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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닌 Oct 08. 2022

잠 못 드는 밤

다시 휴가의 첫날이라면

정말 가끔이지 이런 날이 있다. 불면증이란 모르고 사는 내가 잠을 못 이루는 날. 카페인에 민감한 1인이라 낮에 마신 커피를 이유로 대 보지만 그 잔을 비운 지 벌써 10여 시간이 흘렀다. 그런데도 여전히 눈을 꿈뻑이며 깨어 있다.


일이 지쳐 휴가를 냈다. 연차를 쓴 건 고작 3일이지만 2간 공휴일이 월요일에 반복되는 횡재 속에 일주일이 넘는 휴가를 누리고 있다. 그 시간 중에도 종종 처리해야 할 일이 있었고 일적으로 걸려온 전화를 받아야 했지만 오랜만에 제주를 떠나 여행을 했고 간만에 며칠 이상을 컴퓨터 앞을 떠나 지냈다. 아이 둘을 함께 데리고 간 일정이라 아이들을 위한, 아이들에 의한 여정이어도 돌림노래처럼 반복되던 일상 속 변주 자체가 쉼이었다. 여행 3일째 되던 날, 퇴근길이면 고질적으로 벌게지던 눈이 맑아진 걸 느꼈다.


휴가가 끝을 보여서인가. 돌아가서 마주해야 할 일이 벌써 부담이 돼서 일까. 쓸데없는 걱정까지 사서 하는 난, 쉽게 잠들지 못하는 밤에 핸드폰 자판을 두 엄지로 누르며 마음까지 꾹꾹 누른다. 이런저런 고민과 불만, 투정을 꺼내놓다가 다시 지우고는 이내 삼켜버린다. 그다지 어렵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는 데 생각이 미치면 괜히 이 모든 게 부끄러워진다. 결국에  끝은 '할 일이 있고 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가'라는 자기계발서적인 주문. 잠이 안 와도, 솔직해지지 못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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