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웃고 삽시다

웃다가 흐렸다가, 그래도 봄

by 지은담
좀 웃고 삽시다, 봄도 저렇게 먼저 웃고 있으니.

어제는 보이지 않던 봄의 전령들이 오늘은 여기저기서 눈길을 끕니다.


카페거리 낡은 의자 위, 말라버린 화분 사이로 작은 인형들이 참새처럼 앉아 뭐가 그리 좋은지 함박웃음을 짓고 있습니다.


나도 슬쩍 같이 웃어주고 다리 건너 개천가로 접어드니, 성질 급한 벚나무 한 그루, 저 혼자 난리가 났습니다.

호숫가, 그 많은 벚나무는 아직 꽃봉오리도 제대로 맺히지 않았는데, 이 나무는 벌써 꽃잎을 앞다투어 터뜨리고 있습니다. 팝콘 터지듯 여기저기에서 펑, 펑. 참 바지런도 합니다.


이맘때면 양지바른 곳에 지천으로 피어 있는 앙증맞은 푸른 꽃들도 눈에 들어옵니다.


바닥에 빼곡히 흩어져 있는 요 작은 꽃들을 보다 보니, 어린 시절 먹던 건빵 봉지 속 별사탕이 떠오르더군요.

누런 종이봉투를 뜯어 고소한 건빵부터 먼저 먹고, 마지막에 남은 작은 별사탕은 고사리 같은 손바닥에 올려놓고 요리조리 한참을 들여다보곤 했습니다. 예뻐서 차마 먹기 아까웠던 기억이 납니다.


별사탕 닮은 꽃 이름이 궁금해지더군요. 꽃말을 찾아보았다가 기함을 했더랬습니다.

에구머니나! 이렇게 귀엽고 앙증맞은 꽃 이름이 어쩌다 그런 숭한 이름이 붙었을까요?


어떤 짓궂은 양반이 이름을 지었는지 참…


세월이 흐르면 지명도 더러 바뀌고 사람 이름도 쉽게 고치는 세상인데...

요상한 꽃이름이나 여러 동식물 이름도 한 번쯤 새로이 고쳐보는 건 어떨까 싶습니다.

국민 공모전이든 어떤 방식으로든 조금 더 다정하고 재치 있는 이름을 붙여보면 얼마나 재밌을까요.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혼자 웃음이 톡 터졌습니다. 할미꽃도 이렇게 고운데, 쑥스러운 듯 조신한 어여쁜 이름으로 바꾸면 아마도 전국 팔도의 할미꽃들이 춤을 출 겁니다.


이런 재미난 국민 참여 공모전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해학의 민족답게 넘치는 끼와 익살을 댓글창이 아닌 곳에도 풀어내며, 사계절을 축제처럼 즐기면 얼마나 좋을까요.


매일같이 절망만 빚어내는 뉴스 말고, 이런 유쾌한 뉴스도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좀 웃고 삽시다.


오늘따라 개천 물 흐르는 소리도 유난히 신명 납니다. 따라 어깨춤이라도 추려는데 어째 산책 나온 사람들이 하나같이 이상합니다. 푹 내려쓴 모자에 시커먼 선글라스, 그리고 깔맞춤한 마스크로 얼굴을 죄다 가렸습니다.

이래서 어머니가 전화를 주셨던 게지요. 전화 말미에 미세먼지가 심하다며 마스크를 꼭 챙기라고 신신당부하셨는데...


그 생각이 드는 순간 괜히 입안이 텁텁한 것도 같고, 먼 풍경이 뿌옇게 보이는 것도 같습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화사한 봄꽃 속에서 선명한 봄을 만끽하고 있었는데, 순식간에 마음에 미세먼지주의보가 내려버렸습니다.


고놈의 생각이란 참 짓궂습니다. 쾌청하던 기분에 어쩌자고 먹구름을 끼얹다니요.


입꾹닫. 스멀스멀 히잉~^^


내가 이상한 게 아닙니다.


봄이라 그렇습니다.

개불알꽃.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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