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여행으로 공존하는 관광

서울공정관광국제포럼 참석 후기

by 윤지민
"The end of tourism." (John Urry, 1990)

1990년, Urry는 이미 '관광의 시대는 끝이다'라고 말했다. 국내관광 및 국제 관광이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여행이 더이상 사람들에게 "특별한" 활동이 아닌 "일상적인" 활동이 되어버렸다는 의미이다. 여행은 모든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에 일부가 되어버려 일상과 여행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의미이다.


"Everythig is tourism." (Ian Munt, 1994)

1994년, Munt는 모든 것은 관광 자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연이나 역사 등을 관람하는 것 뿐만 아니라 관광객이 할 수 있는 모든 경험들이 관광자원이 되며, 관광자들이 느끼는 경험에 대한 욕구도 점점 더 다양화되어진다. 에어비앤비의 '여행은 살아보는거야'라는 카피처럼 그 나라의 현대인들이 일상적으로 가는 음식점, 상점 등을 있는 그대로 경험하고자하는 사람이 많아지니, 동네 슈퍼까지도 모든 것이 관광자원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8.jpg 이훈 교수님과 심창섭 교수님의 발제자료에서 발췌한 내용


서울공정관광국제포럼에 다녀왔다. 서울시가 주최하고 서울관광마케팅이 주관하는 이 행사는 작년부터 시작한 '공정관광'을 키워드로 한 국제포럼이다. 올해는 도시관광(Urban Tourism)을 주제로 관광지의 수용력을 넘을 정도로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과잉관광(Overtourism)과 서울시가 현재 북촌, 이화마을 등에서 겪고있는 투어리스티피케이션(Touristifiction)에 대한 의제를 나누고, 유사한 문제를 우리보다 먼저 겪으며 경험한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시 관계자 분들이 참석하여 토론을 나눴다. 오늘 포럼에 참석하며 느꼈던 점들을 공유해본다.


2.jpg 공정관광을 위한 서울시와 바르셀로나시의 MOU


1. 관광은 '지속가능성'이 보장되어야지만 가능하다.

바르셀로나에서 오신 Agusti Colom Cabau 시의원님이 많은 관광객 때문에 주민들이 불편을 겪는 문제에 대해 바르셀로나가 시 정부로서 어떻게 리더십을 발휘하였는가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답하셨다.


"관광은 '지속가능성'이 보장되어야지만 가능하며, 바르셀로나에서는 시 정부에서 관련 정책을 실행하는데 이것을 항상 우선 수위에 놓고 생각했다."


백번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관광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관광자원이 존재해야하는데, '지속가능성'이 보장되지 않는 이상 그렇게 많은 관광객이 선호하고 찾아오는 관광자원은 망가질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시가 관광진흥을 목표로 한다하더라도 궁극적으로는 관광자원의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해야만 한다.


이매진피스의 임영신 대표님은 우리나라는 그동안 관광은 '진흥' 혹은 '투자대비 이익극대화' 중심의 정책이 대부분이었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다보니 관광지를 홍보하기 위한 Promotion 중심으로 많은 것들이 이루어졌고, 그로 인해 과잉관광으로 인한 문제점이 많아지니 앞으로는 Management까지 고려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하셨다. 우리나라에서 관광객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이유는 그 문제들이 너무나 다양한 행정영역에 걸쳐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북촌의 경우, 일반적인 북촌 관련 업무는 한옥보존을 담당하는 부서에서 진행하는데 관광객이 많아지며 생기는 소음, 쓰레기, 교통 등의 문제는 모두 각기 다른 행정부서에서 담당하기에 어느 누구도 나서서 해결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정책이 해야하는 역할은 방향제시, 조정, 규제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도시의 생태계를 관리해야하는 공공기관은 관광에 있어 '지속가능성'을 항상 우선순위에 놓고 고민할 의무가 있으며, 관련 부서들의 칸막이 행정을 넘어서기 위해 이러한 주제의 중요성을 끊임없이 알리고 설득하는 과정을 주도해야하며, 실제로 필요하다면 입장료, 관람제한 등 과잉관광지역을 지속가능하게 관리하기 위한 대안을 실행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성동구에서는 최근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을 막기 위해 특정 지역을 지정하여 대기업 혹은 프랜차이즈 상점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조례를 만들기도 했다고 한다. 이처럼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은 그동안 성장과 개발만을 쫓으며 달려왔던 한국의 관광 생태계의 패러다임을 변화할 수 있는 계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4.jpg 바르셀로나시에서 실시하는 관광객 대상 캠페인 이미지
image.jpg 바르셀로나에서 진행되는 관광객 반대시위에서 등장한 문구


