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을 대충 늘어놓기만 해서는 안 된다
기계설비법이란 법이 있다. 2018년 4월 17일 제정되었다. 이 법의 제1조에도 접속이 과연 잘 되었는지 의문이 드는 구절이 있다.
'기반을 조성하고'는 동사구인데 무엇과 접속되는가? 문맥을 통해서 입법자의 의도를 추측해 보면 '안전하고 효율적인 유지관리'와 접속되지 않나 추측된다. 그게 아니고 '필요한 사항을 정함으로써'와 접속한 것으로 입법자가 의도했다면 문제가 없다. 그러나 '기반을 조성하고'와 접속되는 말이 '안전하고 효율적인 유지관리'라면 접속 방법이 틀렸다. '기계설비를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유지관리하기 위하여'라고 했어야 한다. '기계설비의 안전하고 효율적인 유지관리'를 그대로 두고자 한다면 앞 부분인 '기계설비산업의 발전을 위한 기반을 조성하고'를 '기계설비산업의 발전을 위한 기반 조성과'라고 했어야 옳다. 접속은 같은 종류의 성분끼리 해야 한다. 명사구와 명사구를 접속하든지 동사구와 동사구를 접속해야 한다. 동사구와 명사구의 접속은 옳지 않다. 보통 법률 제1조의 목적은 추상적인 내용이다 보니 꼼꼼히 살피지 않은 듯이 보이는데 목적이야말로 명명백백하고 논리적이어야 한다. 좋은 말을 대충 늘어놓기만 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