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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지은 Jul 05. 2019

일년만의 눈물

정말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면 어떤지 아세요?

굉장히 슬플 거 같죠. 하지만 그렇지 않더라고요.

오히려 그 사람이 정말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더 큰 것 같아요. 

눈물도 나오지 않을 만큼 누군가는 냉정해 보일 수 있지만 

실상 마음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당사자는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만 그런 것이 아니에요.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하는 회사를 떠나야 할 때도 같은 마음입니다.


1년 전. 2018년 6월 29일.

2012년부터 다녔던 회사를 그만 두던 날.

보통은 퇴사하는 날이기에 자리 정리 후, 오후에는 인사를 다니고 조기 퇴근을 하는 일정을 보내게 되지만

정규 퇴근 시간 7시도 넘긴 후에 회사 밖으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혹여나 출입카드 반납을 해야하는데 담당자가 먼저 퇴근 하면 어쩌나 하며 말이죠.


한참을 생각해봐도 그날은 아무 느낌이 없었습니다. 가슴에 아무런 반응이 없었어요.

무덤덤한 것도 아니고, 정말 아무런 느낌이 없었습니다. 

홀가분 하지도 시원섭섭하지도 않은 정말 무감정.


아! 아주 잠깐 눈물이 흐를 뻔 한 순간은 있었네요. 정신적 지주처럼 함께 해주시던 다른 팀 팀장님이 말 없이 안아주실 때. 서로 말하지 않지만 그 마음이 느껴져서 순간 뭉클.


하지만 그래도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통곡을 하지도, 눈물이 눈물샘을 넘지 않는 선이었어요.


이상하기도 하겠지만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회사를 나와 언제 회사를 다녔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바로 저만의 일상을 꾸려나가게 되었습니다. 보통은 회사 다니던 습관이 있어서 허전하기도 할텐데 그런 것도 없었네요. 앞으로 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맞춰 할 일들을 하나씩 해나갔던 것 같아요.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 새 퇴사한 지 1년 그리고 몇일 지난 오늘.

그날 이후로 눈물샘이 고장났나 싶을 정도로 한번도 보이지 않던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 내립니다.


지은아 나 오늘자로 백수~^^


정신적 지주 팀장님의 메시지에 1초 당황 후, 어디서 숨어 있었는지 온 몸에 담겨 있던 눈물이 고장난 수도꼭지처럼 흘러 내리기를 몇 시간. 


아무런 말도 하고 싶지 않고 떠오르지 않고 모든 감정이 말로 표현이 되지 않는 시간.

팀장님 퇴사가 왜 그렇게 슬프냐고요?


팀장님의 퇴사가 슬픈 것이 아니라,  

그 시점까지 왔을 팀장님의 마음이 너무나도 가슴 깊이 이해가 되기 때문입니다. 


회사를 나오며 아무렇지 않은 듯 했지만,

저는 그저 저를 위해 선택한 길이라 생각하며 나왔지만, 

늘 가슴 한켠에는 회사가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항상 있었습니다.


회사를 정말 사랑해 본 사람은 압니다. 애사심 가득 일을 했던 사람들은 알거에요.

개인의 선택은 자신을 위한 것이라도

그 이후에도 회사가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

그리고 남아 있는 함께 마음을 나누었던,

회사를 정말 사랑하는 사람들이 잘 지켜주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런 이들이 하나 둘 회사를 떠난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개인의 앞날은 응원하지만, 

한편으론 회사의 앞날도 걱정이 되기도 했어요. 


정말 회사를 사랑하는 사람들

회사가 곧 나이고, 내가 곧 회사였던 사람들이 떠나는 그 곳


속상하고 착잡하고 슬픈 마음이 이제서야 올라오는 것은

어쩌면 마지막 회사 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온 마음을 다해 사랑했던 그 감정이 더 이상 다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모든 감정을 스스로 모른체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닌지. 


하지만 지금은

마지막 희망의 불씨까지 사라져버린 기분이라고 해야할까요.


처음 이렇게 퇴사일에 대해 언급을 하고 기록을 해 보는 것 같습니다. 

다이어리에는 간단한 기록만 있고, 그 당시 심정을 담은 글귀는 어디에도 흔적이 없네요.

누군가에게 입밖으로 내보지도 않았던 그날. 

그리고 1년간 저장되어 있던 마음


이제는 회사도 마음에서 그만 놓아주어야 한다는 때라는 의미 같기도 합니다.


함께 고민하고 울고 웃으며 지냈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밤.


가슴 속 온 마음을 담아 적어 흘려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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