2. 여행자를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

바르셀로나 시에서는 시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Your Holidays, Our Everydays"라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관광객 반대 시위에서 등장했던 문구인 "Your luxury trip, My daily misery"를 순화한 말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 정부에서 나서서 관광객을 받아들이는 상인들이나 택시기사들에게 환대 교육을 진행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반대로 시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기 위한 캠페인을 먼저 진행하는 것은 상당히 의미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도시관광하고는 차이가 있지만, 개인적으로 이러한 경험을 했던 곳은 호주의 울룰루였다. 국립공원에 입장하는 모든 관광객들은 울룰루 원주민들의 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센터에 먼저 들르는 것이 필수코스였는데, 그 때의 경험이 울룰루를 여행하는 과정을 더욱 풍성하고 특별하게 만들었다. 관광객들이 모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무례한 행동들을 미리 사전에 알려줄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한양대학교 이훈 교수님께서는 실제 북촌을 방문한 외국인관광객을 인터뷰했을 때 이 곳이 사람들이 사는 주거지역인지 알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는 말씀을 하시며 'tolerance'라는 개념을 말씀하셨다. 관광지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의 문화적 이해도를 사전에 높여주는 것이 이러한 touristification의 문제를 최소화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해에 서울시도 '2017 공정관광축제'를 개최하면서 시민단체들이 주축이 되어 '여행하는 시민'이라는 캠페인을 진행한다. '여행시민증(Travel Citizen)'을 발급하고 공정여행을 주제로 서울로7017에서 축제를 진행하고 서울의 다양한 지역에서 주민과 함께하는 마을여행을 진행한다. 이러한 캠페인이 서울이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하는데도 보탬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어느 곳이든 제한없이 여행할 수 있는 '여행자의 권리'는 소중하다. 하지만 그만큼 지역에 살고있는 '시민의 권리' 역시 굉장히 소중하다. 서로를 먼저 배려하고, 서로의 발자국이 상대방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고민할 수 있는 '공정여행'의 문화가 이제는 모든 사람들의 여행문화에 있어 주류로 자리잡을 수 있기를 바란다.



3. 관광의 기회는 누구에게나 공정해야한다.

이훈 교수님께서는 '공정관광'의 '공정성'에서는 관광으로 인해 발생되는 편익이 공정하게 돌아가야하는 부분도 있지만, 관광의 기회에 있어서도 '공정성'의 의미가 있다고 말씀하셨다. 여행할 수 있는 권리를 모든 사람에게 보장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이와 관련된 개념이 바로 '접근가능한 관광(Accessible Tourism)'이다. 이동의 권리를 보장하고 도시의 모든 관광자원으로의 접근성을 확대하는 것 또한 공정관광이 가져가야하는 미션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포럼의 마지막 세션은 UNWTO와의 공동세션으로 '모두를 위한 관광(Tourism for All)'을 주제로 진행되었다. 관광에 있어서의 접근성을 이야기하면 관광지로의 휠체어 접근성이나 시각장애인 혹은 청각장애인을 위한 관광해설 서비스 등 장애인을 위한 것으로만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모두"를 위한 관광이듯, 비단 장애인 뿐만이 아니라 고령화시대에 늘어나는 노인인구와 여성, 어린이 등 모든 사회적 약자를 위한 관점에서 접근가능한 관광을 논해야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 역시 앞서 이야기한 관광의 '지속가능성'을 위함이며 결국 사람의 행복을 추구하고, 사람이 중심이 되는 관광에 있어 윤리적 관점에서도 꼭 논의가 되고 발전해야만 하는 영역이다.


