겠다고 자연스럽게 설득을 하는데 그 정도 시간이 걸렸네요.
개인적으로 한 가지 재미있다고 느끼는 부분은, 그렇게 UX적인 접근 방식으로 실험들을 하고 그를 통해 지표들을 개선했을 때 서비스 차원에서는 점차 쿠폰을 활용한 문제 해결 방식을 줄이기 시작한다는 점입니다. 서비스 차원에서는 쿠폰이라는 큰 비용을 감당하지 않아도 더 많은 고객들이 차곡차곡 점진적으로 쌓여가는 그 재미를 보게 되어 그런 것이 아닐까 하고 저는 조심스럽게 생각합니다.
너무 쿠폰에 의존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만큼 UX 디자이너와 함께 서비스의 '맥'을 짚어보고 같이 고민하면서 개선해나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UX 디자이너들은 그 정도 수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더 열심히 공부하고 더 많이 고민을 해야겠지요. UX디자인이란 그만큼 중요한 역할이니까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