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울룰루의 캠핑여행

단체관광을 특별하게 만드는 세 가지

by 윤지민

새벽 5시 반. 해도 뜨지않은 새벽에 각국에서 온 20명이 털털거리는 버스에 꽉꽉 채워 앉았다. 호주 앨리스 스프링스(Alice Springs)에서 끝없이 펼쳐진 평원에 우뚝 솟은 돌, 울룰루(Uluru)를 가기 위한 2박3일 캠핑투어의 시작이다. 우리를 이끌어줄가이드는 킬리안(Killian). 260일동안 세계여행을 하면서 혼자 다니는 배낭여행에만 익숙했던 내게 이번 캠핑 투어는 참 만족스러웠다. 킬리안과 함께한 울룰루에서의 단체관광은 달랐다.


7.jpg 2박3일 동안 함께했던 20인승 밴과 트레일러


첫째, 관리기관인 호주의 국립공원(National Parks Australia)이 관광지를 대하는 깊은 애정을 느꼈다. 일단 관광지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가지고 엄격한 규제를 동반할지라도 최대한 관광지를 보존하는데 집중한다. 모든 면에서 관광객이 아닌 원주민이 항상 최우선이다. 울룰루 국립공원의 입구에 위치한 애보리진 문화센터(Aboriginal Cultural Center)에서 안내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백인이다. 킬리안은 방문자들이 그들의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원주민을 만나 무례하게 굴기보다는 그들의 문화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이 중간전달자 역할을 해주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원주민들이 관광객과 왕래 없이 그들 본연의 삶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복지 프로그램도 운영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울룰루는 관광객들에게 일회성 즐길 거리를 제공하기보다 원주민들이 자신의 문화를 지속적으로 계승하며 이 땅에서 더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돕고 있었다. 그 결과 더 많은 관광객들이 원주민의 삶을 존중하는 태도를 배우며 자발적으로 보존하는 환경을 만들 수 있었다.


5.jpg 캠핑여행을 함께했던 세계 각국에서 온 멤버들


둘째, 관광지를 지속적인 일터로 생각하며 관리기관을 믿고 규제를 따르는 여행사들의 성숙한 마음가짐이 인상적이다. 호주의 국립공원은 여행객들에게 많은 것을 요구한다. 울룰루도 마찬가지다. 공원 내에서의 숙박은 불가하며 개폐장 시간도 엄격하다. 어떠한 자연물도 가지고 나갈 수 없고 쓰레기는 물론 사용한 물조차도 버려서는 안 된다. 투어 전에는 반드시 문화센터를 방문해야 하는 조건도 있다. 정해진 일정과 예산을 가지고 많은 인원을 안내해야 하는 여행사 입장에서는 어느 하나 만만한 것이 없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만났던 여행사들은 이 까다로운 요구사항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국립공원이 요구사항을 지키지 않는 여행사들의 영업자격을 취소하는 등 엄격한 지침을 정해 놓았기 때문일까. 킬리안도 울룰루의 자연환경이 최대한 보존되어야 그만큼 오랫동안 영업을 할 수 있기에 여행사의 프로그램이 관리기관과 같은 방향으로 운영된다고 말했다. 여행사들이 눈 앞의 작은 이익보다는 더 오랜 시간 동안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생각하며 관광지를 지속적으로 보존하는데 함께하고 있었다.


IMG_5958.jpg 밤 하늘을 가득 채운 별빛과 은하수를 보며 잠들기


셋째, 투어를 책임지는 가이드의 역량과 자세가 항상 점검되고 지속적으로 훈련되고 있다. 아무리 관리기관과 여행사가 관광지 보존과 홍보를 위해 애쓰더라도, 관광객들과 일선에서 함께하는 가이드의 역량이 부족하다면 관광객들에게 충분한 감동을 전달할 수 없다. 단체관광을 함께하면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관광지와 나의 중간자 역할을 해주면서 내 경험을 더 풍성하게 만든 건 가이드 킬리안이다. 3일동안 지켜 본 일에 대한 그의 열정은 참으로 감동적이었다. 그는 국립공원의 트레이닝 과정을 수료하고 가이드 일을 하면서 틈틈이 애보리진 문화를 공부하는데 그 과정이 재미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그는 울룰루를 찾는 모든 이들에게 그들의 문화를 제대로 알려주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었다.


13.jpg 투어 내내 우리를 이끌어준 아일랜드 출신 가이드 킬리안(Killian)


관리기관, 여행사, 가이드. 이 세 가지에 있어서 우리가 배울 점이 참 많다. 관광을 관리 감독하는 기관은 올바른 통찰력으로 관광지의 보존과 운영에 대해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함께하는 여행사들은 관리기관이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을 믿고 따르며,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는 역량 있는 가이드들을 더 많이 발굴하고 육성해야만 한다.


킬리안은 하루에 수 백 킬로씩 운전을 한다. 밤마다 캠핑을 주도하고 20인분의 음식도 직접 해가며 사람들을 챙긴다. 1달에 20일은 이렇게 나와있다는 그에게 힘들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이렇게 답했다.


“지평선이 뻗어있는 이 곳이 내 사무실이잖아. 매일 이 경이로운 풍경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게 행복해.”


그의 이 한 마디가 계속 마음에 남는다.

한국을 찾는 누군가도 마음에 담아가는 한 마디가 있을까?



* 이 글은 여행신문에 기고 중인 칼럼 '길 위에서 만난 관광'을 브런치용으로 재구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