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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하고 중요한 것

오늘도 빛나는 하루

by 내가 지은 세상

한때는 오로지 공부 잘하는 것, 일 잘하는 것만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때가 있다. 학생이라면 공부를 잘해야 하고, 사회인이라면 일을 잘해야 한다. 공부와 일, 그게 인생의 '핵심'이고 그것들을 잘하지 못한다면 그 외의 것들은 하나도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대화를 할 때에도 '핵심'을 잘 해내기 위한 대화만 하면 되지, 왜 수다를 떨고 궁금하지도 않은 개인사, 취미 같은 것들을 이야기하는지 이해 못 했었다. 목적을 가지고 특정 과제나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하라면 얼마든지 할 이야기가 많지만, 점심시간이나 회식 자리에서는 의미 없는 남의 이야기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며 얼른 그 시간들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던 것 같다.


어릴 적에 엄마에게 물어본 적도 있었다.

"엄마, 사람들이랑 수다를 왜 떨어야 해?"

"그건 사람들 사이의 윤활유 같은 거야."

라고 엄마는 대답했었다.


그런데 요즘 진짜로 내 일상을 버티게 하는 것들이 무엇인가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 결국 주변 동료들의 배려로 만들어지는 아주 사소한 담소의 순간들이다.


한참 일에 집중하다 지쳤을 때,

"지금 많이 바쁘세요? 아니면 5분만 같이 멍 때려요."

"시간 괜찮아요. 같이 내려가서 커피 타 가지고 올까요?"

"네 좋아요."

잠깐의 휴식을 함께할 사람이 있다는 것.


따로 점심 먹고 들어온 날,

"일찍 들어오셨네요! 식사는 맛있게 하셨어요?"

물어봐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출출하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오후에,

"아! 제가 집에서 맛있는 간식 가져왔는데! 같이 먹어요."

선뜻 나누는 사람이 있다는 것.


오래간만에 휴가 쓰는 날에는,

"내일 휴가예요? 안돼~ 그럼 나 쓸쓸한데"

농담처럼 애정을 표현해 주는 옆자리 동료가 있다는 것.


결국 이런 순간들이 내 삶을 지탱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미국에 사는 친구가 해준 이야기가 있다. 미국 사람들은 서로 모르는 사이인데 서로 눈을 맞추고 인사를 하고 안부를 묻는다. 산책하다 맞은편에서 오는 사람들과, 마트 계산원과, 카페 종업원과 담소를 나눈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우리가 비록 서로 잘 아는 사이는 아니지만 이웃으로서 서로를 지지하고 지탱하고 있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런 사소한 표정과 말 한마디가 서로의 일상을 지켜준다.


그런 걸 느끼게 된 후로는, 나도 사람들에게 조금씩 말을 걸고 오지랖을 부린다.


우연히 들어간 식당에서 맛있는 밥을 먹고 나서는

"여기 지나가다 들른 건데 너무 맛있어서 놀랐어요. 잘 먹었습니다."

"아 정말요?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너무 감사하네요."

평소 같으면 혼자 생각만 할 것을 말로 꺼내어본다.


카페에 혼자 가서 앉아있다가 단체 손님이 오면

"여기 테이블 붙여서 앉으세요. 제가 다른데 앉을게요"

"오 감사합니다."

요청하기 전에 미리 배려해 본다.


버스에서 앞자리 아주머니의 귀걸이가 떨어질 락 말락 하면

"여기 오른쪽 귀걸이가 풀렸어요."

"어머 네 감사합니다."

평소 같으면 못 본 체했을 것을 이야기해 본다.


법정 스님이 그러셨다. '하루에 하나라도 착한 이야기를 듣고 착한 일을 하면 빛나는 하루가 된다'라고. 사소한 대화들로 우리의 매일을 빛나는 하루로 만들고, 그것이 켜켜이 쌓여 빛나는 인생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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