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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 Apr 09. 2017

브랜딩의 작은 조각들

'브랜딩'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한 생각들

Summary. 기업의 '브랜드'를 고객이 공감하고 반응하는 '브랜딩'으로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다양한 영역에서의 도전이 필요합니다. 핵심적인 브랜딩을 기준으로 확장시키는 브랜딩 전략이 필요하며, 수많은 도전들과 시도들을 통해 브랜딩을 완성해야 합니다



얼마 전 제가 구독하고 있는 nngroup의 아티클 중 흥미롭게 읽은 글이 있었습니다. Experience Design: Bridging Brand Intention and Brand Interpretation아티클이 바로 그 글이었는데요,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아티클의 초반 나온 '브랜드'와 '브랜딩'의 정의였습니다. 


브랜드는 회사가 의미하는 것 또는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치에 대한 약속입니다. 예를 들어 특정 브랜드는 관련 제품이 "건강", "지속 가능하게"또는 "내구성"이라는 약속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브랜딩은 광고, 커뮤니케이션, 패키징 등에 로고 또는 기타 지침을 통해 브랜드 정체성을 제한적인 방식으로 제공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제 마음대로 위의 내용을 좀 더 쉽게 해석을 하기로는, 브랜드란 '기업/서비스의 고객을 향한 가치'를 지칭하는 개념이며 브랜딩은 '고객이 실제로 받아들인 브랜드의 가치'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구분이 저에게 흥미로웠던 이유는 우선 많이 혼용되어 사용되는 브랜드와 브랜딩의 개념이 기업과 고객 관점으로 깔끔하게 구분이 되어서 그랬던 이유도 있지만, 그와 더불어 브랜드와 브랜딩의 연결고리의 역할으로서의 UX 디자이너의 역할 및 필요성이 자연스럽게 도출되는 정의인 것 같아서였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제가 개인적으로 브랜드와 브랜딩을 고민해보면서 느낀 몇 가지를 공유해보려 합니다. 




우리 브랜드를 사랑하는 고객을 만드는 것은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닙니다.


모든 기업은 고객에게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고객에게 사랑을 받아보려 여러 가지 방법(비주얼 디자인, 로고, 슬로건, 광고, 이벤트, 쿠폰, 적립금, 멤버십 등...)으로 고객들에게 구애를 하게 되지요. 하지만 이쯤에서 서비스를 직접 운영하거나 기획/디자인한 경험이 있는 분들은 깨닫게 되는 점이 하나 있는데요, 그것은 바로 고객들에게 '사랑'을 받는 브랜드가 되는 것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라는 사실입니다. 고객에게 '사랑'을 받는다는 말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표현을 해보자면, 고객이 특정 경험에 연관된 니즈를 가장 정확히 해소해준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서비스란 본인이 가지고 있는 니즈를 해결시켜주는 '툴'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예를 들자면 '숙소 예약'을 하고 싶다는 니즈를 다양한 여행 서비스들이 해소해주고 있는 것처럼요. 그리고 저는 서비스별로 고객의 니즈를 해소해주는 '방식'에 따라 고객의 사랑을 얻는 당락이 결정된다고 생각합니다. 숙소 예약 서비스 중, 어떤 서비스는 전 세계의 제일 많은 호텔들을 모았다고 자랑을 할 때 어떤 서비스는 엄선된 호텔들만을 취급한다고 어필하고, 또 어떤 서비스는 현지인들이 살고 있는 숙소를 렌트하여 현지 여행 경험을 극대화시켜준다는 방식으로 어필하기도 합니다. 셋 중 어떤 서비스도 정답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틀린 방법이라고도 말할 수는 없습니다. 사람에 따라 니즈의 수준 및 형태가 다르므로, 각각의 서비스에 느끼는 호감도나 만족도가 다를 수밖에 없고, 그렇기 때문에 각각의 고객마다 '사랑하는' 서비스가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그래서 어렵습니다. 고객이 하려고 하는 목표는 '숙소 예약'으로 모두 같지만, 그 경험을 제공하는 방식과 과정에서 고객들은 서비스의 브랜딩을 판단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서비스의 입장에서는 우리 브랜드를 사랑하는 고객이 정확히 누구인가부터 어디서 어떻게 우리 서비스를 사랑하게 되었는지도 판단하기가 어렵습니다. 우리 서비스에서 구매를 하는 사람이라고 모두 우리 서비스를 사랑하는 사람이 아닌 것은 당연하고... 서비스의 체류시간이나 재방문 빈도로 따지자니 너무 편파적인 고객군이며, 재구매율이 높은 사람만을 보자니 다른 의미로 또 너무 편파적인 고객군이 되어 버립니다. 저는 각각의 서비스를 '사랑하는' 고객을 도출하는 방법의 정답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서비스별로 '이 정도면 우리 서비스를 사랑하는 사람인 것 같다'라고 볼 수 있는 굵직한 지표들은 존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지표들을 기업 내에서 구성원들이 함께 고민해보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고민과 토론의 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오는 고객들의 브랜딩과 현재 우리가 생각하는 브랜드와의 공통점, 차이점을 비교하며 우리 브랜드의 현주소를 파악할 수 있게 되겠지요. 그리고 그렇게 고객이 인지하는 우리 브랜딩을 이해하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서비스의 브랜드는 자연스레 강력해지기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한 가지의 브랜딩만 존재할 필요는 없지만 중심이 되는 핵심 브랜딩은 있어야 합니다.


