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새로운 세대
지난달에 대학 후배들과 커피 한 잔을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 후배가 앞으로 인공지능이 본인이 하는 업무, 사무 또는 연구 업무를 대체하게 될 것 같은데 그러면 본인 자리가 제일 먼저 위협받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미 그 후배처럼 회사에 입사한 경우는 그래도 사정이 좀 낫지 않을까 싶다. 오랫동안 자신만의 경력과 경험, 지식을 축적하고 있고 지금 나오는 인공지능 기술을 잘 활용하면 본인의 전문성을 더 강화하는데 십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문제는 이제 갓 학교를 졸업하여 취업, 입사를 하려는 구직자들일 것이다. 과거 신입 인력이 하던 일을 인공지능이 대부분 처리해 줄 수 있다면, 아직 해당 분야에 대해 숙련되지 않거나 경험이 부족한 인력을 굳이 채용하고자 할 필요가 회사에 있을까 모르겠다.
기존에 수습직원, 신입직원, 인턴 또는 저연차 미숙련 직원들이 했었던 일들이 대거 인공지능으로 대체되는 상황에 대해 청년 실업이 장기화되고 그 규모와 파장이 깊고 넓어질 것에 대한 우려가 크다. 현 시점은 전환기이기 때문에 혼란이 더욱 가중되어 보인다. 인공지능이 앞으로 인간 생활에 완전히 정착하여 뿌리내리는 시기로 가는 변화의 시기인 것 같다. 지금 이 시기에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하려는 이들에게는 가혹한, 얼어붙은 겨울 같은 시절일 것 같다. 더구나, 지금의 유청소년들이 사회에 진출하는 앞으로 10년 후, 20년 후는 현재 보다 더 직장을 구하기 어려워지지 않겠냐는 전망도 나온다. 타당하다. 인공지능으로 많은 직업이 대체되거나 그 효용이 없어져버린다면 말이다. 물론, 그와 함께 인공지능으로 인해 새로운 직업도 생겨나겠지만.
2014년에 문을 연, 미국의 텍사스 오스틴에 알파스쿨(Alpha School)이라고 있다. 이 학교에는 교사가 없다. 학생들 옆에 어른들이 있지만 이들은 교사가 아니다. 가이드라고 불리는 이들은 학생들의 학습을 독려하고 안내하는 정도의 역할을 한다. 교사가 없는 교실에서 실제 교육은 학생들 스스로 인공지능 앱 이용과 자율 학습을 통해 진행된다. 학습은 오전에 인공지능 코어 커리큘럼 2시간. 과학, 수학, 읽기 등 개인 맞춤형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사용한다. 오후는 파이낸셜 리터러시(금융 문해력), 공개 스피치, 개인별 협동 활동이나 다른 학생들과 함께하는 커넥팅, 인터액팅 등 다양한 워크숍 등으로 이루어진다. 학비는 1년에 4만 달러, 한화 5천만원이 넘는 금액이다. 일반 가정의 학생들이 등록하기에는 어려울 것 같다. 학생들 스스로 동기부여와 자율 학습을 통해 성장하며, 기존의 교사-학생 구도의 교육 방식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점이 특징이다. 설립자 맥켄지 프라이스는 교육자 경력이 없는 상태에서 2014년 이 학교를 시작했고, 16개 캠퍼스를 가지고 있다. 새로운 미래의 학교 교육 모델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다른 한편 교육계에서는 인공지능을 적극 도입한 이와 같은 교육 방식을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팽배하다.
한편, 덴마크는 유럽 국가 중에서 2011년부터 학교 현장에서 디지털과 태블릿 등 디지털 활용에 가장 압장섰었는데 돌연 2025년부터 아날로그 방식으로 전격 회귀하기 시작했다. 모든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핸드폰과 태블릿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조치다. 디지털 기기가 아동들의 학습 성과와 정신 건강에 끼치는 문제, 스크린 타임 증가로 인한 책읽기 능력 저하, 집중력 저하, 수업시간에 앱 및 비디오 개임 사용 등등 이슈로 인해 디지털에서 종이로의 귀환을 시작했다. 다만, 교사 감독 하에 일정 시간 내에 학습목적의 랩탑과 태블릿 이용은 가능하며, 이전 보다 읽고 쓰기 학습에 더 집중키로 했다. 학교에서 2026년부터는 온라인 소셜미디어,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 도박, 쇼핑 플랫폼 접근을 차단하게 된다. 학교에서 디지털 중독을 줄이고, 디지털 스크린 타임 방식 보다는 전통적이며, 아날로그적인, 물리적 만남 활성화 교육 방식을 독려하기 위해서다.
