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한두 번 정도 이런저런 내용의 글을 쓰려고 하는데 제목 좀 추천해 줘?라고 인공지능에게 프롬프트를 넣어보았다. 여러 가지 그럴싸한 제목들을 추전 해주는 것을 보고 어? 대단한데! 그런 생각이 들기는 했는데. 최종적으로 인공지능이 추천해 준 제목을 가져다 쓰지는 않았다. 내 마음에 흡족하지 않았고, 좀 더 나은, 다른 무엇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현재도 글을 써가면서 이 생각 저 생각을 굴리면서 제목을 만드는데, 사실 미래에는 모르겠다. 언젠가 인공지능에게 제목 좀 만들어달라고 하면서 추천된 숱한 제목 중에서, 그중에 하나를 집어서 마치 내가 생각해 낸 것처럼 가져다가 쓱 달아볼지도. 그렇게 되면 현재 나의 시간과 함께, 나의 글에 대해 이렇게도 굴려보고 저렇게도 굴려보면서 창작해 내는 제목 만들기의 즐거움, 나만의 고유한 즐거움을 잃어버릴 것 같기도 하다.
제목 만들기만 언급했는데 더욱 심각한 것은 문장 만들기다. 혹시나 싶어 제목만 추천해 줄 수 있냐고 인공지능에게 물었는데 더 나아가 원하시면 아예 줄거리도 잡아주고 각 챕터의 내용도 써주겠다고 한다. 기가 막힌 것은 시험 삼아, 재미 삼아 돌려본 인공지능의 글이 쓰윽 대충 읽어봐도 내가 쓴 글보다 매끄럽게 더 잘 읽힌다는 것이다. 비문, 문법 오류, 앞뒤가 어울리지 않는 단어나 표현. 사람이면 실수하기 마련인 이런 것들이 거의, 전혀 없다. 걸리적거림 없음 쭈욱 읽힌다. 내 글이 차량이 달리면서 계속 꿀럭 꿀럭거리는 비포장 도로라면 인공지능의 글은 아스팔트 도로처럼 쌩 - -하고 달려나간다.
제목에서부터에서 내용 작성까지, 직접 만들고 쓰던 습관이 사라질지도 모르겠다. 글을 쓴 다음 다듬어 보던 시간도 있는데 사실 이것도 인공지능에게 주문하면 매끄러운 문장으로 바로 뚝딱 고쳐줄 것이다. 가벼운 에세이로, 진지한 철학서 같은 투로, 언론 인터뷰 기사체처럼. 등등 내가 지시문만 구체화해서 던지면 요술램프 지니처럼 뚝딱 만들어낼 것이다.
그 뜻은 결국 내가 이리 궁리하고 저리 궁리하면서 오물 조물 만들어가는 시간이 대폭 생략된다는 것이다. 달리 보면 글 쓰는 이의 불필요한 시간 낭비를 줄여주는 최적의 기술 기계 탄생인 것인데. 따라서 이런 단어들이 연상된다. 효율화, 시간 관리, 최적화, 생산성, 투입 대비 효과 등등. 오로지 합리적인 생산성 산출 관점에서 보면 개인 작가가 제목 하나 지으려고 골머리 싸 안거나, 또는 다음에 올 마땅한 문장을 짓지 못해 끙끙대던 비효율 낭비성의 시공간들을 단박에 생략, 제거해 주는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렇게 시간을 단축했다면 여유 시간이 늘어나야할텐데 오히려 점점 더 여유로왔던 혹은 여유로울 시간은 줄어들고 시간 내에 처리해야할 일은 점점 늘어난다는 것이다. 시간은 점점 더 부족해진다. 일정 시점이 지나면 모든 노동이 인공지능과 로봇이 인간을 대신하여 해줄 것이므로 인간이 할 일은 자신이 원하는 것, 여유시간을 즐기고 취미를 찾는 것이라는 미래 예견도 있지만 절반 정도 수긍하며 나머지 절반은 또 다른 의견이 발생한다. 일정 시점이 되면 사람들은 좀 더 자신이 원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하며 집중할 수 있을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여유로와질지는 모르겠다. 로봇이 대체하여 노동을 하고 주중 근무 시간이 줄어든다면, 여가 시간은 늘어날지 모르지만 사람들은 여가 시간에 마냥 여유롭게만 시간을 보내지는 않을 것 같다.
