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잘 놀았습니다

화와 놀지 않기로 했습니다

by 지은담


얼마 전 누가 조심스레 묻더군요

자신이 그렇게 많이 화를 내었는데 왜 당신은 화를 내지 않냐고요


한동안 그분에게 어마무시한 감정적 폭풍이 휘몰고 간 직후였지요


"다 맞는 말이더구먼, 화를 왜 내요"


감정을 빼고 들으면 영 틀린 말도 아니었죠

뭐든 삼키면 언젠간 내게 도움이 될 자료였으니까요


불같이 감정을 쏟아내는 이들은 대개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 화를 냅니다


그 내막도 모르면서 내 맘 상한 게 억울해

같이 화를 내버리면 일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 마련입니다


마치 감정의 전장 한복판으로 폭탄을 안고 뛰어드는 일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조금 불편합니다

뭔 일인가 싶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고 말이지요

하지만 시간 지나 열기가 한풀 꺾이고

오해가 저절로 풀리고 나면

문제라고 여겼던 사실들 가운데 상당수는 실체도 없이 사라져 있곤 했습니다


가끔씩 속으로 되뇝니다


"제발 어울려 놀지 말자


화와 어울려 놀지 말자

홀라당 타는 건 내 속이다


불평과 어울려 놀지 말자

비뚤어지는 건 내 얼굴이다"


예전엔 나도 화에 푹 절어 살았습니다

얼굴이 종종 울그락푸르락했던 시절이 있었지요

말끝마다 분노가 실리기 일쑤였습니다


어느 날부턴가 노는 친구를 바꿔보았습니다


화 대신 뭐든 배울 곳을 기웃대고

얼굴을 구기는 대신 "감사합니다"를 주문처럼

외우며, 억지웃음이라도 웃고 지내다 보니

알게 모르게 내가 달라져 있었습니다

어느새 마음이 편안해져 있더군요


비틀린 얼굴과 몸이 제자리를 찾아 돌아오고 건강과 좋은 인연들, 자존감까지 살뜰히 챙기게 되었습니다


한 번씩 몸이 아프면 말이죠

되돌아봅니다

여태 누구랑 놀고 있었는지...

살아보니 화로 바꿀 수 있는 건 별로 없었습니다

내 건강과 내 세상을 나락으로 보내는 것뿐.

화하고만 놀다간 결국 화만 키우느라 아까운 내 힘을 낭비할 뿐입니다


내 맘이 편해야 건강도 돌아오고 문제 해결력도 생기더만요


오늘도 잘 놀았습니다

예쁜 친구들과 참 고마운 곳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