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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지경 Apr 03. 2024

비트코인이 느릴 수밖에 없는 이유

튜링 완전 블록체인 vs 튜링 불완전 블록체인

영구동력장치


주로 알트코인 진영에서 비트코인의 단점으로 꼽는 문제점들은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비트코인의 확장성 문제
-가능한 스마트계약 생성 종류의 한계
-비상식적으로 많은 양의 채굴 에너지 사용


해당 부분들을 주장하는 암호화폐들은 대부분 

프로그래밍 언어나 추상 기계를 통해

무한한 저장공간만 있다면

모든 계산 가능한 문제를 풀 수 있는 블록체인을 지향하는데,


해당 특성을 튜링 완전 (Turing Completeness)이라고 부른다.

image source: DBS Bank


하지만 "튜링 완전한 탈중앙 네트워크"는 이룰 수 없는 허상에 가깝다.


블록체인에 있어서 보안성, 확장성, 그리고 탈중앙성의 관계는


"케이크를 먹는 것과 가지는 것"을 동시에 할 수 없듯

각 프로젝트로 하여금 최대 두 가지 속성에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이 업계에서는 해당 개념을 블록체인 트릴레마 (Blockchain Trilema)라고 부른다.


이 난제를 풀고자 하는 자들의 시도는 끊이지 않았지만

결국 이상과 현실의 괴리 앞에서 겸손해지는 스스로를 목도하게 된다.


필자는 튜링 완전성을 추구하기 위해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탈중앙성이나 보안성을 타협하는 것을 꼭 나쁘게 보지는 않는다.

각자 상황에 맞는 쓰임새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블록체인이 완벽을 추구할 때 마주치는 문제점들을 통해 비트코인이 가장 단단하고 이상적인 모델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서술하고자 한다.


image source: Vecteezy



이상과 현실의 괴리 (이더리움 위주로 설명)


중앙화 및 복잡한 개발환경

탈중앙성과 보안성을 유지하면서 빠른 스마트계약을 기존 프로토콜에 추가하려면

기존의 알고리즘 위에 더 복잡한 알고리즘을 얹어야 한다.


이는 해당 블록체인의 소스 코드를 감시하고 이해할 수 있는 개발자들의 수를 급감시키며, 결국 장기적으로 소수 개발진을 믿어야 할 수밖에 없는 신뢰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여러 그룹의 개발진들이 함께 코드를 짜는 형태로 진행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할 수도 있겠으나,

이와는 별개로 새롭게 대두되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특정 알고리즘을 도입하면,

그로 인한 부가적인 문제가 발견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image source: The Block

아래는 이더리움 개발자 Ben Edgington의 증언이다.


[직접 옮겼기에 오역 및 의역이 있을 수 있습니다.]

Proof-of-work is fundamentally very simple, is easy to analyze, is easy to implement and deploy, and proof-of-stake has a lot of moving parts.

작업증명은 근본적으로 매우 간단하고, 분석하기 쉬우며, 적용 및 사용하기 용이한 반면, 지분증명은 움직이는 부품이(가동부) 매우 많습니다.

You can code up a proof-of-work algorithm
in a hundred lines [of code] or so.
Our current clients are a hundred thousand lines or so for proof-of-stake.

작업증명의 경우 단 100줄 내외의 코드 작성으로도 완성이 가능하지만,
지분증명의 경우 현재 10만 줄 정도 됩니다.

[중략]

It’s not obvious how to make it robust, there are attacks like long-range attacks and things that just don’t exist in proof-of-work,
that we’ve had to think through and come up with solutions to, so that’s just taken time.
 
이 시스템을 강건하게 만드는 법이 불명확했기에 논의를 거쳐 해결책을 마련하는 데에 시간이 걸렸습니다.
장거리 공격(long-range attack)과 같은 위험요소와 같이 작업증명에는 존재하지 않는 요소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팟캐스트 원본]


첨언하자면, 이더리움은 개발 접근 방식에서 지속가능성이 부족하다.

탈중앙성과 확장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면 근본적으로

보안을 온전하게 다진 뒤 확장성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 맞다.


하지만 이더리움의 경우 일단 머지를 통한 지분증명 전환을 한 뒤 생기는 문제들을 발견될 때마다 즉흥적으로 조치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성공할 가능성도 있지만, 불확실성이 앞으로도 많이 남아있기에

이더리움에 투자 및 공부를 하는 사람이라면 일종의 불안감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image source: Venkat Kasthala | Medium

노드 운용 비용 증가 및 유저 서비스의 중앙화

복잡한 알고리즘과 확장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해당 규모에 걸맞은 검증 주체, 즉 노드가 필요하다.


비트코인은 장부가 작고 간단해 10~20만 원대의 컴퓨터로도 충분히 그 불변성을 검증할 수 있지만,


복잡한 알고리즘의 경우 노드 운용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올라가기 때문에

검열 저항성에서 타협점이 생긴다.


이는 유저 서비스의 중앙화로 이어진다.

