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정상으로 가는 길

by 하지은

제주에 있는 오름들을 지나가다 보면 꽤나 높아 보였다.

하지만 한라산을 등반하기 전 산을 바라 보았을 때 한라산은 얼마나 높은지 감이 오지 않았다.


한걸음 한걸음 옮겨 정상으로 가는 길

절벽이 얼마나 높은 산인지를 다시금 되새겨준다.


거의 다 온 듯한 언덕을 오르고 또 오른다.


마침내 절벽 위 높이까지 도착했다.

절벽 위에 서보니 오르며 보았던 절벽은 보이지도 않고

그저 지나온 길 그리고 멋진 풍경이 보인다.


한라산 아래에서 보았던 오름들은

낮은 언덕처럼 보인다.


거의 다 온듯한 길을 또 오르다 보면 다시 정상으로 가는 길.

언제나 도착할 수 있을지

목적지 나오긴 할 지 하는 생각에

힘들고 험난하게 느껴지지만

거의 다 다다랐을 때에는 적응이 된 듯 쉬엄쉬엄 올라갈 수 있는 느낌을 준다.


정상에 올라보니 우리의 인생과 너무나 똑같음이 느껴진다.

원하는 목적지, 누군가에게는 정상이라 여겨지는 그 어딘가에 다다르기까지

우리는 항상 그 위를 보고 가기 때문에

높아 보이기도 하고, 그 높이가 감이 오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막상 어느 정도 올라가면

다 온듯한 느낌이 들며 수월함이 느껴진다.


헌데 몇걸음 더 가다 보면 끝이 아님을 알고

다시금 올라가는 길. 어쩌면 더 험난한 길이 기다릴 때도 있다.


가끔은 여기서 포기하자니 다시 내려가는 것이 더 힘들 것 같고,

올라가자니 언제까지 일지 몰라 막막함이 느껴질 때도 있다.


그래서 그냥 또 걷는다.

걸어온 습관이 몸에 베었는지

익숙함을 느끼게 될 때 쯤 정상에 도착하게 된다.


도착 후 돌아본 나의 지나온 날들은 어떠한가?

걸어 오면서는 험난하고 고되고 힘든 여정이었지만,

막상 돌아보면 그 또한 아름다운 추억으로 보일 때가 있다.

또한 당시에는 높아 보였던 산들(오름)이

더 높은 곳에 오르면 작은 언덕에 불과했던 것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더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된다.

영원히 정상에 있을 수만은 없다는 것을.


더 높은 정상을 향해 가려고 해도

우선 내려와야 옮겨갈 수 있음을.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파도는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