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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포동 술쟁이 Feb 28. 2023

1등만 독점하는 더러운 세상

브랜딩 이야기


하루는 브랜딩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내 말에 친구가 물었다.


"브랜딩이 뭐하는건데?"


'브랜딩? 그러니까. 브랜드 + 동명사(ing) = 브랜드를 만드는것?' 이라고 답하려다 문뜩 적절한 예가 떠올라 말을 주워 담으며 물었다.


"집에 가는 길에 길거리에서 붕어빵을 파는 할머니가 계시는데, 넌 사먹을꺼야?"


"먹고 싶으면 사 먹겠지?"


"그런데, 그 붕어빵 파는 할머니가 대로변이 아니라 골목길 깊숙한 곳에 계셔, 넌 그걸 사 먹으려면 굳이 길을 돌아가야해."


"굳이 붕어빵 하나 먹자고 거길 가겠냐?"


"그런데 그 할머니 알고 보니 한 달에 150만원 정도 버시는데 100만원은 매달 고아원에 기부를 하고 계시는 분이였던거야."


"그럼 좀 돌아가지 뭐."


"그게 브랜딩이야."




친구와의 대화에서 처럼 좋은 브랜드는 저마다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경연 프로그램의 한 참가자가 있다고 치자. 노래도 그럭저럭 잘 해서 톱10에 올랐지만 그렇다 할 존재감이 없는 참가자였다. 그런데 어느날은 인터뷰 도중 본인의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한다. 어릴 때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할머니가 폐지를 주우며 자신을 키워주셨다는 것이다. 그런데 얼마 전 부터 할머니가 많이 아프시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러면서 참가자는 반드시 경연 대회에서 우승해 효도해야 한다며 눈물을 흘린다. 이후에는 어떻게 될까? 아마 톱10 중에 상당한 존재감을 가지게 될 것이다.


세상에 실력있는 브랜드들은 많다. 실력만으로 어찌어찌 톱10에 들어갈 수는 있다. 하지만 1등은 어렵다. 1등이 아니면 어떠하냐. 톱10만 해도 다행이다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1등과 2등의 차이는 어마어마하다. 한경비지니스의 커피 브랜드 선호도에 따르면 1등인 스타벅스가 53.2%이고 2위인 메가커피가 13.1%이다.

커피 브랜드 뿐만 아니다. 데이터 전문가 앨버트 라슬로 바라바시는 자신의 저서 성공의 공식 포뮬러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멱 법칙이라는 것이 있는데, 골프 대회에서 1위와 2위의 차이는 고작 반 타에서 한 타 차이다. 하지만 세상이 기억하는 것은 1위이며 이 소수들이 2위 부터 꼴찌까지가 합친 것 보다 많은 것들을 차지한다. 우리가 기억하는 것은 타이거우즈 뿐이다. 나이키 광고를 찍은 것도 타이거 우즈다. 1위와 2위의 차이는 적지만 세상에서 바라보는 것은 어마어마하다.


스타벅스가 50% 이상의 선호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나 골프 선수의 예를 보면 1위의 중요성은 참으로 중요해진다. 하지만 이 둘에게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바로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느냐의 차이가 있다. 골프는 상대보다 적은 타수를 기록하면 승리한다. 달리기도 상대보다 빠르게 들어오면 승리한다. 어떻게 보면 타이거 우즈와 우사인 볼트는 운이 좋다. 하지만 브랜드는 객관적으로 들어나는 어떠한 수치가 있는것이 아니다. 커피가 맛이 있어서? 노래를 잘 해서? 이렇게 숫자로 승자를 가릴 수 없는 종목들은 저마다의 기준이 다르기에 명확하게 판정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브랜딩이 중요하다. 브랜딩을 잘 하지 못하면 기껏 경연 대회에서 1등을 하고도 순위에도 못든 다른 가수보다 못하게 되는 상황이 온다.



좋은 브랜드는 좋은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좋은 이야기는 소비자들이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이다. 우리가 만들어 가고 있는 브랜드는 소비자가 원하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지 고민해볼 문제인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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