블록체인에서 거래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노드를 통해 네트워크에 접속을 해야 하는데,

노드를 돌리기 어려울 경우 소수의 기업이 지갑과 인프라를 반독점하는 경우가 많다.

image source: consensys.io

이더리움 생태계의 Consensys라는 기업이 특히 이 양상이 짙은 편인데, 이 기업은 Infura라는 노드와 Metamask라는 지갑 서비스의 모기업이다.


간단하게 역할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Infura: 이더리움의 장부를 증명하고 유저들에게 해당 정보를 알려주는 노드 (현실에서 시계와 같은 존재)

Metamask: 이더리움 생태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지갑 애플리케이션


노드 운용 비용이 증가하고 개인이 노드를 돌려야 한다는 동기가 줄어듬에 따라 Infura와 같은 노드 서비스에 장부 유효성 검증을 위임하는 유저들이 늘어났다.


Metamask 지갑을 사용하면 기본 설정으로 Infura 노드에 연결이 된다. 거의 대부분의 유저가 사용하는 지갑과 노드를 장악한 기업이 제도권에 편입이 되면 검열저항성이 줄어드는 요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image source: The Block

위 기사 제목과 같이 탈중앙성을 담당하고 중립성을 지켜야 할 노드가 특정 거래를 차단하고,

특정 지갑 주소를 블랙리스트에 등록하는 등 검열을 하는 사례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image source: X (twitter)

해당 문제는 비단 Consensys만 가지고 있는 문제가 아니다.

여러 DeFi 프로젝트들 또한 미국법상 저촉되는 부분이 있으면 사업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검열을 허용하는 프로젝트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image source: cointelegraph

이더리움 생태계의 DeFi 개척자로 불리는 MakerDAO 역시 미국의 제재에 VPN 우회 접속을 막는 검열을 통해 탈중앙 블록체인의 핵심 속성인 무허가성(permissionlessness)을 침해하는 일에 기여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중앙화

이더리움을 포함한 대부분의 메이저 알트코인들은 저마다 서클과 테더 사에서 발행한 USDC와 USDT 스테이블코인을 블록체인 위에 발행해서 사용한다.


스테이블코인은 주로 실물 화폐를 담보로 블록체인 위에 토큰을 발행하는 과정을 통해 배포된다.


USDC와 USDT의 거래량을 종합하면 전체 암호화폐 시장의 40%를 넘게 차지할 정도로 스테이블코인은 CeFi, DeFi 가리지 않고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들이 가져올 수 있는 중앙화의 요소를 이해하려면 먼저 하드포크라는 블록체인 개념을 이해해야 한다.

image source: freepik.com

하드포크란 개발자들과 채굴 또는 검증 주체들이 네트워크의 규칙을 바꿔서 이전 블록의 규칙과는 호환되지 않는 블록을 그 뒤에 생성하는 현상이다.


만약 대다수의 채굴자와 노드가 해당 규칙에 찬성을 한다면 해당 체인이 정본(本)으로 채택되지만,

기존 규칙을 고수하는 주체가 존재할 경우 두 블록체인은 갈라져서 서로 다른 장부가 생기게 된다.

이를 갈림길(fork in a road)이라는 단어를 빌려 하드포크라고 부른다.


하드포크에서 주목할 점은, 분할 이전의 장부는 공유한다는 사실이다.

(사진 참조) 따라서 만약 하드포크 이전에 노란색 블록체인에서 1개의 코인을 보유하고 있었다면

하드포크 이후 새로 생긴 빨간색 블록체인에도 1개의 코인이 생긴다.


두 체인 위의 코인은 동일한 교환비율을 지니지 않기 때문에 사용자는

자신이 원하는 네트워크를 취사선택 하거나 체인 모두를 서로 다른 코인으로 간주하고 보유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논리를 스테이블코인에 적용할 수는 없다.

만약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해서 보유하고 있는 블록체인에서 하드포크가 일어난다면

기존 장부와 하드포크 장부에 모두 동일한 양의 스테이블코인이 생긴다.


스테이블코인은 실물 화폐와 1:1 교환비율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발행사들은 유통량을 갑자기 2배로 올리지 않는 한

둘 중 하나의 포크를 임의로 선택할 수밖에 없다.

image soure: vecteezy.com

이더리움의 경우 작업증명에서 지분증명으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하드포크가 있었다.

작업증명 이더리움을 고수하는 체인을 EthereumPoW 진영이라고 하고

현재 주류가 된 체인을 Ethereum 진영이라고 부른다.


지분증명으로 전환한 이더리움이 정본(本)으로 채택된 이유에는

커뮤니티와 채굴자들의 동의도 큰 역할을 했지만

근본적으로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이 해당 포크를 지지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만약 이들의 동의가 없었다면 이더리움은 지분증명으로의 도약에서 큰 난항을 겪었을 것이다.


이처럼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은 다음 포크를 결정하는 데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이해관계자이다.

또한 해당 회사들은 실존하는 거대 기업들이기 때문에 정부의 통제에 순응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의 요구에 따라 하드포크 결정권뿐 아니라

블록체인상에서 자금을 동결할 수 있는 능력도 지니고 있다.

image source: coindesk

위와 같이 발행사들은 해당 지갑을 블랙리스트에 등록함을 통해

이더리움을 포함한 많은 블록체인상에서 검열의 중심이 되어가고 있다.


