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피터: 마법 선글라스', 글 킴벌리 딘, 그림 제인스 딘, 옮김 박재형, 봄이아트북스
*사진 출처는 교보문고 책 표지.
가끔 그런 날이 있죠. 뭘 해도 기분이 그저 그런 날 말이에요. 물에 푹 젖은 수건처럼 몸은 축축 처지고, 아픈 것도 아닌데 별일 아닌 일에도 두 배 세 배 힘이 들기도 하죠. 이 책의 주인공 피터도 그런 날이었나 봐요. 단 한 번도 기분 나쁜 적이 없던 피터에게 오늘은 너무 우울한 날이에요. 그런데 하필 심술쟁이 두꺼비까지 만나게 됐지요. 가뜩이나 기분이 안 좋은데, 늘 찡그리고 있는 두꺼비를 만나게 되다니. 참 일이 안 풀리네요.
그런데 어쩐 일일까요. 오늘만큼은 두꺼비가 기분이 좋아 보였어요. 한 손에 파란 선글라스를 들고 말이죠. 그리고 피터에게 말해요. "이 멋진 마법 선글라스를 써봐. 기분이 좋아질 거야. 모든 게 달라 보일 거야."
피터는 두꺼비 말대로 마법 선글라스를 썼지요. 그랬더니 세상이 달라 보였어요. 방금까지 주르륵 비 내리던 마음에 짠 하고 햇빛이 들었죠. "새들이 노래하고 하늘은 밝고 푸르러. 햇빛도 반짝이고 있어. 난 괜찮아! 기분이 좋아졌어!"
피터는 멋진 마법 선글라스를 쓰고 다시 길을 나섰어요. 그리고 그 길에서 도토리를 못 주어 화가 난 다람쥐, 뭐 하나 되는 게 없어 답답한 거북이, 놀아주는 사람이 없어 슬픈 악어를 만나게 되죠. 피터는 모두에게 말해요. "이 멋진 마법 선글라스를 써봐." 피터 말대로 마법 선글라스를 낀 동물들은 하나 같이 기분이 좋아졌어요. 진짜 '마법' 선글라스가 분명해요.
그런데 '꽈당' 하고 피터가 넘어진 순간 마법 선글라스가 부서지고 말았어요. 피터는 어찌할 줄 몰라 안절부절못하죠. 깨진 안경이라도 지키고 싶은 피터에게 나무에 앉아있던 올빼미 할아버지가 말해요. "피터야, 마법 선글라스를 껴야만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는 건 아니란다. 항상 좋은 점을 찾으려고 노력해 보렴."
피터는 올빼미 할아버지 말대로 선글라스를 쓰지 않고 주위를 둘러봤어요. 선글라스를 벗으면 세상이 다시 우울해 보일 것 같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죠. 올빼미 할아버지의 말대로 짹짹 지저귀는 새소리, 맑고 푸른 하늘, 반짝이는 햇빛, 정말 모든 게 완벽했어요. 기분이 좋아진 피터는 더 이상 선글라스가 필요하지 않았어요. "우린 괜찮아! 기분이 좋아졌어!"
누구나 피터 같은 날이 있어요. 우울하고 뭐 하나 되는 것 없고. 그럴 땐 우리도 마법 선글라스의 존재를 갈구하죠. '뭘 하면 기분이 좋아질까.' 저도 항상 그 '무언가'를 찾았던 것 같아요. 이어폰을 끼고 있어도 다른 사람이 들릴 만큼 큰 소리로 노래를 듣기도 하고 입안이 아릴 만큼 아주 단 초콜릿을 봉지 가득 사 먹기도 했죠. 근데 그것도 딱 그때뿐이에요. 무언가에 의존해서 잠시 기분이 좋아진 착각이 들뿐, 정말로 나아지는 건 없었어요.
올빼미 할아버지는 그걸 잘 알고 있었던 거죠. 피터의 '마법 선글라스'는 영원하지 않고, 그게 삶을 달라지게 하는 답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에요. 올빼미 할아버지는 마법 선글라스가 아닌 그저 '일상'을 말해요.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삶에서 하루하루 만나는 '좋은 점', 즉 절대 깨지지 않는 너만의 '마법 선글라스'를 찾아보라고 말이에요.
그래서 생각해 봤어요. 오늘 하루 나의 '마법 선글라스'는 무엇이었을까. 비가 왔다 개어서인지 회사까지 걸어가는 출근길 공기가 상쾌했고, 금방이라도 툭 터질 듯 붉은 꽃망울을 단 벚꽃나무길을 지나며 조만간 내릴 벚꽃비를 상상했죠. 이따금 까먹고 챙기지 않던 텀블러를 잘 가져와 출근하자마자 따뜻한 물을 마실 수 있었고, 퇴근해선 16개월 된 둘째 아이가 난생처음 "짹짹" 새소리를 따라 하는 걸 들었지요. 그리고 이렇게 짬 내서 글도 쓰고 있고요. 어느 때와 별로 다를 것 없는 하루를 살았다 싶었는데, 생각해 보니 특별하고 행복했네요.
오늘, 당신의 하루는 어땠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