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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EY Dec 05. 2024

미국을 이해하면 비트코인이 보인다

트럼프 2.0 시대가 몰고 올 비트코인과 세계 금융질서의 지각변동

트럼프 당선인의 승리가 불러올 암호화폐 시장의 여러 호재와는 별개로

미국 입장에서 근본적으로 암호화폐 시장을 키워줄 명분이 있다면 무엇일까?

정답은 미국의 달러 패권 시스템에서 찾을 수 있다.


익숙하지만, 비정상적인 시스템

비트코인에 대해 부정적인 사람일수록

현 달러 기축통화 시스템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매우 낙관적인 경우가 많다.


우리가 살고 있는 금융 시스템의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맨틀과 같은 원리들을 무시할 때,

우리는 앞으로 다가올 기회들을 놓치곤 한다.


화가 난 유권자들

2016년에 이어 2024 대선에서 승리를 거머쥔 트럼프 대통령은

단순히 개인의 역량을 넘어 하나의 "트럼프 현상"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주류 언론과 국제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엄청났다.


특히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2016 대선의 결과를 분석하려면

"무엇이 미국인들의 마음을 뒤흔들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깊은 고찰이 필요하다.


당시 표심의 가장 큰 변화는 전통적인 민주당의 텃밭이자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인 러스트 벨트(Rust Belt) 지역에서 일어났다.

image source: Britannica

과거 미국 제조업의 호황기를 이끌었던 지역에서

트럼프가 내건 슬로건은 "자국중심주의"였다.

이 짧지만 강한 문구는 20세기 미국의 이상주의 사상과 철저하게 대립한다.


세계 2차 대전 이후 미국은 무너져가는 세계 경제와 평화를 살리기 위해 온 힘을 다했다.

여러 동맹과 안보협력을 통해 평화를 유지했으며, 경제적 지원과 시장 개방을 통해 각국의 자립을 도왔다.


미국은 제국 없는 제국주의 질서를 이끌어가며 모든 것을 협력으로 풀 수 있다는

자신들의 이상주의를 보편화시키기 시작했다.

하지만 동시에 미국의 내수시장은 점차 침체기에 접어들기 시작했다.


질서를 운영하고 지키기 위한 금융 및 IT분야에서는

엄청난 두각을 나타내며 많은 고소득 직업을 창출했지만,

image source: pew research

시장 개방과 해외원조로 인해 교육 수준이 높지 않은

중산층들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단순 제조업 일자리가

전부 중국, 베트남, 한국 등 타국으로 빠져나갔다.


결국 고등 교육을 통한 고소득 직업의 혜택도,

저소득층이나 유색인종이 받을 수 있는 여러 혜택도 받지 못하는

미국의 백인 중산층 남성들은 국가에게 버림받았다는 인식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이들의 목소리를 놓치지 않은 트럼프는 자국중심주의라는 슬로건으로

그들에게 다가가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 하자(Make America Great Again)

라며 손을 내밀었고, 그 결과 선거에서 압승하게 되었다.


세계체제의 비용

트럼프는 Rust Belt의 중산층 서민들에게 "세계체제의 비용"의 감축을 제안했다.

미국이 세계에 지출하고 있는 비용을 이해하려면

먼저 트리핀의 딜레마라는 개념을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한다.


예일대학 경제학 교수를 지냈던 Robert Triffin(로버트 트리핀)의 이름을 딴 이 딜레마는

미국이 신뢰와 달러 유동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image source: Robert Triffin International

달러가 세계 기축통화로써 통용되려면 해외로 달러 유동성을 공급해야 한다.

따라서 미국은 끊임없이 무역적자를 감수하면서 세계 경제의 윤활유 역할을 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끝없는 부채로 인해 미국과 달러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다.


반대의 상황을 고려해 보자.

달러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려면 미국은 무역흑자를 쌓아야 한다.

이때 흑자를 내는 과정에서 달러의 유동성은 미국으로 다시 빨려 들어간다.

