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광복의 그날을 위해, 오늘도 나아가는 이유
한때, 내 생각도 말도 행동도 모두 누군가의 손아귀에 있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요구와 억지에 맞서 증명하려 애쓰다,
긴 세월 진이 빠져버렸지요.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알게 됐습니다.
내가 CCTV 속에 있다는 걸.
마치 동물원 원숭이처럼, 누군가의 감시 속에 살아가고 있었던 거죠.
그때 처음 인정했습니다.
사람의 본성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는 걸.
어릴 적엔 노력하면 관계가 달라질 거라 믿었지만,
살아보니 아니더군요.
세상은 힘의 논리로 움직였습니다.
돈과 권력을 쥔 사람들은 약한 사람을 통제했고,
정의도 사실도 그 앞에서는 종종 힘을 잃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정치의 폭압을 탓하지만,
그 힘은 정치에만 있지 않았습니다.
가정에도, 직장에도, 관계의 크고 작은 틈마다
같은 그림자가 어김없이 드리워져 있었지요.
그런 환경에서, 나 역시 나를 키우지 못한 채
내 시간과 에너지를 끝없이 내어주며 살아왔습니다.
내가 쪼그라드는 동안 욕심 많은 이들은 덩치를 불려 갔고,
이윽고 그 힘으로 모든 걸 통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니 올가미는 결국 내가 만든 겁니다.
갖추지 못해 분별력이 부족하면, 어쩔 수 없습니다.
끌려 다닐 수밖에요.
이 모든 상황을 인식할 즈음이면, 대부분은 이미 피폐해지고 고립되어
감히 벗어날 생각조차 하지 못하죠. 누군가 도와주기 전까지는요.
나도 더는 버티지 못하고 그 삶의 열차에서 뛰어내렸습니다.
그동안 쌓아 올린 모든 것을 버린 채로요.
생각해 보면, 그 모든 것 속에 ‘내 것’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나는 한 사람의 인격으로 존재하기보단
누군가를 위해 기능하는 부속품에 가까웠습니다.
모든 걸 잃은 날, 이상하게도 슬프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웃음이 며칠이고 끊이지 않았습니다.
다시는 내 것이 아닌 세상에서,
내 것인 양 연기하며 살지 않아도 된다는 해방감이 밀려왔습니다.
그날을, 나는 내 인생의 '광복'이라 불렀습니다.
하지만, 수년이 지나서야 알았습니다.
그건 완전한 광복이 아니었다는 것을.
나는 다만 살아남기 위해 탈출했을 뿐,
과거로부터 자유로워지진 못했습니다.
여전히 이전 삶의 그늘이 내 일상에 스며들었고,
풀지 못한 숙제들이 내 발목을 붙잡았습니다.
새로운 세상을 열기 위해선 반드시 과거의 세상을 닫아야 합니다.
그러려면 지난 삶에서 끌고 나온 미련과 숙제들을
제대로 정리해, 말끔히 떨어내야 하지요.
그 과정이 쉽진 않습니다.
잊고 싶은 기억을 다시 마주해야 하니까요.
이미 아문 상처를 다시 헤집게 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제는 체력이 회복되고 있으니, 이겨낼 수 있습니다.
긴 시간 동안, 수차례 묵은 짐을 떨어내고 나서야 비로소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내 인생엔 아직 광복이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누굴 위해 빛을 밝히기엔 아직도 갈 길이 멉니다.
이제 겨우 내가 누구이고, 무엇을 해야 할지 조금씩 감을 잡아갈 뿐이지요.
그래서 지금은 작은 불씨를 빚고,
그 불씨를 키울 불쏘시개를 바지런히 모으는 중입니다.
아주 소박한 시작이지만, 분명 나만의 여정이 시작된 순간이었습니다.
오늘도 나는 열차의 도면을 그리며,
매일 조금씩 선로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막상 시작하고 보니 배워야 할 것들이 끝도 없지만,
새로운 세상을 살아가려면 그 세상을 먼저 배워야 하기에,
기꺼이 배우며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렇게 꾸준히 노력하다 보면
어느새 열차는 힘차게 달리기 시작하겠지요.
그날엔, 내 열차를 필요로 하는 이들을 태우고,
함께 달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모두 함께 웃는 그날이 오면
진짜 광복의 노래를 힘차게 부를 수 있을 테지요.
나의 오늘 이 희망이
당신에겐 이미 이룬 꿈이기를.
아니라면, 당신도 반드시 이루어 내기를 바랍니다.
자유와 풍요의 함성으로,
힘찬 미래를 열어가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