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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 의 Oct 24. 2024

흑백요리사에게도 차(茶)를...!

신농씨가 발견한 차의 진짜 이야기


01.

한국을 넘어 전 세계를 들썩이게 하고 있는 흑백요리사. 벌써 시즌 2 제작이 확정되고, 출연한 셰프들은 패러디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여기저기 출연하며 화제의 중심에 있습니다. 정말 재미있게 봤고 배운 점도 참 많았는데요. 극한의 상황에서 요리를 완성해야 하는 참가자들보다, 오히려 저는 심사위원인 백종원 대표와 안성재 셰프가 정말 가장 힘들었겠다 생각했어요. 한자리에서 저렇게 어마어마하게 다양한 음식들을 시식하면 몸속이 얼마나 힘들어할지 상상만 해도 끔찍했거든요.



아마 경험해 보신 분들 많으실 거예요. 뷔페에서 이것저것 다 가져다가 식사를 하고선 소화가 안되어 더부룩했던 경험이요. 그건 단순히 많이 먹어서, 배가 불러서가 아니에요. 다양한 음식을 한꺼번에 먹으면, 단순한 종류로 많이 먹은 것과는 달리 정말 그 여파가 훨씬 큽니다. 서로 다른 성질의 것들이 섞이면서 발생하는 독소 때문에요. 음식들을 소화해 내고 독소를 배출하는 데에 몸은 엄청난 에너지를 필요로 하게 됩니다.



한번 먹은 음식의 영향권에서 우리 몸이 벗어나기까지는 최소 3일이 걸립니다. 물론 개개인의 건강 컨디션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몸속 장기들은 이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3일간은 힘을 써야 한다는 거예요. 가스로도 배출하고, 폐, 눈이나 피부로 배출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죠. 그러고 나서 제대로 배출되지 못하면 결국 어떤 형태로든 우리 몸에 남아 축적됩니다. 당연히 좋지 않겠죠? 음식의 여파는 우리가 인지하는 것보다 훨씬 커요. "우리가 먹는 것이 곧 우리다.(You are what you eat)"라는 말처럼요.




02.

차의 시작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인물은 '염제 신농(神農, 농사의 신) 씨'인데요. 신농씨는 중국 고대 삼황 중 하나로 농업과 의약의 창시자로 알려진 인물입니다. 그는 사람들에게 농사를 알려주고 농기구를 만들어주었을 뿐만 아니라, 각종 약초를 직접 맛보고 독성이 있는지, 어떤 효능이 있는지를 알아내어 사람들의 병을 치료했다고 합니다. 신농씨가 사람들에게 알려준 내용들은 후대에 <신농본초경(神農本草經)>으로 정리되는데, 이는 최초의 한의학서이기도 합니다. 바로 이 <신농본초경>에서 바로 차에 대한 최초의 기록을 찾아볼 수가 있습니다.

神农尝百草,日遇七十二毒,得茶而解之。
신농이 100가지 풀의 맛을 보다가 72가지 독에 중독되었는데, 차로써 그 독을 풀었다.
<신농본초경(神農本草經)>



'100가지 풀의 맛을 보다가 72가지 독에 중독되었다'는 것은 여러 가지를 잡다하게 먹어 독에 걸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개중 독소가 있는 풀도 있고 약효가 있는 풀도 있었겠지만, 여러 요소들을 섞어 먹는 행위 자체에서 독소가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에요. 그렇게 중독이 된 신농씨는 찻잎이 떨어진 웅덩이의 물을 마시고 해독이 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렇게 처음에 차는 중국에서 해독제로 사용되기 시작합니다. 지금 차가 기호음료로서 음용되고 있는 것과는 상당히 다르죠?



03.

음식에는 영양소도 있지만 독소도 함께 있습니다. 특히 여러 가지를 함께 섞어 먹으면 독소는 더욱 발생하게 되죠. 그렇기 때문에, 좋은 영양소를 섭취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독소를 제거하고 배출하는 것입니다. 너무 이것저것 잘 챙겨 먹어도 몸에 문제가 생긴다는 거죠. 그래서 인류는 밥을 먹는 것만큼이나 차를 매일 마셔왔습니다. 우리 몸속에 들어오는 서로 다른 성질의 것들을 소화도 시키고, 중화도 하고, 해독 작용까지 해주어 것이 바로 차였기 때문이에요.


저 테이블 위에 우롱차 한 잔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차가 잡다한 음식물들의 소화, 해독, 중화 작용을 해주어 속이 훨씬 편했을 텐데.


흑백요리사에서 심사위원 두 분이 연이어 시식할 때, 속으로 어찌나 아쉬웠는지 몰라요. 백종원 대표나 안성재 셰프처럼 우리가 40가지의 음식을 한자리에서 먹는 경우는 없을 거예요.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잡다하고 복잡한 식생활이 너무나도 당연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음식도 하루에도 한식, 중식, 일식, 양식을 다 오가며 먹고요. 식사만 하는 게 아니라 과일이나 디저트, 간식도 틈틈이 먹고, 건강식품이나 영양제도 야무지게 챙겨 먹죠. 어제 하루 종일 뭘 먹었는지 물어보면, 아마 생각이 다 잘 안 날 거예요.



흑백요리사의 화려한 음식들을 보며 어쩌면 그보다 더 인간에게 중요하고 필요한 차를 떠올립니다. 단순한 식사를 했던 옛날과는 달리 맛있는 것이 차고 넘치는 요즘, 우리 몸은 더 힘들어하고 있으니 말이에요. 밥 먹고 차 마시는 게 일상이었던 것처럼,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옛 신농씨의 지혜가 우리 일상에 필요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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