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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Mar 06. 2021

숲 속의 작은 집

한 번 내뱉은 말도 조심해야 하지만, 내뱉는 글도 조심해야 한다. 때로 작가들은 본인의 책 구절에 발목이 잡힌다고 한다. 그것도 유명해야 가능한 것이겠지만. 본인이 써놓은 글에 나중에 "작가님, 이렇게 써놓지 않으셨나요?"라고 덜컥 뒷덜미를 잡힐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나도 내 글에 스스로 발목 잡힌 기분을 받은 적이 있다. 내가 써놓은 글이 나를 상징하는 틀이 되어 되레 자아를 가둔다. '아, 난 이런 사람인데.'라고 말이다. 자유로운 자아의 성장을 막는 글은 지양해야겠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글의 힘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내가 되고 싶은 자아를 글로 적어 이상적인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자. 그것을 자꾸 읽으면 이상과 현실의 갭을 메우고자 하는 무의식은 이상을 향해 내 모습을 바꿔 나간다.


내가 원하는 미래를 상상하면, '숲 속의 작은 집'처럼 작은 집에서 살고 싶다. 꼭 필요한 물건만 소유하며 말이다. 공기가 맑은 숲 근처, 작은 텃밭이 있거나, 동네 장터에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집이 있으면 더할 나위 없다. 자전거로 가도 좋고. 싱싱한 야채와 제철 과일을 사 와서 요리를 하고, 낮잠을 자고, 따분해 책을 펼치는 단조로운 일상. 먼 곳으로 여행 갈 필요 없이 일상에 만족하며 손님이 놀러 오면 맛있는 한 끼 대접할 수 있는 공간의 주인이고 싶다.


화려한 장식은 아니어도, 계절에 맞게 집도 꾸밀 것이다. 성탄절이 다가오면 작은 크리스마스 장식이, 여름에는 볕 좋은 날 큰 창문으로 빛이 들어와서 빛 자체가 장식이 되면 더 바랄 것이 없으리라. 내 집이 손길이 필요한 공간이면 좋겠다. 하나씩 나의 손으로 길들일 수 있도록.


/ 2018.12월에 작성하고 조금 다듬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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