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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잘노는양슨생 Mar 22. 2023

2학년의 첫날, 여섯 살의 첫날

우리의 첫날을 축하해

 3월 2일 첫째의 2학년 첫날, 둘째의 여섯 살 첫날이었다. 작년 초등학교 입학식 때는 '처음'이라는 설레는 순간을 같이 누렸었는데 2학년이고, 또 다니던 유치원의 여섯 살이니 새 학기 시작에 대한 별 감흥이 없었다. 


 그러다 자람캠퍼스 단톡에서 한 분이 해주신 이야기에 눈이 번쩍 뜨였다. 


기관에 다니는 친구들은 모두 오늘 새로운 시작을 하겠네요!

며칠 전엔 아이가 왜 1학년 되는 것만 축하하는지 묻더라고요.

자기는 2학년 되는데, 이것도 새롭게 시작하는 건데 첫날 학교 다녀오면 본인도 축하해 달라며�

이것은 질투인가, 신입생 축하하는 마음이 부족한가, 본인도 기어코 챙기겠다는 건가,

제 입장에선 뭐 이런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격하게 안아주고 끝내면 아쉬울라나요?

출처 : 자람캠퍼스 단톡 중


출처 : 자람캠퍼스 단톡 중


 2학년도 새롭게 시작하는 건데 첫날 학교 다녀오면 축하해 달라는 아이의 이야기를 전해 듣고 나니, 나도 우리 아이들의 첫날을 축하해주고 싶어졌다.

 나의 학창 시절을 떠올려보니 매년 새 학기가 시작될 때 불안한 마음에 긴장되어 등교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2학년 된 거 축하해!"

"여섯 살 된 거 축하해!"


 축하한다는 말을 건네고 동네 문구점에 가서 축하선물을 사주겠다고 했다. 3000원씩 고르면 사주겠다고 하니 둘째 아이는 장난감을 사주면 안 되냐고 묻는다. 삼천 원을 훨씬 넘는 장난감은 사줄 수 없다고 하니 둘째가 툴툴댔지만 문구점에  가득 차있는 형형색색의 문구류들을 보니 눈이 휘둥그레진다. (후훗 귀여운 녀석들)


 두 아이와 함께 문구점을 돌아다니며 아직 돈의 개념이 없기에 맘에 드는 물건들의 가격을 알려주었다. 

"연필 500원

지우개 900원

이거 사면 1600원 더 살 수 있어."

라고 말해주니 신나 하는 첫째의 모습을 보니, 슬며시 웃음이 난다.


 친구들에게 건네받은 포켓몬카드들로 거래놀이에 눈 뜬 두 아이. 한 번도 포켓몬카드를 사준 적은 없었는데, 지나가는 아이가 문구점에서 포켓몬카드를 사는 장면을 보니 "나도 포켓몬카드 살래!"하고 둘째가 외친다.


포켓몬카드는 한 봉지에 1000원


 둘째는 한참을 둘러보더니 "엄마 3000원이면 포켓몬 카드 몇 개 살 수 있어?"라고 묻는다.

세 개 살 수 있다고 하니 삼천 원을 포켓몬카드에 올인하는 둘째다. 반면 첫째는 연필과 지우개를 고르고 남은 돈으로 포켓몬카드 하나를 샀다. 나는 반투명인덴스테이프 포스트잇을 샀다. '첫날을 같이 마주하는 엄마인 나도 축하할래!'라는 마음이랄까.


 두 아이와의 선물쇼핑을 마치고 나오는데 웃음이 났다. 어쩜 저렇게 둘이 다를까 싶었다. 

한편으로는 자람프렌즈분의 이야기 덕분에 2학년의 첫날을, 여섯 살의 첫날을 소소하게나마 축하해 줄 수 있어 기뻤다.


 앞으로도 너희들의 첫날을 같이 축하하자 우리♥ 

매해 첫날의 시작이 설레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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