최초에 인공지능 시대의 글쓰기를 쓰고자 했을 때, 매 주간 마다의 목차를 어떻게 잡을까 이렇게도 생각해보도 저렇게도 생각해보았다. 그러다가, 문득 목차 잡기, 이것을 인공지능에게 물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이제부터 인공지능 시대의 글쓰기라는 큰 주제를 가지고 매주 글을 한 편 씩 쓰려고 하는데, 글의 목차를 어떻게 잡으면 적정할지 추천해달라고 주문을 해보았다. 인공지능은 망설임없이 바로 "인공지능 시대의 글쓰기"에 적합한 목차를 생성해주었다.
1. 서론 : 변화의 시대 ( 인공지능 기술 발전과 글쓰기 환경 변화 )
2. 본론1 : AI와 글쓰기의 관계
3. 본론2 : 인간 글쓰기의 가치
4. 본론3 : 새로운 글쓰기 방식
5. 결론 : 글쓰기의 미래
위와 같이 나왔고, 간단하게 축약하여 여기서는 보여주지 않았지만 인공지능은 위의 각 챕터 마다 상세한 부연 설명을 해주었다. 예를 들어 위 "5.결론 : 글쓰기의 미래"의 경우 "AI 시대에도 글쓰기의 본질적 의미는 인간에게 있음. 글쓰기는 여전히 인간의 사고와 창의력을 반영하는 중요한 도구"라는 부연 설명을 통해 "5.결론 : 글쓰기의 미래"에 대해 어떤 식으로 마무리 글맺기를 하면될지 참으로 고개를 절로 끄덕거리게 하는 바람직한 결론 글맺음의 방향을 제시해주었다. 인공지능이 생성해준 목차를 가만히 읽어보니 이렇게 목차대로 쓰면 될 일이었다. 인공지능이 추천해준 위 목차대로, 각 목차별 부연 방향 설명대로 쓰면 또는 더 나아가 이를 토대로 각 목차별 구체적인 내용을 작성해달라고 인공지능에게 주문만 하면 될 일이었다. 참으로 "인공지능 시대의 글쓰기"라는 제목을 들으면 누구나 생각하고 공감하고 수긍할만한 목차였다. 더구나, 결론 부분의 "AI 시대에도 글쓰기의 본질적 의미는 인간에게 있음", 이 문구는 최근에 이와 관련한 여러 논평, 칼럼, 기고글의 마무리 글에서 거의 항상 빈번하게 마주하는 울림있는 문장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혹시 내가 읽었던 이런 주제와 관련된 논평, 칼럼, 기고글을 썼던 전문가들이 거의 대부분 결론을 "AI 시대에도 글쓰기의 본질적 의미는 인간에게 있음"과 같은 문장으로 마무리했던 것을 미루어 보아, 이 분들이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논평, 칼럼, 기고글을 작성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의심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생각의 방향을 바꾸어 인공지능이 추천해준 위와 같은 목차로 글을 구성하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인공지능이 추천하는 안전하고 보편타당한 목차와 서술 방식을 조금 벗어날 필요를 느꼈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권하는 규격화된 목차에 읽는 분들은 좀 더 편안함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아마 인공지능은 가장 일반적으로 사람들의 수용도가 높을만한 방식의 목차를 추출했을 것이므로. 반면에 내가 나름대로 구성한 목차는 다소 중구난방인 것처럼 보인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다.