서울시는 최근 서울을 2022년까지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 관광약자를 대상으로 '무장애 관광도시'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신체적 장애가 관광의 장애로 이어지지 않도록 장애 유형별, 대상별로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주요 관광시설에 대한 접근성 정보를 조사하는 등 약 152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오늘 강서구의 특수장애 학교 설립 반대에 관한 기사가 SNS를 통해 확산되었다. 제발 장애학생들을 위한 학교를 만들어달라고 무릎까지 꿇어가며 호소하는 학부모들과 그들에게 '너희 일은 너희가 알아서하라'는 주민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저 마음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장애학생들을 위한 특수학교가 혐오시설로 인식되는 수준의 한국사회에서 '접근가능한 관광'을 만들어나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래도 서울시에서 직접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하는 의지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포럼을 마치고 학교로 돌아가는 길에 지하철역 개찰구에서 유모차가 끼어 낑낑대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다시한번 '접근가능성'은 나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라는 사실이 더욱 명확해졌다. 누구에게나 이동의 기회는 공정하게 제공되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나도 나이가 들어서 혹은 아이가 생겨서 이동이 불편해질 순간이 존재할 것이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모두를 위한 관광'의 첫 걸음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과연 공정관광을 위한 대안이 무엇일까?

최근 한국관광스타트업협회 업무를 진행하면서 관광의 영역에서 이상적인 공공기관과 민간의 역할분담이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을 품고있었던 나는 개인적으로 오늘 포럼에서 Socialtours의 창립자인 Raj Gyawali 대표님의 발제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네팔에서 책임관광 가이드라인을 제작하고 공정여행 상품을 기획 판매하는 등책임관광 활동을 주도하고 있는 Raj 대표님은 민간의 영역인 여행사의 입장에서 이러한 과잉관광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광객들을 다른 지역으로 확산시키는데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네팔은 도시관광과는 스케일의 측면에서 차이가 많이 있지만, 7개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보유하고 있는 카트만두 지역에서는 유명 관광지 근방에서 과잉관광의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네팔을 찾는 여행자들에게 주요 관광지가 아닌 다른 지역을 찾아갈 수 있는 시 외곽에서 하이킹을 하거나 자전거 타기, 스님과 토론하기 등 관광객이 몰리지 않는 지역을 방문하고 로컬 체험을 즐길 수 있는 상품을 확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민간의 영역에 있는 사람으로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정부와 민간이 어떻게 역할분담을 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의견을 묻고싶었다. 과연 그렇다면 정부의 역할이 유명 관광지가 아닌 다른 지역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것이 과연 투어리스티피케이션의 대안이 될 수 있을지 궁금했고, 잘 기획된 마케팅이나 프로모션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으로 얼마나 현실성이 있을지 궁금해 손을 들고 질문을 했다.


그의 대답은 정부는 지역의 이미지를 거시적인 방향에서 제시하고 민간에서는 그보다 더욱 세분화된 역할을 직접 수행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단순히 마케팅이나 프로모션만으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정부와 민간이 긴밀한 소통을 통해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며 함께 같은 방향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늘 포럼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된 협의체 구성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답변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고민거리를 던져준 포럼이었다. 특히 '제대로 여행하는 마음가짐'이나 '관광 생태계의 일원이 되는 법'에 대한 교육 컨텐츠를 고민하고 있는 나에게 미래의 관광이 나아가야하는 방향과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서도 새로운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자리였어서 뿌듯한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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