따라서 달러는 기축통화로써의 역할을 상실하게 된다.


이를 두고 [비트코인, 그리고 달러의 지정학]의 저자 오태민 작가는 이렇게 표현했다.

오늘날 흔들리는 세계체제를 놓고 흔히 이렇게 자문한다.
미국 주도의 세계통화금융 체제가 왜 70년 밖에 작동하지 못하느냐고 말이다.
 
하지만 진정한 미스테리는 다음과 같다.
이렇게 불완전한 체제가 어떻게 70년이나 작동할 수 있었던 것일까?

[비트코인, 그리고 달러의 지정학] 中


미국은 트리핀의 딜레마를 기축통화국의 특권으로 해결해 왔다.

무역적자와 해군력 동원을 통해 생긴 막대한 지출이 있었지만


독일, 일본, 그리고 중국이 미국의 채권을 지속적으로 매입해 왔기 때문에

미국은 비교적 낮은 이자율을 유지하면서도 꾸준히 채권을 발행하여

경기를 위축하지 않고 신뢰도를 유지할 수 있었다.

image source: 나무위키

또한 미국은 참여자임과 동시에 심판으로 세계 경제라는 게임에 임한다.

평소에는 지속적인 재정적자와 원조로 인해 생기를 잃을 것처럼 보이다가도,

금 태환 정지, 플라자 합의 등 여러 카드를 통해 게임의 룰 자체를 바꾸는 수를 사용한다.


이런 거시적 조작 능력이 부족한 베네수엘라나 터키와 같은 국가들은

자국 화폐에 대한 수요를 마련하지 못해 초고인플레이션을 겪는 경우가 허다하다.


혹자는 이 아이러니한 시대가 점차 저물어 가고 있다고 말한다.

중국은 미국 채권을 사는 대신 금과 자국 산업에 투자하고 있으며,

러시아, 브라질 등 탈달러를 부르짖는 국가들이 BRICS 연합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경제적 위기 상황에서 시그널 증폭은

결국 달러에 대한 갑작스러운 수요 상승으로 이어지며

image source: The Korea Times

상대 국가들의 불온전한 경제적 상태와 뿌리 깊은 갈등으로 인해

달러의 대안 또한 존재하지 않기에 기축통화의 전복은 일어나기 어렵다.


다만 미국이 세계 경찰 완장을 스스로 내려놓으면서 새로운 시대가 도래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새로운 국채 수요와 내수 산업 활성화를 통해 다음 단계로 나아가려는 미국의 입장에서

동맹 국가의 안보는 우선순위가 아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서 트럼프 현상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의 고립주의 정서가 드러난다.


따라서 세계체제의 비용에 대한 이해는 미국을 중심으로

바뀔 세계질서를 추론하고 대비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제국을 떠받들게 될 기둥, 비트코인과 스테이블코인


포스트 1945 세계질서

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부터 현대까지를 "포스트 1945"시대라고 부른다.

포스트 1945 시대의 국제통화질서는 영국의 대표 John Maynard Keynes(존 메이너드 케인스)와

미국의 대표 Dexter White(덱스터 화이트)의 사상에 영향을 받아 만들어졌다.


이들은 미국의 달러를 통해서 국제무역을 활성화함과 동시에

자본통제를 통해 개별 국가의 주권을 존중하려고 시도했다.

image source: Fedreal Reserve History

그들이 함께 만든 Bretton Woods System(브레턴우즈 체제)는

금 1온스를 35달러에 고정시키는 금 태환 방식을 통해 안정성을 추구했으며,

자유로운 자본의 이동이 경제적 불확실성을 증폭시킴과 동시에

각 국가들의 통화주권을 무시한다 여겨 엄격한 자본통제를 내세웠다.


케인즈와 화이트가 세운 브레턴우즈 체제는 1971년 금 태환의 종료와 함께

표면상으로는 막을 내렸지만, 자본통제와 달러 활성화라는 속성은 그대로 남아

현대까지도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새로운 달러 유동성

앞서 언급한 포스트 1945 체제는 미국의 내수 문제와

패권경쟁 속에서 효력을 점차 잃어가고 있는 추세다.