인공지능 앱을 적극 활용한 학습을 진행하는 알파 스쿨과 아날로그로의 회귀를 지향하는 덴마크 교육 방식이 서로 대척점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느 정도 공통점도 있다. 랩탑과 인공지능을 하루에 정해진, 제한된 일정 시간 이내에서 사용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온라인 기기 활용 이외의 아날로그 방식, 대면 접촉 활동 시간을 독려한다는 것이다. 물론 교사가 없다는 것이 알파 스쿨의 가장 큰 변별성일 것 같기는 하다. 정말 미래 학교에서는 현재 교사 역할을 인공지능이 대체해버리게 될까?
인공지능과 각종 첨단 매체에 이미 익숙해지며 성장기를 보내고 있는 지금의 유소년,청소년들이 10년~20년 뒤에 사회로 진출할 것이다. 어린시절부터 인공지능과 함께 성장해온 인공지능 세대라고 불릴만하다. 그들의 인공지능 및 각종 첨단 기술 습득 능력은 속도면에서나 내용면에서 지금 이미 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과는 상당한 격차가 있을 것 같다. 아이들은 대개 매우 빠른 속도로 본능적 또는 직관적으로 신기술을 습득하는 것 같다. 전부 다는 아니겠지만, 10년~20년 후에, 그들 상당수는 이미 전문가 수준의 지식과 경험을 갖추어 각 분야로 진입하지 않을까. 기존에 학교를 졸업한 후에 회사에 입사하거나 전문가 문하에 들어가 인턴, 수습, 또는 경험을 쌓는 과거 방식과는 좀 다른 방식으로 전개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어쩌면 그들은 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또는 졸업할 시점에 이미 그 분야의 떠오르는 전문가가 되어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학교 졸업 후 회사에서 이것 저것 배우면서 계단식으로 밟아올라가던 시기가 대거 압축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유소년, 청소년들은 인공지능과 온라인 매체를 통해 이미 대학, 대학원이나 회사에서 배울 기본적인 지식을 미리 학습해버릴 수 있을 것도 같다. 그리고, 학생 시절에 각종 매체와 정보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자기가 가고자 하는 분야의 전문가들을 접촉하여 이미 학교 졸업하기 전에 해당 분야에서 필요로 하는 경험과 경력을 쌓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신분은 학생이지만 이미 유튜버나 블로거나 온라인 글쓰기 플랫폼 작가로 활동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학생인데 이미 종잣돈으로 전문 투자를 하고 있거나, 스타트업 회사 설립을 준비하고 있거나, 해당 분야 자격증을 다수 취득하고 있다거나, 또는 이미 작가로서 활동을 하고 있다거나. 지금은 변호사이자 드라마 작가이면서 유튜버를 겸하고 있는 유명인이 화제가 되기도 하는데 미래에는 일반화되는 경향일지도 모르겠다. 그렇지 않더라도 미래의 학생들은 상당 수준의 지식, 기술, 경험을 이미 갖추고 학교를 나올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왜냐하면 현재도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신입 직원들의 역량을 내가 입사할 시점의 나의 역량과 비교해보면 평균 두세배 정도가 아니라 수십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들이 신입 시절의 나 보다 수십배 뛰어난 역량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나는 회사가 운영되는 상황이나 그 업종, 분야에 대해 어렴풋한 이해만한 채 입사했었는데 지금 들어오는 직원들은 해당 분야에 대한 이해도와 지식, 경험을 이미 상당 정도 축적한 상태에서 일을 시작하고 있다. 또한 사무 업무 처리에 필요한 기술도 이미 충분히 습득한 상태로 입사하고 있다. 회사에 입사해서 회사 업무에 필요한 것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이미 기술 역량은 완비한 상태에서 입사하고 있다. 내 경우에는 회사 입사 후에 이런 저런 교육을 받으면서 업무에 필요한 기술들을 습득해나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단순하게 그 사이에 시간, 세월이 흘렀다가 아니라 사람들을 둘러싼 온라인 환경, 정보 접근성 확대, 각종 매체 활성화, 기술 발전, 교육 환경 변화이 변했고 그것들은 습득한 세대들이 사회로 진출함에 따라 달라진 것이라고 보여진다. 그래서 이러한 급격한 변화를 보면, 아마도 앞으로 10년 또는 그 이후에 입사하는 세대들은 그 한 사람이 어쩌면 지금 현재 한 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원들 모두의 능력치를 모두 합친 것 보다 더 높은 수준의 능력을 이미 가지고 업무를 시작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 인공지능 시대의 새로운 세대 탄생이 예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