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는 유난히 무거웠다.
회사에서 사소하지만 큰 실수를 했고, 그 탓에 마음이 가라앉아 점심도 건너뛴 채 터벅터벅 집으로 향했다.
먹고 싶은 것도 떠오르지 않을 만큼 지쳐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들어간 작은 백반집.
따끈한 밥 냄새와 함께 들려온 말 한마디.
“배고픈데 밥 줘야지.”
그 순간, 꾹 눌러왔던 마음이 스르르 풀리며 눈물이 핑 돌았다.
밥 한 숟가락이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게 아니라, 마음을 채우고 위로하는 순간이었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할머니께서 깜빡하신다며 내미신 약봉지를 보았다.
그 안엔 콜린알포세레이트.
바로 내가 매일같이 다루는 약이었다.
그제야 깨달았다.
내가 하는 일이, 책상 위에서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누군가의 삶에 닿아 있다는 것을.
내 보고서 한 장, 기안 하나가 결국엔 이렇게 할머니의 일상에 연결되어 있구나 싶어 마음이 뜨거워졌다.
오늘 나는 다짐한다.
더 잘 해내야겠다고.
내 일이 누군가의 삶의 질을 바꾸는 중요한 역할이라는 걸 잊지 않겠다고.
도란도란 건강 얘기
자녀 얘기 손주 얘기를 나누며
나를 그윽히 보시더니 할머니가 내게 말했다.
“앞으로 그냥 이 시간에 집에 갈 때 들려. 밥 줄레.”
그 한마디에, 하루의 무게가 모두 사라졌다.
밥 한 끼에 담긴 따뜻함, 그리고 내가 하는 일이 누군가의 삶에 닿아 있다는 확신.
그날의 백반집은, 나에게 단순한 식당이 아니라 또 하나의 집이 되어 주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기억할 것이다.
그날 백반집에서 받은 밥 한 끼의 위로를.
밥이 주는 힘, 그리고 따뜻한 말 한마디의 기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