동일한 서비스라고 해도 고객이 서비스에 감동을 하는 맥락들은 다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논리가 틀리다고는 생각하지는 않지만 매우 조심스럽기도 합니다. 저 논리가 악용되는 사례들을 많이 본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 여러 서비스가 초반에 너무 작은 시장을 상대하는 것 같다는 불안함에 조금 더 다양한 고객(시장)들을 포함시키고자 이런저런 경험들을 붙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하다 보면 결국 작은 시장은커녕 그 누구의 니즈도 시원하게 해소해주지 못하는 애매한 서비스가 되고 말지요. 시장성에 대한 분석은 서비스를 만들기 전에 완료가 되어야 하며, 서비스를 만들 때는 그저 더 많은 사람들을 이롭게 하겠다는 어설픈 홍익인간 정신보다는 오히려 반대로 그 니즈를 해소하는데 매우 집중을 하여 차별화된 경험을 설계하고 개발하는 것이 더 옳다고 생각합니다. 


마케팅의 대명사로 불리는 P&G 역시 다양한 연령과 성별의 고객을 위한 수십 개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지만 기업 차원의 브랜드에서 가장 집중하는 고객군은 명확하게 존재합니다. P&G는 매번 올림픽 시즌마다 'Thank you Mom'이라고 하는 타이틀로 광고를 만들어 제공합니다. 아래 영상은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 시즌에 P&G에서 광고한 영상입니다.

 Youtube 등의 채널에서 'P&G thank you mom'이라고 검색을 하시면 지금까지 P&G가 올림픽 별로 제공한 다양한 영상들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2016년 리우 올림픽용 영상이 가장 최근 영상으로 알고 있습니다)


https://youtu.be/1SwFso7NeuA

Thank you Mom, P&G commercial for 2014 Sochi Olympics

남성용 면도 브랜드인 질레트, 치약으로 유명한 Crest & Oral-B, 화장품 브랜드인 SK-II도 P&G 브랜드들입니다. 하지만 위의 영상을 보고 방금 제가 언급한 브랜드들이 떠오르지는 않죠. P&G도 자신들이 감동시켜야 하고 사랑받아야 하는 핵심 고객층은 어머니들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P&G에서 매출을 기준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제품군은 빨래세제입니다 (Tide, Downy, Gain...). 핵심 고객층이 어머니라고 하는 사실이 이젠 놀랍지 않기도 하죠. 사람들에게 P&G에 대한 브랜드 이미지를 물어볼 때 그 고객이 어떤 상품을 주로 사용하는지에 따라 아마 대답이 조금씩은 다를 것입니다. 즉 P&G라는 브랜드에 대한 고객의 브랜딩은 다양하게 존재할 수 있으나, P&G가 집중을 하는 브랜딩은 'Mom's brand'인 것처럼 핵심 브랜딩과 부수적인 브랜딩의 체계가 명확하게 자리 잡을수록 전체적인 브랜드 역시 강력하게 존속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는 누구이고, 그중에서도 우리 서비스를 '사랑하는' 구매자들은 누구인지를 파악하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 브랜드를 '사랑하는' 핵심 고객층을 기반으로 확고한 메인 브랜딩을 구축하고, 거기에서부터 점차 다양한 고객군들의 니즈를 추가적인 브랜딩으로 맞춰보는 시도들이 필요합니다. 한 가지의 브랜딩만 존재할 필요는 없습니다. 사실 애초에 브랜딩은 브랜드의 가치를 인식하는 고객의 몫이기 때문에 브랜딩을 하나로 컨트롤할 수도 없습니다. 기업/서비스가 할 수 있는 일은 우리의 서비스를 사랑하는 고객군을 찾고, 그들이 원하는 우리의 핵심 브랜딩이 무엇인지 우선 강력하게 구축하는 것, 그리고 그다음 단계로 우리의 핵심 고객군과 비슷한 좀 더 넓고 다양한 고객군에게 점진적으로 나아가 보는 것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양한 도전과 실험들로 브랜드를 만들어야 합니다