채굴의 중앙화

이더리움을 포함한 대부분의 알트코인들은 비트코인의 PoW(작업증명방식)과는 다른 PoS(지분증명방식)을 합의 알고리즘으로 사용한다.

image source: trumpplaza.com

PoW는 막대한 양의 전기에너지를 통해 암호 퍼즐을 풀어서 블록을 채굴하는 합의 알고리즘이다.


PoS의 경우 보유하고 있는 이더리움을 시스템에 예치(Staking)하고 해당 예치금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따라 채굴 가능한 확률이 주어진다.

이 과정에서 에너지는 서버 유지비용을 제외하고는 전혀 사용되지 않는다.


이더리움 진영에서는 채굴에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는 PoW 대신 PoS가 더 친환경적이고 합리적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PoS진영이 간과하는 PoW채굴산업의 핵심은 실물 세계와의 연동성에 있다.


PoW블록체인 채굴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건을 따져야 한다.

1). 값싼 전기료를 사용할 수 있는 장소

2). 합리적인 가격의 채굴 장비 매수 및 매도 시기(GPU, ASIC 등)

3). 설비 유지를 위한 채굴 수익 실현 시기

4). 적정한 시기에 채굴기 전원을 on/off 하는 시기


이를 포함한 여러 가지 요소가 맞물려야 성공적인 사업을 실현할 수 있기에

PoW 채굴자들은 매일 고민에 시달린다.


또한 각 요소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기업이 다르기 때문에 채굴의 중앙화가 일어나기 어렵다.

image source: @hildobby | Dune

(자료 참조) 이와 반대로 PoS의 경우 수익을 위해 추가적으로 따질 요소들이 적기 때문에

채굴의 중앙화가 일어난다.


모든 유저가 자신의 예치금에 따라 정해진 수준의 이자를 받고, 한 번 코인을 사고 예치하는 것 이상으로

추가적인 자본의 투입이 필요가 없기 때문에 네트워크 내의 빈부격차는 갈수록 커진다.


특히 이더리움의 경우 중앙화된 기업들이 운영하는 채굴풀이 대부분의 블록 생성을 차지하기 때문에

더욱더 검열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예치된 이더리움이 많다고 해서 네트워크 규칙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블록 생성 과정에서 특정 거래를 차단하고 검열하는 방법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해당 문제에 대한 솔루션은 지속적으로 도입되고 있으나 앞서 언급했듯 가장 중요한 탈중앙성과 보안성 개발을 즉흥적으로 하는 것은 지속가능성하지 못한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건전화폐란 무엇인가


증권과 원자재의 차이

애플 주식은 개수가 한정되어 있으며 가격이 존재하는 가치물이지만 우리는 애플을 금이나 비트코인과 같은 원자재라고 부르지 않는다.

기업의 속성은 애플의 신제품과 경영방식에 따라서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종속변수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애플이라는 회사의 진취성과 뛰어난 경영 능력에 찬사를 표하며 기꺼이 투자를 하는 이유는

애플이 불변성을 추구하기 때문이 아니라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시도를 하는 것에 가치를 두기 때문이다.

image source: eyesmag.com

이러한 점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이더리움은 화폐나 원자재보다는 분산원장을 추구하는 거대 테크 기업과 비슷하다.

이더리움의 통화정책은 매년 몇 번씩 바뀌며, 집중해서 따라가지 않으면 변천사를 다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발전을 이룩하고 있다.


필자는 이런 이더리움의 시도를 매우 존중한다. 하지만 설령 "증권"으로 분류되지는 않을지언정 해당 자산이 원자재보다는 증권에 더 가까운 속성을 지니고 있음을 간과하면 안 될 것이다.


플로피 디스크를 사용하는 이유

3~4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미 대통령이 핵미사일 발사 명령을 내릴 때 사용하는

미 국방부의 공군 컴퓨터 시스템 (SACCS)에서는 1970년식 8인치 크기의 플로피디스크를 사용했다.


느리고 큰 저장장치를 사용할 이유가 없어 보이지만 여기에는 핵심 가치가 숨겨져 있다.

해킹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가장 예측가능하고 간단한 시스템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image source: the verge

또한 IP주소라는 개념이 없는 IBM / Series 1  컴퓨터를 사용함으로써

모든 형태의 공격 루트를 차단하는 것을 지향점으로 삼았다.


이 사실을 통해 우리는 다소 느리고 투박해 보이는 비트코인 블록체인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다.


비트코인은 튜링 불완전 (Turing Incomplete) 형태로 개발되었고 그 상태를 지금까지 유지해오고 있다.


비트코인상의 계약은 모두 하나같이 간단하며,

전송이나 서명 이외에는 다채로운 기능을 추가할 수 없다.

코드가 난해하고 복잡해질수록 보안성과 탈중앙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이 진정으로 디지털 금이자 레이어 2 자산의 청산소를 꿈꾸는 건전화폐라면,

변화무쌍한 기업의 형태보다는 불변성과 중립성을 고집하는 투박한 자산으로 남는 것이 옳지 않을까?


단순함은 궁극적인 정교함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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