따라서 새로운 지정학적 질서에서 미국의 위치를 공고히 하려면

근본적으로 달러에 대한 수요가 끊임없이 전제되어야 한다.


미국이 일정수준 무역흑자를 내면서도

동시에 세계에 공급하는 달러 유동성이 한꺼번에 마르면 안 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파훼법으로 트럼프는 Stablecoin(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가장 각광받는 테더(USDT)와 서클(USDC)은

도합 1700억 달러에 달하는 시장규모를 자랑한다.

image source: PYMNTS.com

주로 실물 달러나 단기 미국채를 1:1 담보로 삼아 발행되는 스테이블코인은

해외 거래소나 블록체인상에서 거래를 할 때 법정화폐 대신 편리하게 사용된다.

또한 은행계좌 없이도 쉽게 전송과 수령이 용이하기 때문에 전 세계적인 수요가 엄청나다.


약 1350억 달러어치 USDT를 발행한 테더사의 경우,

2023년 11조 달러를 관리하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BlackRock(블랙록)의

영업이익을 상회하는 62억 달러를 벌어들이면서 세간의 큰 주목을 받았다.


이 현상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던 트럼프는 대선 몇 달 전부터

스테이블코인과 달러의 관계에 대한 관심을 표출하면서 새로운 물결을 만드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열린 2024 비트코인 컨퍼런스에서 트럼프는

스테이블코인이 달러에게 도움이 된다라는 언급을 하였으며

image source: Bloomberg

차기 정부 Commerce Department(상무부) 장관으로 거론된

Howard Lutnick(하워드 루닉)의 경우 USDT 발행 주체인 테더 사 와 인연이 깊다.


루닉의 회사 Cantor Fitzgerald는 테더가 보유하고 있는

막대한 양의 미국채를 수탁 및 관리하는 금융기업 중 하나이다.


트럼프의 루닉 장관 후보자 임명은 단순히 무역을 넘어

미국 국채에 대한 수요를 충당하는 데에 스테이블코인과 암호화폐를

적극적으로 사용할 것이라는 점이 기대된다.


미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 또한 스테이블코인의 영향력을 체감하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 무역의 10%는 이미 스테이블코인으로 거래되고 있으며,

심지어 올해 추석 외환시장 휴무 중에는 거래량이 6000억 원까지 치솟았다.


기존의 무역 방식에서는 달러를 이용한 무역거래를 할 때

일일이 기재부에 신고를 해야 하고 많은 은행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지만,

스테이블코인을 이용하면 1달러를 채 넘지 않는 저렴한 수수료로 빠르고 값싼 무역거래를 할 수 있다.

image source: 한국경제

하지만 미국을 제외한 개별 통화국에게는 스테이블코인만큼 치명적인 "외환 복병"이 없다.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무역거래는 통계에 잡히지 않기 때문에

전반적인 무역 지표에 왜곡이 생길 수밖에 없다.


또한 스테이블코인은 블록체인의 장부상에 존재하며 은행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위기상황시 자본유출의 가속화, 추적과 동결의 어려움이 있다.


특히 기존의 유로달러와 같은 역외 금융은 자본가나 기업들의 전유물이었지만,

블록체인의 특성상 일반 서민들의 접근성이 용이하기 때문에 더욱 치명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두고 이창용 한은 총재는 "국가 간 자본 이동의 변동성이 커지고 통화 주권에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실물 금에서 디지털 금으로

사람들은 미래를 위해 기꺼이 현재를 희생하면서 저축을 한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을 포함한 여러 경제 위기 속에서 자신의 자산 가치가 줄어든다고 느낄 때,

사람들은 자신의 구매력을 보존하기 위한 수단으로 금과 같은 대체 자산을 고려한다.


특히 달러 시스템에 부정적인 나라일수록 이러한 경향이 강하다.

