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쓴다는 것

브런치 초창기 때부터 브런치를 봐왔던 내가,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하게 된 이유는 어떤 브런치 작가님 덕분이다. 작가님 글은 작가님의 비밀들이 잔뜩 풀어져 있었다. 그 소중한 비밀스런 편지 같은 게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공감을 주고 위로를 안겨주고 있었다. 종종 브런치에 들어와 작가님의 글을 읽는데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거 같기도 해서, 때로는 날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위로를 받는 거 같아서 신기했다. 그래서 나도 혹시 내가 몰래 쓰고 감춰뒀던 글을 누군가에게 보여줄 수 있을까 싶었다. 그냥 내 일기장을 공개할 수 있을까 싶었다.

한번 브런치 작가를 신청했는데 안 됐다. 그리고 몇 달 뒤 한번 다시 도전해 봤다. 어떤 글을 쓸 거냐라는 질문에 그동안 서랍에 간직해 뒀던 글의 주제와 평범한 내가 겪었던 일들을 나눠 나열했다. 그런데 갑자기 브런치 작가가 되어 이제 글을 발행해도 좋다고 메일이 왔다. 너무 기뻤다. 몇 년 간 바라보기만 했던 이곳에 나도 글을 올릴 수 있는 사실이. 그런데, 글을 올리다 보니 원래 내가 생각한 글들을 올리기가 조금 망설여졌다. 많은 사람이 보진 않더라도 얼굴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나의 속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이렇게 평범한 내가 이곳에 글을 올려도 되는 걸까? 이곳에 글을 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왜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싶었을까?

나는 글을 쓰는 걸 좋아한다. 그런데 그렇다고 필력이 좋거나 읽고 싶은 글을 쓰진 못한다. 그런 글을 쓰는 건 생각해 보지 않았다. 약간 두려운 거 같지만 매일은 아니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신형철 작가님 만큼은 절대 따라가지 못하더라도 일단 써보는 건 어떨까? 

어렵게 느껴지지만 글을 쓰면 내 마음이 부드러워지는 걸 느낀다. 어느 사랑이 잠깐 와서 머무르는 거 같다. 단순히 타자로 떠오르는 텍스트를 마음 따라 나열하는 건데 이상하게 누군가 내 마음을 톡톡 건드린다. 마치 편지를 읽는 느낌과 같다. 브런치는 어쩌면 각자의 편지들일까? 나는 편지를 좋아하니까, 편지 쓰는 걸 좋아하니까 편지를 한번 여기다가 써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