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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지경 Jul 07. 2024

가제: [비트코인: 더 사운드 머니] (서론)

비트코인, 어디까지 공부해 봤니?

2021년 겨울, 난생처음 지인의 추천을 통해 암호화폐라는 자산을 구매했다.


매수 당시 1250원이었던 온톨로지(ONT)의 가격은 아이스크림처럼 흘러내리기 시작했고,

2022년 봄에 첫 투자의 실패를 인정했다.

초심자의 행운 따위란 존재하지도 않았다.


추상적인 "경제적 자유"라는 단어를 입에 달고 살던 어리숙한 고등학생에게

첫 손실은 뼈아프게 다가왔다.


하지만 절망감 속에서 알 수 없는 오기가 끓어올랐다.

형체도 존재하지 않는 이 자산이 무엇이기에 밤잠을 설치게 하는지 알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에 코인 공부에 뛰어들었다.


처음에는 당시 시가총액 상위 20위 코인들이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

업계에서 이루고자 하는 역할은 무엇인지 겉핥기로 공부했다.


엄청난 가격 변동성에 두 눈을 뗄 수 없었던 것도 있었지만,

은행과 같은 전통 금융망을 대체하겠다는 프로젝트들의 당찬 포부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후 한동안 신대륙을 발견한 것과 같은 황홀감에 젖어 다른 공부가 손에 잡히지 않았다.


시절을 되돌아보자면, 처음 접하는 이상주의적 선언들에 모든 시선을 빼앗겼던 것 같다.

탈중앙화, 메타버스, 제2의 구글과 같은 자극적인 단어들이 경제적 자유를 가져다줄 것만 같았다.


그래서 시가총액이 준수한 코인 중 마음에 드는 아이디어를 가진 프로젝트가 있으면

추가적 판단 없이 투자 포트폴리오에 마구 넣었다.

갑자기 망할 리 없다는 안일함과 초보의 어리숙한 가치평가가 섞여서

추가적인 투자 실패가 이어졌다.


실패를 거듭하며 꽤 많은 시드머니를 잃었지만, 무가치한 경험은 아니었다.

투자를 위해 각 코인들을 실제로 사용하면서 기술의 가치를 깨닫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기간 동안의 배움에서 진정한 쾌(快)를 발견하지는 못했다.

루나(LUNC) & UST 폭락 사태와 FTX를 포함한 연이은 암호화폐 기업들의 줄도산을 목도함이

암호화폐 업계 전체를 부정하는 증거처럼 다가왔기 때문이다.

단순히 작동방식에 대한 이해를 넘어 자산의 본질에 대한 고찰이 필요했다.


답답한 마음에 2022년도 중순부터 Bitcoin(BTC)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Bitcoin에 대해 아예 무지한 상태는 아니었지만,

암호화폐 현상을 일으킨 Bitcoin 발명가 사토시 나카모토(Satoshi Nakamoto)의 철학이 알고 싶었다.


마이클 세일러(Michael Saylor), 사이페딘 아모스(Saifedean Ammous), 오태민 작가 등

Bitcoin철학에서 굵직한 목소리를 담당하는 사람들의 강연이나 팟캐스트들을 찾아서 들었고,

공부 중 이해가 어려운 기술적, 철학적 지식을 마주할 때마다

넘어가지 않고 메모한 뒤 시간을 내어 따로 찾아보았다.

단기간에 끝내지 못할 궁금증이 생기면 관련 서적을 찾아서 독서 목록에 넣어 두기도 했다.


단 한 가지의 애매함이라도 용납하고 싶지 않았다.

가령 Bitcoin지갑 중 하드웨어 지갑이 가장 안전하다는 명제를 발견했다면

지갑을 만드는 회사가 암호를 탈취할 가능성은 없는지,

해당 오픈소스 펌웨어는 신뢰할 수 있는지 등

추가적으로 생기는 질문들의 답을 찾기 위해 밤잠을 설쳤다.


그렇게 셀 수 없는 고찰을 거듭하면서 자연스레 관심분야의 확장이 일어났다.

그저 Bitcoin을 이해하고자 답을 구했던 미시적인 질문들이

서로 꼬리를 물고 이어져 다른 분야와 접점을 이루게 되었다.