중국인민은행의 경우 미국채를 매입하는 대신 금을 선택했는데,

2023년의 경우 무려 735톤에 육박하는 금을 사들이며

그 해 가장 많은 금을 사들인 중앙은행으로 기록되었다.

image source: yahoo finance

중국 중앙은행뿐만 아니라 중국 시민들 사이에서도 금을 사려는 수요가 끊임없다.

최근 주식시장과 부동산 시장에서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안정적인 투자처를 찾는 중국인들은

전례 없는 규모로 금을 모으고 있다. 그 결과 전년 대비 투자용 금의 수요는 28%(280톤), 장신구 수요는 10%(630톤) 증가했다. 


중국과 인도와 같은 새로운 패권 경쟁 국가의 중앙은행과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금을 채택하면서

미국은 달러의 신뢰성을 보존하기 위한 새로운 국채 수요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는 상대적으로 역외에 수요가 몰린 금을 제어함을 통해 경쟁국을 견제하고 비트코인을 밀어주면서 새로운 전환을 노리고 있다고 필자는 추측한다.


트럼프 행정부를 필두로 미국은 비트코인을 기존의 금을 대체할 "디지털 금"으로 내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고정된 공급량, 높은 유동성, 보관 및 이동의 용이성을 모두 갖춘 비트코인의 장점을 부각하여

금보다 더 우월한 자산이라는 내러티브를 시장에 형성할 수 있다면, 상대적으로 준비가 국가들의 유동성을 미국에 몰리게 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image source: decrypt

이전 글에서 언급했듯 차기 미 정부는 암호화폐 관련 기업의 감세와 규제의 명확성, 그리고 전략적 자산으로서의 채택 등을 공약으로 추진하고 있다.


만약 이 약속들이 실현된다면, 글로벌 암호화폐와 금 관련 수요가 미국의 금융 시스템으로 흡수되어 달러의 담보라고 있는 미국의 신뢰를 드높이고, 신생 암호화폐 기업들의 본국으로 각광받을 수 있다.


이는 미국이 중국과 같은 경쟁 국가의 부상을 뿌리치고 달러의 위상을 공고히 수 있는 좋은 기회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미국과 비트코인은 이제 한 배를 탔다.

비트코인의 마법은 10,000마일 떨어진 사람에게
송금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10,000일 떨어진 사람에게 돈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이클 세일러-

참고문헌


Coughlin, Daniel. “Why Is China Buying so Much Gold?” Yahoo! Finance, Yahoo!, 19 Oct. 2024,  https://tinyurl.com/48vfdmwa.


DeLong, J. Bradford. 20세기 경제사: 우리 는 유토피아 로 가고 있는가. 생각 의 힘, 2024.   


Reuters. “Trump Pick Lutnick’s Firm in Talks with Tether for $2 Billion Bitcoin Lending Project, Bloomberg Reports | Reuters.” Reuters, 25 Nov. 2024, www.reuters.com/business/finance/trump-pick-lutnicks-firm-talks-with-tether-2-billion-bitcoin-lending-project-2024-11-24/.   


Solimano, Pedro. “Tether Made More Money than Blackrock Last Year - ‘The Defiant.’” The Defiant, 11 Sept. 2024, thedefiant.io/news/markets/tether-made-more-money-than-blackrock-last-year.   


“[단독] ‘韓무역 10% 스테이블 코인으로 거래’...통계 안잡혀 지표 왜곡 불러.” 한국경제, 7 Oct. 2024, www.hankyung.com/article/2024100701481.   


“비트코인 키우는 미국, 금 사재기하는 중국, 누가 이길까? (박종훈의 지식한방).” YouTube, YouTube, 24 Nov. 2024, www.youtube.com/watch?v=DzbIe25312E.   


비트코인, 그리고 달러의 지정학: 미·중 패권전쟁과 변화하는 세계질서의 규칙. 거인의 정원, 2023.   


“추석 외환시장 쉴 동안...스테이블 코인 6000억 거래.” 한국경제, 7 Oct. 2024, www.hankyung.com/article/20241007014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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