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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홍 Jan 23. 2016

OLPC 이야기.

공공의 행복을 향한 디자이너의 시도에 대하여

브런치에 프로토타이핑 관련된 글이 아닌 다른 글을 쓰는 건 처음인 것 같네요. 프로토타이핑 관련 글을 쓸 때는 올바른 정보를 전달드리는데 신경쓰느라 다소 경직되어 있었는데, 오늘은 마음편히 생각을 정리하는 느낌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보려 합니다. 




지금까지 해온 것, 진정 하고자 하는 것.  


저는 현재 5년째 S사에서 Visual Design과 Interaction Design, Prototyping 관련하여 일하고 있습니다. 

대학교에서 그래픽 디자인에 푹 빠져있던 저에게 기업에서의 UI/UX 프로세스는 낯선 것들이 많았습니다만, 그만큼  저에게 새로운 경험과 지식들을 잔뜩 선물해주었습니다. 그렇기에 지금 인터랙션 디자인과 프로토타이핑 관련하여 많은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의미있는 시간들을 보낼 수 있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항상 마음 한 켠에선 공백을 느꼈습니다. 그것은 제가 가치를 두고 하고 싶었던 일이 '이미 가지고 있는 사람을 더욱 편리하게 해주는 일'보단 '갖고 있지 않은 사람에게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하는 일'이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즉, 디자인을 통해 Mass Production에서 어떻게 더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디자이너가 공공의 시스템과 교육에 기여할 수 있고 어찌하면 그것을 일회성이 아닌 지속가능한 사이클로 만들어 낼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입니다. Social Innovation과 Education,Transdisciplinary design 분야와 맞닿아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OLPC (One Laptop Per Child): Start


절실한 누군가를 돕기 위한 디자인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학생 때부터 차근차근 길러져왔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니콜라스 네그로폰테(Nicholas negroponte)가 2006년에 TED에서 OLPC(One Laptop Per Child)를 이야기했을 때 (http://www.ted.com/talks/nicholas_negroponte_on_one_laptop_per_child) 기대감에 가득 찼었지요. 


OLPC는 저성장/저개발 지역에 저렴한 가격의 미디어 기구 (계획당시 100$ 상당의  노트북)를 제공해주자는 생각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http://one.laptop.org/)

미디어 기술을 체험할 수 있는 도구를 보급해주면 저개발 지역에서의 교육의 질과 그 파급력을 끌어올릴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는 긍정적인 사회 변화를 이끌어낸다는 발상은 무척 아름답게 들렸습니다. 그저 긍정적인 미래향을 이야기하는 TED 스피치였다면 너무 이상적이다라고 생각했겠지만, 네그로폰테는 자신들과 함께 하는 협력자들의 힘과 현실화 가능성에 대해 확신에 차서 이야기했고 그런 부분들이 일말의 희망을 마음 속에 심어주었던 것 같습니다. 


OLPC에 참가한 사람/기업들의 면면은 대단했습니다. 창립자인 네그로폰테를 비롯하여 앨런케이(Alan Curtis Kay), 프로덕트 디자인을 진행한 이브 베하(Yves Behar) 등 각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들을 이룬 사람들이었지요. 또한 구글(Google), 이베이(eBay), 퀀타(Quanta)등 거대 기업이 함께 했습니다.   

주정부, 혹은 국가 정부와 연계하여 프로젝트가 진행되었으며 각 국의 전기와 통신시설 같은 물리적/기술적 요소에 대한 대비가 충분히 된 상태에서 진행이 되었습니다. 


https://youtu.be/qMeX2D4AOjM

OLPC에 대해 설명하는 공식 동영상.


네그로폰테의 TED 발표 당시 전 막 대학교에 들어왔던 참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진행과정을 보면서 어쩌면 이것이 디자이너가 공공영역에서 비영리단체, 정부, 민간업체와 함께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대표모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꿈꿨습니다. 




OLPC (One Laptop Per Child): Result


그러나 현재까지의 OLPC의 성과는 실패에 가깝다고, 미디어들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새로 공급할 미디어 도구인 XO Infinity가 2016년 9월에 나올 예정임에도 불구하고)


10년간 이루어진 행보들을 돌아보면 미디어들의 평가가 부당하다고 보긴 어려운게 사실입니다.

실제 제품 제작 과정을 거치면서 그들이 처음에 이야기했던 가격선(100$)에 맞추지 못했고, 

이 때문에 계획 당시 호의적으로 공급과 수요에 대해서 이야기했었던 저개발 지역 국가들의 정부쪽에서 

난색을 표했죠. 그 이후 초기 공급 물량이 대폭 줄었고, 현재 전체 보급량은 당초 계획했던 것에 한참 아래선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제일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보급이 된 지역에서 의도했던 효과를 거의 얻지 못했다는 결과가 계속 나오고 있다는 점입니다. 도입 초기 후 OLPC 사용률이 급격히 떨어졌고 교과과정에서의 사용은 극히 미미합니다. 

