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맞이 대청소를 하다가...

청소 끝에 마주한 나의 속사정

by 지은담

봄맞이 청소를 하다가

한 달여 붙들고 있던 과제를 어제로 마무리했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그동안 미뤄 두었던 봄맞이 청소를 했습니다.


겨우내 묵은 먼지를 닦아 내고, 본품에 딸려 왔지만 정작 쓰임새는 모호한 잡동사니들을 과감히 버렸습니다. 물건을 하나씩 꺼내 정리하다 보니, 내 미련과 집착이 어디에 많았었는지가 한눈에 들어오더군요.


한때 그 물건들은 저마다 획기적인 효능을 약속했습니다. 광고 속에서는 분명 반짝였고, 그것만 있으면 난 좀 더 괜찮아질 것처럼 느껴졌지요.

그러나 결국 내게 남은 것은 골칫덩이 쓰레기뿐이었습니다.


매번 속으면서도 또 욕심에 눈이 멀어 지름신을 불러들이는 일이 어느새 일상이 되어 있었습니다.


이렇게 마주하지 않았다면 평소의 내 꼬락서니를 어찌 알았겠습니까.


불편하더라도 꺼내 보고, 들춰 보고, 직면해야 비로소 숨겨진 내 못남도 눈에 들어옵니다. 그래야 반성도 하게 됩니다.


모처럼 손걸레질로 구석구석 묵은 때를 벗겨 냈습니다.


거실은 말끔해졌는데 이상하게도 예전만큼 개운하지는 않더군요. 잠시 누워 쉬다 보니 그 이유를 알 것도 같았습니다. 내 머릿속 생각들은 아직 정리가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눈뜨자마자 밥도 미루고 청소부터 했던 이유도 어쩌면 거기에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눈에 보이는 먼지를 닦아 내듯, 머릿속을 둥둥 떠다니던 생각들도 좀 정리하고 싶었던 것이지요.


가만히 들여다보니 그 생각들 역시 별것 아니었습니다. 만고 쓸데없는 것들뿐이었습니다. 깊이도 없고 생산성도 없고, 공연히 사람 진만 빼는 생각들이었습니다.

그런 생각들이 온통 내 하루를 어지럽히고 있었습니다.


아직 갖춤은 부족한데 가지고는 싶고, 준비가 덜 된 것을 억지로 메우려 욕심을 내다보니 그런 모자란 생각들이 켜켜이 쌓이고 있었나 봅니다.


비슷비슷한 물건들이 채 쓰이지도 못한 채 먼지와 함께 구석에 쌓여 있다 버려졌습니다.

비슷비슷한 생각들도 하루 종일 일상을 침범하며 내 정신을 갉아먹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이 생각들도 정리해야겠습니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물건이든 생각이든 그렇게 쌓이게 만든 바탕에는 허한 내 마음이 있었습니다.


결국 나 스스로가 불만족이었던 게지요. 정말 내게 필요한 물건이고, 정말 내 삶에 필요한 생각이었다면 그렇게 쌓아두기만 하지는 않았을 테니까요.


요만큼 작은 질량의 삶을 사는 나조차도 욕심이 일상이고, 불필요한 생각들마저 집착으로 뭉쳐 큰 먼지구슬처럼 이리저리 굴러다니는데, 하물며 힘과 권력을 지닌 이들이야 오죽하겠습니까.


묵은 때도, 욕심도, 집착도 훨씬 더 두터울 것입니다.

그러니 제 더러움은 덮어둔 채 타인의 허물만 자꾸 털어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구석에 묻혀 있던 물건의 포장을 벗겨 제자리를 찾아주고, 쓰임이 다했거나 오염된 것들을 치우고 나니 청소가 얼추 끝이 났습니다.


잠시 쉬는 틈에 SNS를 들여다보니 요즘 들어 정치인들이 자주 눈에 띕니다. 아주 혹할 모습으로 말이지요. 다시 선거철이 다가오나 봅니다.


청소도, 그 뒤에 분별로 제자리를 찾아주는 일도, 잘 쓰이도록 살펴보는 일도 결국 우리 몫이겠지요.


깨끗이 쓸어내는 것보다 그다음이 더 중요할 듯합니다.


무절제한 소비로 다시 어지럽힐 것인지, 아니면 바른 분별로 꼭 필요한 것을 찾아 오래 잘 쓰며 살아갈 것인지. 무겁지 않게, 조금은 가뿐히 살아가려면 선택의 무게를 알고 신중해야 할 듯싶습니다. 화려한 광고와 불필요한 덤에 속지 말아야 하는 것도 그 이유일테고요.


나이가 드니 대청소도 여간 힘에 부치지 않습니다.

밖으로나 안으로나 쓰레기가 쌓이지 않도록 평소 깨어 있는 습관을 지니는 것이 제일 편한 길인 듯한데, 그게 또 참 어렵습니다.

대략 난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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