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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후 Sep 28. 2023

중소기업이어도 괜찮아.

학창 시절에 나는 돈이 필요하면 부모님께 용돈을 받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필요한 것이 있거나 가지고 싶은 것이 있다면 농사를 하며 가게를 운영하시던 부모님의 일손을 도와 용돈을 받고 내가 사고 싶은 것들을 살 수 있었다. 성인이 되고 군대를 갔다 온 뒤로부터는 용돈을 받는다는 게 스스로 잘못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었기에 시간이 있을 때는 틈틈이 다른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러면서 나는 무언가에 쫓기듯이 20대 초반에 취업을 하게 되었다. 처음엔 대기업도 지원해 보았고 나름 알아주는 중견기업도 지원도 해보았다. 운 좋게도 서류전형에 붙었지만 2차전형인 인적성검사나 면접은 포기하게 되었다. 아니 어쩌면 여유로운 시간이 없다고 생각했다. 운이 좋아 최종면접까지 갔다고 해도 무조건적으로 나를 채용할 거라는 보장도 없고 불합격한 후에 그다음 공채를 준비하자니 나 스스로 시간이 부족하다고만 생각했다. 그래서 다른 길을 선택했다. 하루빨리 일을 하고 돈을 벌고 싶었던 나는 그렇게 취업시장에서 중소기업을 택하게 되었다. 구직사이트에서 미리 준비해놓은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입사지원이라는 란을 클릭 한 번으로 손쉽게 지원을 할 수 있었고 대기업처럼 단계별로 나누어지는 채용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됐다.


구직사이트에 채용공고를 하고 있는 중소기업들 대부분은 지원을 한 후 몇 시간 정도만 지나면 어느새 등록해 놓은 번호로 전화가 온다. 전화 내용은 불합격 처리나 다른 질문들이 아닌 단순하게 면접을 보러 오라는 전화였고 전화가 온 회사들 중에서 그나마 내가 다니며 경력도 쌓을 수 있겠다 싶은 곳을 선택했다. 그저 내 입맛대로 회사를 고를 수 있다고 착각했다. 20대에 이직을 5번이나 하며 느낀 것은 중소기업이라는 곳에서는 무엇이 되었든 어떤 업무를 맡게 되든 내가 첫 번째 진행자가 되었다는 것이었다. 그렇다 보니 일은 갈수록 많아지고 내가 담당해야 할 업무도 한두 가지가 아니게 되었다. 인력이 충만한 대기업 같은 곳에서는 모두가 업무를 나누어 각각 담당하는 부서와 담당하는 사람이 나누어져 체계적으로 일을 하겠지만, 내가 다니던 곳들은 이렇다 할 담당부서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담당해야 할 사람은 부족한데 일은 늘어나고 있으니 한 명이 수많은 일들을 담당하게 되는 상황이었다. 나 또한 당시에 수많은 업무의 담당자였다.


이렇듯 몸이 두 개어도 부족할 만큼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니 퇴근시간이 되어도 퇴근하지 못하는 상황이 번번이 발생하였다. 그런데 추가근무를 했으니 돈을 더 받지 않느냐 묻는 사람도 있었다. 임금포괄제니 뭐니 하는 계약으로 인해 내가 얼마를 더 일을 하던 내 급여는 항상 고정되어 있었다. 명절엔 쉬지도 못하고 출근하는 날도 많았고 명절보너스라던지 직원들을 위한 선물세트라던지 하는 것은 받아본 적도 본 적도 없었다. 오히려 명절이 다가오면 거래처에서 대표에게 명절 선물세트를 보냈는데 이것을 모아두어 직원들에게 하나씩 주고는 하였다. 



나는 이런 식으로 운영되는 중소기업에서 20대를 보냈다.


당시 다녔던 모든 회사에서 급여는 세금을 떼고 실수령액 300만 원을 넘겨본 적이 없다. 200만 원도 못 받고 일하던 곳도 있었고 이전에 실업급여로 받았던 168만 원 보다도 적었던 월급을 받은 적도 있었다.


하루빨리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에 주변 환경과 내 처지를 고려하지 않은 채 취업시장에 발을 들였다.

이런 걸 보고 사회초년생이라는 말이 딱 알맞았다.


다시 돌아간다고 하면 나의 20대를 똑같이 보낼까 싶다. 젊고 여유로운 때를 뭐가 그렇게 급해서 나는 매일이 전전긍긍이었는지, 왜 그렇게 하루하루를 주위를 보지 못하고 가끔은 뒤를 돌아보는 행동을 하지 않았는지 조금은 그때의 내가 안쓰럽기도 하다. 


당시에 내가 운이 정말 좋아서 대기업에 입사해서 회사를 다니고 있다고 생각하면 마냥 지금처럼 행복하지는 않을 것 같다. 안정적이고 부족할 것 없을 것 같은 그런 회사생활에 취해 스스로의 행복은 찾지 못한 채 매일 같은 일과 집을 찾는 워라밸에 취한 채 지금도 회사생활을 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자영업을 시작하며 수입은 당연히 중소기업을 다녔을 때보단 상승하였다.

이전에는 일을 하는데도 돈이 부족한 상황이 생겨 부모님께서 따로 돈을 챙겨주시던 경우도 있었다.

이제는 그럴 일이 없다는 게 흐뭇한 결과이기도 하다.


그래도 중소기업에서 일을 했기에 보다 많은 일들을 접했고 그 당시에 배운 것들을 지금까지도 활용하고 있다. 아마도 앞으로도 활용할 것이고 더 발전도 시킬 것만 같다.


최근 내 친구들도 대부분 취업을 했고 대기업에 입사한 친구도 있고 중견기업, 공기업에 입사한 친구도 있다.

회사가 오래 유지되어 온 만큼 체계가 모두 갖추어져 있고 본인의 업무 외에는 딱히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한다. 내가 다녔던 회사들과 업무나 급여나 복지까지도 비교를 할 수조차 없을 정도였다. 


그런 회사를 다니는 친구들이 차라리 내가 부럽다고 한다. 회사를 다닌 지 n연차이지만 앞으로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것이었다. 매일 담당업무만 하고 있지 그 외에 배우고 있는 건 없다고 한다. 그래서 중소기업에서 많은 걸 배워 그것을 사용하고 창업까지 한 내가 부럽다는 건데 나는 그 친구들한테 웃으며 배부른 소리 말라고 한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세상에 많은 중소기업을 다니고 있고 다녀야 할 상황이온 젊은 친구들에게 중소기업이어도 괜찮다라고 말해주고 싶다. 시작이 중요한 거고 그 시작이 나쁘다고 해서 절대 포기하지 말고 계속해서 발전하고 선택한 분야에서 최대의 노력을 하길 바란다.


무슨 일을 하든지 간에 손이 베일정도로 해보길 바란다. 당신의 내일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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