1. 잃어버린 독서경험
2. 잃어버릴 글쓰기 경험
3. 살아남을 글쓰기
4. 지브리와 스칼릿
5. 인공지능 작곡가와 피아노
6. 택시기사와 인공지능
목차를 나름 구성한 다음에 인공지능이 처음 추천해주었던 목차와 비교해보았다. 최초에 인공지능에게 목차 추천 받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공지능의 추천 목차를 보지 않았다면, 어쩌면 인공지능의 목차와 같은 구성으로 목차를 잡고, 글을 전개했었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러면 그냥 지루한 글이 되어버렸을 것 같다. 사실 인공지능에게 목차 추천을 받기 전에 어느 정도 나름의 목차 구성 아이디어는 있었다. 내가 마련한 목차에서 중요한 점은 나의 경험과 관점에 의한 것이라는 것이다. 인공지능은 보편타당, 일반화에 뛰어난 것 같다. 인간으로서의 나는 현실 세계에서 직접적으로 나 개인으로서, 개별적으로 체험한 경험에 대해서 좀 더 깊게 들어가서 이야기를 풀어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 인공지능 시대에 내가 글을 쓰는 방식일 것 같다.
또 다른 한가지는 과정의 중요성이다. 과정 경험 또는 다른 말로 하자면 "되어지는 시공간 경험"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 미래에는 가면 갈수록 어떤 질문에 대한 정확하거나 바람직한 정답과 결론, 솔루션은 인공지능이 빠른 속도로 종합적으로 제시해줄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면 인공지능이 제시하지 못하는 영역은 무엇일까. 인공지능이 만들어내는 무수한 결과물, 콘텐츠가 쏟아져나올텐데 그 와중에 주요하게 빠져있는 부분이 과정에 대한 경험이다. 인공지능이 몇시간 또는 몇분만에 책 한권 분량을 뽑아내고, 그림 이미지를 창작해낸다. 그 과정에서 절대적으로 인간의 과정 경험이 생략되어있다. 인간이 했었던 글을 쓰던 경험 또는 그림을 직접 손으로 그려내던 경험이 배제된 것이다. 인간이 책 한 권을 쓰려면 몇개월 혹은 몇년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림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그런 시간 소요 절약, 비용 절감, 효율화 등 성과가 극대화된다. 근원적으로 인간이 직접 글을 쓰면서 구상하고, 또 구상하면서 쓰는 행위는 시간,에너지 투입 대비 효과가 낮은, 그러니까 수익 창출 효과가 현저하게 낮은 행위라는 인식이 깔려있다고 보인다. 그림도 마찬가지다. 모든 것을 기계 주도의 효율화 관점으로 움직이게 하려는 의도이다. 그리고 이것은 수익 창출과 연결된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자. 인간이 직접 스스로 생각하면서 글을 쓰는 행위 또는 그림을 그리는 행위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대체해주거나 기계가 나를 대신하여 해줄 수 없는 행위다. 내가 인공지능에게 이러 저러한 글을 써보라거나 또는 그림을 그려보라고 주문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이 내가 직접 타이핑 또는 종이에 펜으로 글을 쓰는 행위, 빈 종이나 캔버스에 선을 긋고 색을 칠하는 행위를 대신할 수는 없다. 그래서 인공지능 시대에는 되려 역설적으로 인간이 직접 자신의 힘으로 생각이란 것을 해보고, 글이란 것을 써보고, 그림도 그려보는 경험이 지금 보다 훨씬 더 가치를 가지게 되지 않을까 상상해보게 된다. 인공지능이 사람을 대신하여 생각도 하고, 글도 쓰고, 그림도 그려서 그런 콘텐츠들이 쏟아질 때 인간으로서의 내가 직접 스스로 생각해보는 것, 그 생각을 글로 적어 보는 것, 또는 그림으로 표현해보는 것. 그와 같이 결과물이 나오기 이전에 그 결과물을 만들어가는 과정, 되어지는 시간과 공간에서의 경험이 그 높은 가치를 다시 회복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