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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정신

이번 주말 6법 조문의 터무니없는 실상이 폭로된다

by 김세중

이번 토요일은 내게 무척 뜻깊은 날이 될 것 같다. 집념을 가지고 몇 해 동안 힘을 기울여 온 일이 드디어 상당한 결실을 맺기 때문이다. 무슨 이야긴고 하면 한 유력 신문의 주말판에 <<대한민국의 법은 아직도 1950년대입니다>>에 관한 기사가 대문짝만하게 실릴 예정이어서다. 두어 단 짜리 작은 기사는 나더라도 뉴스의 홍수 속에서 파묻히게 마련이고 폭발력이 없다. 그러나 거의 전면에 걸친 대형 기사는 세인들의 관심을 끌지 않을 수 없다. 수십 년 방치된 우리나라 6법 조문의 터무니없는 실상이 이번 주말에 폭로될 것이다.


어제는 그 기사에 실릴 사진을 찍는 날이었다. 미리 약속된 장소인 광화문 세종대왕상 앞에 오후 1시에 나갔다. 이미 전주에 만나서 인터뷰한 담당 기자가 사진을 찍을 영상미디어부 기자와 함께 나왔다. 반갑게 재회하고 촬영에 들어갔다. 영상미디어부 기자는 이런저런 포즈를 내게 주문했다. 포즈도 포즈지만 활짝 웃어보이라고도 했다. 거기에 맞추느라 무진 애를 썼다. 어떻든 실로 수없이 많은 사진을 찍었는데 끝나고 보니 1시간 10분이 지나 있었다. 아마 사진은 두세 장 나오지 않을까 싶은데 셔터는 수십, 수백 번 눌렀을 것이고 시간은 그렇게 오래 걸렸다.


새삼 이 신문의 치열한 직업정신에 감탄하게 된다. 어제 사진 촬영을 하면서도 충분히 놀랐지만 난 이미 20년쯤 전에도 탄복한 적이 있다. 당시 아는 논설위원 한 분이 내게 밤에 전화를 걸어왔다. 문화 특히 말에 관련된 사설을 쓰고 있는 중인데 한 대목을 좀 봐달라면서 전화로 원고 한 대목을 불러주었다. 혹시 이상한 데는 없는지 봐달라는 것이었다. 그때 무척 놀랐다. 이렇게까지 완벽을 기하기 위해 애를 쓰는구나 감명을 받았다. 물론 그분만 그러는지 다른 논설위원들도 다 그러는지야 알 수 없었지만...


이번 주말 법조계는 물론이고 많은 국민이 우리나라 기본법 조문의 실상을 기사를 통해 알게 되면서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을 받을 거라 생각한다. '조지하다', '호천', '건정' 등이 무슨 뜻인지 아느냐고 묻는 것으로 기사는 시작되는데 그걸 모르는 당신은 잘못이 없다고 기사는 독자를 위로한다. 그런 말은 국어에 없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기괴한 말이 우리나라 기본법인 6법 조문에 들어 있다. 일본어 잔재다. 내년이면 광복 80주년을 맞고, 1인당 GDP는 일본을 앞질렀다는데 우리 기본법의 '말'은 여전히 일본어의 때를 못 벗고 있다. 어두운 우리 법의 현실이다. 이제 달라져야 한다. 그 서막이 오르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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