대부분이 교육 외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며-단순 인터넷 서핑 등- 전반적인 교육 시스템 자체에 흡수가 잘 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근 10년이 지난 지금 미디어에서는 OPLC의 성과에 대해서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치고 있고 산술적인 수치로 되돌아보았을 때 '성공'했다고 이야기할만한 지표는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초기 계획 당시 2009년이 되기 전까지 1억 대가 넘게 보급하려고 했던 계획은 결과적으로 몇백만대 선에서 그친 상태입니다. 그리고 최초에 보급됐던 몇몇 지역 (ex. 미국 알라버마 주 버밍엄 등)에서는 기기가 보급된지 얼마되지 않아 7-80% 가량이 기기를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Why?


무엇이 가장 문제였을까요, 

어떤 방식으로 맥락을 잡고 접근했다면 OLPC가 이것보다는 나은 성공을 거뒀을까요?

이에 대해선 너무나 다양한 의견이 있습니다. 


첫번째, 너무 도구적으로만 접근했다는 의견입니다. 저개발/저성장 국가의 거주하는 사람들의 생존 환경이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미디어 기술에만 치중해서 기기를 보급했다는 이야기입니다. 기본적인 의식주가 해결된 후에(ex. 식수 및 주거, 의료 시설등) 정보 기술이나 미디어 기술에 기반한 교육 시스템을 접목했어야 한다는 시점입니다. 


두번째,  현재 OLPC는 도구(미디어 기기)를 보급할 뿐 교육시스템이나, 교육 기관에 그에 대한 사용을 자율적으로 주정부/각 교육 기관에 맡기고 있는데 이 접근 자체가 틀렸다고 보는 시점도 있습니다. 정말 교육시스템을 통해 사회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고자 했다면 되려 학교를 설립하는게 낫지 않았냐는 의견입니다. 


혹은 초기에 문제를 정의하는 과정에서 이미 시작점이 잘못되었다고 보기도 합니다. 애시당초 저개발지역의 아동교육은 기기나, 교육 인프라의 문제가 아닌 그를 둘러싼 사회적 환경이(안정된 정부, 제대로 된 선생님, 전반적인 사회분위기, 교육 이후에 발돋움할수있는 사회적기회) 문제라는 것입니다. 그 부분에서의 해결책이나 보완책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채 미시적인 시점에서 문제해결(Problem solving)을 하려고 했다고 이야기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실패, 그것을 넘어선 의의.


최초 프로젝트 발족이 후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 결과적으로 OLPC의 행보에 대해서는 분명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단순히 '실패'라고 정의하기엔 어려운 부분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OLPC는 디자이너와 민간업체, 정부가 다각적으로 협력한 몇 안되는 뚜렷한 시도였습니다. 평론가 등 일각에서는 OLPC를 두고 디자이너들의 무모한 접근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만, 프로젝트의 성공 유무를 평가할 때는 단순히 그 프로젝트의 자체를 보기보다는 그것이 가지는 파급력과 그 영향을 받아서 새로이 생겨난 다른 프로젝트들의 관계들을 같이 조망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의견입니다. 


현재의 구글의 Project Loon(https://www.google.com/loon/)이나 페이스북의 Aquila같은 경우도 그 출발지점은 비슷하지 않을까요. 그들도 인터넷을 보급해서 결국 긍정적인 사회변화를 이뤄내겠다고 이야기하고 있으니까요. OLPC는 단일 하드웨어에 기반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했지만 그 초기 정신에 영향을 받은 다양한 거대 기업 및 스타트업들은 지금 2016년 현재, 더 다양한 모습으로 세상에 기여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하드웨어적으로 비용절감이 많이 이루어진 현재 시점에서 OLPC의 초기컨셉 (저가 미디어기기를 보급하겠다는 생각)이 지금까지도 유효히 전달되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도' 자체에는 단순히 '실패'라는 의견보다 재평가가 이루어져야한다는 생각입니다. 


무엇이든지 본격적으로 처음 시도해보는 무브먼트들이 고난을 겪기 마련이고, 그 고난을 발판 삼아 다른 결과물들이 빛을 보곤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구글 글래스'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작과 과정보다는 '결과'들이 사람들의 뇌리에 선명히 새겨지는 것은 물론 이해되는 일이나 그렇다고 해서 그 출발점의 의미가 퇴색되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겠지요. 

 

결과와 무관하게 '용감히' 시도한 그 초기 정신에 찬사를 보내며 언젠가 저도 그것을 이어받아 누군가에게 더욱 도움을 줄 수 있는 무언가를 할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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