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시절 자취를 할 때 가장 서러운 순간은 아플 때였다. 혼자 아파서 꼼짝 못 하고 이불 속에서 식은땀을 흘리며 웅크리고 있다가, 조금이라도 움직일 수 있으면 힘을 내서 일어나 약을 먹었다. 그중 어떤 때는 진통제도 소용 없을 정도로 아팠다. 혼자 자취방에서 고통을 참고 또 참다가 결국 직접 119에 전화를 걸어 앰뷸런스를 타고 병원에 갔다.
그런데 오늘이 그랬다. 회사에서 일을 하는데 갑자기 3시경에 머리가 깨질 듯한 두통이 찾아왔다. 그와 함께 위경련처럼 배가 몹시 아프더니 계속해서 식은땀이 났다. 일을 도저히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잠시 자리에 엎드려 있었다. 하지만, 잠시 쉬어도 통증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퇴근 시간을 두 시간 남기고 반차를 쓰며 조퇴를 했다.
택시를 타고 집에 도착해서 문을 열자마자 가방을 내던지고 외투를 입은 채 그대로 소파에 누웠다.
1시간쯤 지났을까. 시계를 보니 유치원에 아이를 데리러 갈 시간이었다. 일단 급한 김에 액상 두통약과 소화제를 한꺼번에 먹고 배를 움켜 쥔 채 아이를 데리러 갔다. 아이는 오늘도 즐겁게 놀았는지 밝게 웃으며 “엄마!”하고 뛰쳐나왔다. 나도 애써 웃으며 아이를 반겼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오순도순 이야기도 나눴다.
집에 와서는 아이를 위해 남은 기력을 모두 모아 간신히 밥상을 차렸다. 그리고는 아이에게 말했다.
“미안한데, 엄마가 오늘은 너무 아파서 밥을 먹여 줄 수가 없어. 혼자 밥 먹을 수 있지?”
“응.”
“고마워. 그럼 엄마는 네가 혼자 밥을 먹을 동안 잠시 소파에 누워서 쉴게.”
“응.”
아이들이 혼자 밥을 먹는 것은 쉽지 않은데 입이 짧은 아이는 금새 숟가락을 놓는다
나의 간절한 부탁과는 달리, 아이는 밥을 서너 숟가락 떠먹다가 갑자기 식사를 멈추고 장난감을 가지고 놀기 시작하더니 좀처럼 다시 밥을 먹지 않았다. 아이에게 밥을 먹여야 했지만, 통증 때문에 도저히 일어날 수 없었다. ‘당장 내가 너무 아픈데 어쩌겠냐...내가 안 아파야 아이를 돌보지...’하고 나를 합리화하다가, 아이가 또래 몸무게의 평균 이하인 것이 마음에 걸려서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다. 당장 내가 아파 죽겠는데에도 불구하고 결국... 난 다시 출근을 했다. 아이를 위해 밥을 한 숟가락 떠서 좋아하는 장조림 하나 올려서 입에 넣어줬다. 그리곤 아이가 한 숟가락의 밥을 먹을 동안 잠시 식탁에 엎드려서 고통을 참았다. 그리고 또 한 숟가락 입에 넣어주고 쉬고, 넣어주고 쉬고, 넣어주고 쉬고를 반복했다. 밥 한 그릇을 아이에게 다 먹이고 나서 식탁에 잠시 엎드렸다가 고개를 드니, 어느새 8시 30분경이었다. 아이는 다행히도 혼자서 잘 놀고 있었다. 통증은 좀 견딜 수 있을 정도로 나아졌다.
어쩌다 보니 오늘 하루도 지나가고 있다.
오늘도 이렇게 하루를 보냅니다. 아이 엄마가 되니 내가 아픈 날에도 쉬지 못하고 아이를 챙겨야 하는 경우가 더 많아요. 사람들은 "엄마는 쉽게 아프면 안 된다"는 말을 자주 하지요? 우리도 알고 있죠. 하지만 엄마도 사람이기에 아픕니다. 많은 엄마들이 아이는 정성껏 돌보지만, 스스로를 잘 돌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오늘은, 혹은 내일은 1~2시간만이라도 스스로를 돌보는 시간을 가져 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