한국에서 브랜딩을 잘한 대표적인 서비스를 꼽으라고 한다면 아마 '배달의 민족'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단순히 'B급 감성'만 부각한 것이 아닌 그 개성의 일관성을 지켜가려 노력을 한 것이 지금의 배달의 민족이 있게 만든 것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사람들이 배달의 민족의 개성 자체에만 집중을 하는 것 같아 조금 안타깝기도 합니다. 제가 배달의 민족이라는 서비스가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배민다움'이라는 브랜드의 총체적인 방향성 아래 항상 새로운 것을 시도해왔고 시도한다는 점 때문입니다. 잡지 전면에 B급 멘트 한마디로만 구성한 광고, 1년 치 치킨을 건 배민 신춘문예, 점주님들을 위한 시상식까지... 돌아보면 사람들은 참 '배민스럽게' 개성 있고 재미있다고 인정을 해 주겠지만, 그 한 가지 한 가지 시도들은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닙니다.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데는 사실 엄청난 리스크와 비용이 따릅니다. 한 가지 도전을 하더라도 '이 도전으로 어느 정도의 고객을 얼마나 만족시킬 수 있는가'라는 불확실성을 서비스는 감당해야하는데, 심지어 그것이 선례조차 없는 새로운 도전이라면 그 부담은 더더욱 클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리스크(불확실성)를 끌어안고 '여기서 우리 다운 시도/도전은 무엇일까?'를 고민하고 또 실제로 추진해온 기업이 배달의 민족이라 생각하고, 그 수많은 도전들에 대한 보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각인되고 사랑받는 서비스가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잡지 전면에 광고를 꼭 붙이거나 티비 광고를 해야지만 의미 있는 브랜딩을 할 수 있다는 말을 하려는 건 절대로 아닙니다. 지금 여러분들이 작성하고 있는 상품 페이지의 문구 하나가 별것 없다고 생각하시나요? 이메일/문자 광고로 내보낼 문구나 내용을 그저 습관처럼 해오던 방식대로 작성하고 계시지는 않나요? 늘 만들어온 방식대로 광고 배너와 상품 페이지를 디자인하고, 또 같은 방식대로 고객을 응대하고 계시지는 않나요? 고객들과 접촉하게 되는 그 모든 touch point가 브랜딩의 조각들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눈치채지도 못하고 넘어간 그 문구 한마디에 우리 브랜드를 사랑하는 고객이 생길 수 있으며, 내가 한 한마디 말에 고객이 우리 브랜드를 다시 볼 수 있고, 내가 디자인한 배너 하나에 사람들이 우리 서비스를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고객이 보는 우리는 어떤 서비스일까를 고민하면서 한번 새로운 실험들을 해보세요, 그리고 검증해보세요. 도전 없이 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 그리고 그 도전을 조금 더 의미 있는 결과로 끌어내기 위해서는 가설을 바탕으로 실험과 검증을 통한 체계적인 발전이 저는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잘하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요소들에도 관심을 가지고 발전을 시켜야 합니다. 그렇게 고객과의 접점에서 오는 소소한 감동들이 모여서 결국 사랑받는 브랜드가 완성되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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