현대 주류 경제학에서 Bitcoin을 받아들일 때 생길 수 있는 거부감을 이해하기 위해 

고전 경제학, 오스트리안 경제학, 케인즈 경제학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현대 화폐질서의 효용과 부작용을 깨닫기 위해 여러 학자들이 쓴 책들을 읽기도 했다.


또한 Bitcoin거대 패권국가의 공격이나 견제로 인해 불시에 힘을 쓰지 못할 것이라는 비판을 교차검증하기 위해 지정학에 입문하기도 했다.


여러 가지 관점에서 Bitcoin을 해석하려고 시도하면서 내린 잠정적인 결론은,

한 분야의 지식으로는 Bitcoin 현상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Bitcoin과 블록체인의 작동 원리만 공부했거나 집착하는 경우 Bitcoin의 느린 전송속도와 높은 수수료가 마치 스포츠카가 달리는 시대에 인력거를 사용하는 연식이 다한 기술처럼 보일 수 있다.


반대로 현대 주류경제학에 매몰되어 작금의 화폐 질서가 인류의 이상적 결과물이라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Bitcoin은 진짜 돈으로 가짜 돈을 사는 도박의 형태로 다가온다.


Bitcoin에 대해 지나치게 이상적으로 빠져들게 하는 사상 또한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위 주장들을 포함한 다양한 견해들을 모아 절충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며,

궁극적으로 이 책을 집필하는 목적과도 이어진다.

다만 단순히 글쓴이의 의견을 불변한 명제로 내세우는 것이 책의 목표는 아니다.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기회의 창을 열어 주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Bitcoin을 공부하면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단언컨대 깔끔한 입문서의 부재였다.

독자로 하여금 깊은 고찰을 유도하는 수준 높은 책들은 많이 보았으나,

읽으면서 생기는 궁금증을 친절히 해소해 주면서

새로운 지식들을 어떤 통찰력으로 공부해 나가야 하는지 능동적인 가르침을 주는 입문서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이미 그런 책이 있다면 유감이지만, 하나쯤 더 생기면 어떤가?

깊은 고찰을 통해 쓰는 이도, 읽는 이도 함께 발전하는 그런 입문서가 되기를 소망한다.


이런 글쓴이의 생각을 반영한 연유로 [비트코인: 더 사운드 머니]는 크게 두 번의 긴 호흡으로 나뉜다. 

먼저 Bitcoin에 대한 기술적인 지식이 주가 되는 부분이 있다.

빠짐없이 모든 부분을 다루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적어도 다음 파트에서 설명할 내용 중 이해를 못 할 작동원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가치를 설명하기 전에 기술적인 배경을 짚고 넘어가는 것은 꽤나 중요하다.

기술에 대한 이해 없이 단순히 명제들을 머릿속에 욱여넣는 것은 시험공부를 위한 암기에 불과하다. 능동적인 독서를 이끌어내기 위한 필수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부분은 Bitcoin의 가치적 측면을 다룬다.

처음 접할 때 생길 수 있는 합리적 의심이나 불안을 타파하고

어떠한 이유로 Bitcoin은 세계에서 가장 단단한 등기소인지, 그 사실이 내포하고 있는 인문학적, 경제적 가치를 파헤칠 예정이다.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과정이 버거울 수 있으므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스스로 익히고 알아가는 과정 또한 다뤄진다.


이 책의 또 다른 독특한 면이 있다면, 능동적 공부를 완성하기 위해 직접 비트코인을 사용해 보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기술을 직접 사용하고 체험해 보는 것만큼 가장 쉽고 빠르게 배울 수 있는 길은 없다.

수백 번의 정보성 가르침보다 스스로 체험해 보는 Bitcoin의 가치는 뇌리에 오래도록 각인된다.

따라서 배운 기술들을 적용하고 사용하는 과정 또한 자세히 기술되어 있다.


기술적인 소양, 여러 측면에서 깨달을 수 있는 Bitcoin의 가치, 그리고 스스로 Bitcoin을 사용해 보면서 느끼는 과정을 통해 책에서 배운 모든 지식들이 하나로 연결되는 진정한 쾌(快)를 느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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