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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타? 위치토?

과감한 용단이 필요하다

by 김세중

미국 수도 워싱턴DC의 로널드레이건공항 부근에서 비극적인 참사가 발생했다. 착륙을 위해 접근하던 여객기와 훈련 중이던 헬리콥터가 충돌해서 두 대가 다 추락했다. 모두 67명이 사망한 것으로 보인단다. 어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는지 착잡하기 그지없다. 헬기는 비행기가 빈번히 이착륙하는 곳에서 훈련했어야만 했을까. 요즘 유난히 비행기 사고가 잦아 맘이 스산하다.


그런데 보도 기사를 읽으면서 이상한 점이 눈에 띄었다. 64명이 탄 아메리칸항공의 비행기가 캔자스주 위치토 시에서 출발했다는 것이다. 위치토? 그런 데가 있나? Wichita위치토란 말인가. 과연 그랬다. 그런데 모든 신문이 위치토라 하는 건 아니었다. 어떤 신문에서는 위치타라 했다. 위치토위치타가 뒤죽박죽 쓰이고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c2.png '위치토'라 보도한 신문



c1.png '위치타'라 보도한 신문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Wichita위치타일 것 같은데 왜 위치토라 보도하는 데가 있을까. 그럴만한 이유가 있지 않겠는가. 답은 사전에 있었다. 국어사전이 위치토라고 하고 있었다. 다음과 같다.


c0.png 국어사전은 '위치토'라 했다


그러니까 국어사전에 위치토라 돼 있으니 어떤 신문은 사전을 따라 위치토라 보도했고 다른 신문에서는 Wichita위치토일 리는 없으니 위치타라 했으리라고 추측된다. 그렇다면 국어사전은 Wichita를 왜 위치토라 했을까. 이유가 없지 않았다. 국어사전 만든 이들이 참조했을 영어 사전에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국어사전 만든 이들이 실제로 참조한 영어 사전이 무엇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국어사전에 Wichita를 위치토로 올린 것은 아마 30년도 넘었을 것이다. 당시에 무슨 영어 사전을 참조해서 외래어 표기법을 적용했는지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지금 제공되고 있는 영어 사전들을 보면 30여 년 전의 일을 추측할 수 있다.


dictionary.com에서는 Wichita의 발음을 / ˈwɪtʃ ɪˌtɔ /라 하고 있다. 이에 반해 vocabulary.com에서는 Wichita의 발음을 /ˌwɪtʃəˈtɑ/라 하고 있다. 전자는 철자 a의 발음을 ɔ, 후자는 ɑ라 하고 있으니 말이다. 즉 국어사전은 전자의 ɔ를 기준으로 삼아 위치토라 했으리라 짐작된다. ɑ를 기준으로 삼았더라면 위치타라 했을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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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음을 / ˈwɪtʃ ɪˌtɔ /라 한 영어 사전의 음성 파일을 들어보아도 실은 한국사람의 귀에는 위치타라 들리지 위치토라 들리지 않는다. 발음을 /ˌwɪtʃəˈtɑ/라 한 영어 사전의 음성 파일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니 Wichita위치타라 했어야 마땅하다. 외래어 표기법을 적용할 때 참조한 영어 사전이 문제였다. 영어 사전에 따라 발음을 표기하는 방식이 달랐는데 그렇다면 영어 사전을 잘 골라서 외래어 표기법을 적용했어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아 Wichita위치토라 했고 결국 위치타, 위치토가 혼재하는 일이 빚어지고 말았다. 지금이라도 위치토위치타로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짜장면을 표준어로 인정하는 데 수십 년이 걸렸다. 그렇게 오래 걸릴 일이 아니었다. 옳지 않다고 판단되면 즉각 바꾸는 용단이 필요하다. 어문당국이 언어 혼란을 부추겨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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