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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닌 May 19. 2022

아이가 입원했다(1)

응급실에서

아침부터 둘째가 기침을 한다. 감기가 떨어진 지 이 주일도 채 안 된 것 같은데 다시 시작이다. '이번엔 얼마나 가려나.' 대수롭지 않 여겼다.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한 뒤로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바이러스가 돌 때마다 의례 있는 일이었다. 지금까지 그랬듯 조금 앓다 괜찮아질 거라 생각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일반적인 감기 달랐다. 기침의 강도가 시작부터 셌다. 토하듯 내뱉는 기침에선 '컥컥' 가래 섞인 소리가 났다. 그런데도 감기쯤이야 하고 넘겼 것 같다. 토요일인 데다 아침부터 서두르지 않은 탓 병원 월요일로 미놨다. 코로나를 겪을 때 해열제며 기침, 가래, 콧물약을 두둑이 사둔  걱정 없었다. 육아 5년 차, 감기만큼은 겪을 만큼 었다는 자신감이었을까.


기침만 빼면 아이도 크게 아파 보이지 않았다. 하루 종일 잘 놀았고 잘 먹었다. 초저녁까지는 체온도 정상이었다. 밤잠에 들기 전부터 미열이 올랐지만 기침약과 해열제를 먹은 뒤에는 여느 날과 다를 것 없이 잠 잤다.


평소처럼 잠들었지만 아이는 밤새 불편해했다. 자주 기침을 했고, 그러다 보니 자주 깼다. 미열인데도 유난히 힘들어하는 게 보였다.

아침쯤엔 상태가 급격히 안 좋아졌다. 가슴 가운데가 푹 들어갈 듯이 밭은 숨을 내뱉었다. 기침이 거칠고 잦아지니 먹은 것도 없는 속으로 토까지 했다.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건 내가 만만히 봤던 '그 감'가 아니었다.


문 여는 병원을 찾기 어려운 일요일. 곧장 응급실로 갔다. 호흡 곤란이 주된 증상이다 보니 코로나 검사부터 받아야 했다. (코로나에 걸린 적이 있지만 확진 이후 45일이 지나 검사 대상에 포함됐다.) 신속항원검사에서 음성이 떴지만 PCR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잠재적 확진자로 분류됐다. 응급실 한편 유리 자동문이 달린 격리구역 침대로 안내받고 아이를 눕혔다. 아이는 낯선 곳, 낯선 사람들을 경계하며 내 품으로  숨었다.


의사가 와서 아이상태를 살폈고 곧바로 간호사가 해열진통제를 주사했다. 엑스레이를 찍었고 피검사를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의사가 돌아왔다. "집이 근처인가요. 입원하는 게 좋겠어요." 피검사 결과 염증 수치가 높고 엑스레이 상으로 기관지 폐렴이 의심된다는 거였다. 바로 입원하겠다고 말하곤 응급실 밖에서 기다리던 남편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당장 급한 짐을 받아야 했다.


그 사이 아이도 입원을 위한 준비를 했다. 병원복으로 갈아입수액을 달아야 했다.(수액을 단 건 그 전의 일 같기도 하다. 시쳇말로 멘붕 상태였던지라 응급실 안에서 있었던 일이 시간 순서대로 기억나지 않는다.) 아주 가는  주삿바늘도 18개월, 그 작은 몸에는 한 없이 날카로웠다. 아이는 자지러지게 울고 또 울었다.


양팔과 손등, 발 군데군데를 4번이나 찌르고 겨우 혈관을 찾았다. 주사를 꽂을 때 행여나 다칠세라, 우는 아이 위에서 움직이지 못하게 잡고 있던 나도 울었다. 아픈데도 크게 저항하지 못하는 힘없는 작은 몸느껴져 한없이 미안했다. 그저 가벼운 감기라고 여겼던 것, 좀 더 빨리 병원에 오지 않은 것, 그래서 더 아프게 만든 것 같다는 것, 모두가 죄책감으로 돌아왔다. 아픈 아이를 앞에 두고 우는 게 무슨 도움이 될까. 시도 때도 없이 울컥하는 마음을 꾹꾹 눌렀다.


그저 감기라고 짚어 넘길 게 아니었다. 언제나처럼 예측불허인 육아를 또 만만대한 잘못이었다. 육아라는 그 어려운 미로 속에서 나는 여전히 미약하고 허술하고 대책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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