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기독교고전 2] 그리스도를 본받아

(Imitation of Christ , Thomas à Kempis)

by 이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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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토마스 아 켐피스(Thomas à Kempis)는 1380년, 오늘날 독일 지역인 켐펜에서 태어났다. 그는 로마 가톨릭과 개신교 모두에게 널리 알려진 인물이기에 어떤 수식어로 소개할지 잠시 망설여지지만, 나는 그를 '위대한 수도사'라고 표현하고 싶다. 위키백과에서는 그를 '가톨릭 수도사제이자 신비사상가'라고 소개한다. 그러나 오늘 내가 그의 저서 『그리스도를 본받아』를 소개함에 있어 그를 단순히 '수도사'라고만 부르고 싶은 이유는, 독자들이 불필요한 선입견 없이 그의 책 속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덧붙이자면, 토마스 아 켐피스는, 종교개혁 이전인, 15세기의 수도사이다. 그는 '그리스도'를 삶의 중심에 두고자 했던 강한 열망을 지녔으며, 그 열망은 그의 저서 전반에 진하게 배어 있다. 『그리스도를 본받아』에 담긴 진리와 신앙에 대한 그의 간절함은 수 세기를 넘어 오늘의 독자에게까지 전해진다. 바로 그 점에서 이 책과 저자의 가치가 빛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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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천로역정』, 『고백록』과 함께 기독교 3대 고전으로 꼽힌다. 그중에서도 『그리스도를 본받아』는 가장 널리 읽힌 책으로, 전통적으로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힌 책이라고 전해진다. 가톨릭에서는 이 책을 '준주성범'이라 부르는데, 이는 곧 '주님을 따르는 거룩한 규범'이라는 뜻이다. 이처럼 이름 자체가 신앙인의 삶을 지침 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에,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이 책을 신앙생활의 길잡이로 삼아왔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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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장은 긴밀하게 연결된 구조라기보다는 신앙적 지침들이 모여 있는 단편집과 같다. 따라서 독자들은 꼭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되며, 필요할 때 원하는 부분을 골라 읽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내용은 하나의 중심을 향하고 있다. 곧, 책의 제목이 드러내듯 '그리스도를 본받는 삶'이 전체 권면과 가르침의 핵심이라는 점이다.

좀 더 첨언하여, “무엇을 어떻게 본받는다는 말인가?”라는 질문을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면, 나는 그가 “하나님의 뜻을 알고 순종하는 그리스도”를 본받는 삶을 말하고 있다고 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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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저자에게서 받은 인상은 분명했다. 그는 무엇보다도 예수 그리스도를 닮고자 했다는 것이고, 그 열망 때문에 성경에 기록된 수많은 말씀을 지키기 위해 애쓰고 열정을 다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전해진다. 이 책이 워낙 유명하기에 개인적인 소견을 적는 일이 다소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나의 시각에서 이 책을 조금 더 깊이 소개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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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특별히 좋게 느껴진 점은 다음과 같다. 저자가 주님을 향한 깊은 사랑을 지녔고, 정결하고 거룩하게 살고자 했던 그의 열망이 선한 열심으로 삶 속에서 열매를 맺었다는 것이다. 그는 열매를 맺었기에 확신 가운데 보다 좋고 선한 것들을 신앙인들에게 전하기 위해 힘써 외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반대로, 독자를 생각하며 조금 염려되었던 부분도 있다. 기독교 신앙에서 율법과 복음의 관계는 필히 중요하게 다뤄진다. 교파마다 강조점은 다를 수 있지만, 분명한 것은 은혜 안에서 율법과 복음이 조화를 이루어 성도의 거룩함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저자의 주님을 향한 순전한 사랑은 신앙인들에게 말씀에 대한 사모함을 불러일으키고, 거룩하게 살고자 하는 열망에 불을 붙이지만, 인간의 불완전함과 연약함을 고려할 때 때로는 진리 안에서 누려야 할 자유보다 진리를 위한 경직된 태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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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위대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지금 우리가 독자의 입장에서 갖는 우려는 어디까지나 오늘의 관점에서 말할 수 있는 것이지만, 사실 당시의 시대적 상황 속에서 이 책이 보여준 순수한 신앙의 도전은 가히 놀라운 것이었다. 그것은 신앙인의 용기와 주님을 향한 깊은 사랑으로 피워낸 열매이기 때문이다.

둘째로, 성화의 삶을 살아가는 신앙인들은 이 땅에서의 생활과 성경이 가르치는 영적인 삶 사이에서 끊임없는 고뇌를 경험한다. 또한 영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을 분별하는 것도 쉽지 않기에, 많은 신앙인들이 혼란을 겪는다. 그런 점에서 특히 제1권 '영적 생활을 위한 권면'은 우리의 영적 생활을 위한 세상에 대한 관점을 정립하는 데 큰 도움을 주며, 지적 통찰과 함께 지혜로운 삶의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매우 훌륭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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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이 책은 비신앙인보다 신앙인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특히 하나님의 은혜를 입은 성도들이 영적인 삶(신앙 생활)에 깊은 관심을 품고, 세상 속에서 분리가 아닌 구별된 삶을 살아가고자 결단할 때, 이 책은 실제적이고 큰 통찰을 제공한다. 그런 점에서 오늘의 독자들에게도 여전히 유익한 고전으로 손꼽을 만하다.


저자는 죽음을 묵상하며, 이 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하나님을 찾는 일임을 강조한다. 그는 자기 자신에게서 문을 닫고, 자신을 사랑하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찾으라고 권한다. 또한 세상의 모든 염려와 걱정은 하나님을 찾을 때 사라진다는 것을 깨닫고, 공포와 희망 사이를 방황하는 이들에게는 염려 대신 하나님의 뜻을 찾는 데 힘쓰기를 당부하고 있다(롬 12:2, 시 37:3).

그렇기에 지금도 그 사이 어딘가를 걷고 있는 모든 분들에게, 나는 이 책을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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