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와 미디어 아티스트

그리고 건축가

by 지훈

12월 31일이었다. 기차역으로 가기 위해 택시를 탔다. 택시기사는 비교적 젊어 보였다. 그는 라디오를 틀어 놓았는데, 내 귀에는 시끄럽게 들렸다. 점심시간 직후 졸음 쏟아지는 시간이어서 소리를 좀 줄여달라고 하려다가 가만히 내용을 듣게 되었다. GPU, AI 그리고 빅테크 기업 이름 몇몇이 언급되고 있었다. 그냥 뉴스 보도는 아닌 것 같았고 무슨 심층 인터뷰 방송 같았다. 내용을 들어보니, 흘려들으려고 대충 틀어놓은 것 같지는 않았다. 지금까지 내가 만나 대부분 택시 기사들은 트로트 또는 80년대~90년대 감성 노래를 주로 틀어 놓았는데. 나의 택시 승차 습관은 웬만해서는 기사의 운전 중 집중력이 흐트러지게될까봐, 기사에게 말을 걸지 않지만 그날은 궁금해서 물어보았다. "기사님, 라디오 방송 내용 들어보니 혹시 주식 투자하시는지요?" 짐작으로는 그가 반도체나 AI 관련 주식 투자를 하고 있기에 이런 방송을 듣는 것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그는 내 예상과는 다른 답변을 했다. 주식 투자 때문이 아니라 세상의 흐름을 포착하기 위해서 라고 했다. 아니 이건 또 무슨 뜻일까? 그런 생각이 드는 와중에 기사는 설명하기 시작했다. "인공지능으로 자율주행택시가 도입되는 시기가 빨라지지 않을까 싶네요. 벌써 미국하고 중국에서는 운행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 우리도 언젠가는 자율주행 택시가 운행되지 않을까 싶어서요." 나도 그런 뉴스는 들었지만 미국과 중국도 전체 지역은 아니고 일부 도시에서 한정되어 운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는 서울과 세종시 일부 구역에서 시범적으로 자율주행 버스를 운행한다고 알고 있다. 그러나, 서울과 같은 대도시가 아닌 이곳까지 자율주행 택시가 도입되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리지 않을까? 택시기사들의 반대도 만만치 않을 것이고. 그리고 도입된다고 해도 우선 교통, 통신 등 인프라가 잘 짜인 대도시 위주로 시작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택시기사는 중소도시가 오히려 대도시처럼 사람이나 교통량이 많거나 복잡하지 않아서, 대도시 보다 먼저 도입될지도 모른다는 의견이었다. 그래서 그는 자율주행택시가 일단 도입되고 확산되면 인간 택시기사가 필요 없어질 날이 머지않았다는 인식이었다. 그의 미래 대응 전략은 다음과 같았다. 일정 시점, 적정한 시점에 자신의 택시 면허를 다른 이에게 매매하고, 이 업종에서 빠져나온다. 이미 자율주행택시가 상용화되어 버리는 순간부터는 가속적으로 확산 이용될 것이기에.




포럼의 마지막 발제자는 미디어 아티스트였다. 그는 어느 정도 자신의 분야에서 입지를 탄탄히 다진 분이었다. 사회자가 미디어 아티스트로서, 현재 인공지능의 기술이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나의 영역을 위협하는 존재로서 여겨지지는 않는지 질문했다. 언뜻 생각하면 인공지능이 마구마구 생성하는 각종 이미지와 영상들이 미디어 아티스트의 작업들을 상당 부분 대체해버리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데, 미디어 아티스트는 그런 예상과는 다른 의외의 답변을 내놓았다. 미디어 아티스트 입장에서 현재 창작 영역에로의 인공지능 활용은 예술창작 표현의 도구가 하나 더 늘어난 것이기에 나쁠 것이 없다는 것이었다. 아티스트는 여러 가지 도구를 활용해서 자신의 창작 세계를 외부로 표현한다. 기존에 각종 미디어, 매체를 통해 자기표현을 해왔기에 새로운 기술 도구에 부정적인 감정이 없다고 했다. 더구나, 나의 주문에 따라 이미지와 영상을 뚝딱 만들어내는 인공지능 기술은 아티스트에게는 또 다른 표현 도구라서, 오히려 표현 도구가 새로 하나 더 추가된 것이기 때문에 더 다양하게 이것 저것을 실험해보고 표현해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따라서, 미디어 아티스트 입장에서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이 도구를 활용해보고 재미있게 놀아(창작)보고자 하는 마음이 크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자신과 같이 어느 정도 입지를 굳힌 아티스트가 아닌 경우, 예를 들어 이 분야에 첫발을 내딛는다거나 보조 아티스트 역할을 하는 분들의 경우는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다. 왜냐하면 기존에는 자신과 같은 미디어 아티스트가 보조 아티스트나 학교 졸업 후 이 분야에 처음 경력을 시작하는 아티스트들을 어시스턴트 역할로 사례를 주면서 작업을 해왔는데. 그러한 과정을 통해 보조 아티스트나 초보 신진 아티시트들이 성장하는 단계를 거쳐왔는데, 현재와 같이 인공지능이 만들어주는 것을 보면 기존 보조 아티스트나 초보 신진 아티스트가 조수 역할을 하던 일을 다 해버리는 형국이 되고 있다. 따라서, 비용이나 효율성 측면에서 자신과 같은 미디어 아티스트들은 더 이상 인간 보조 인력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된다. 인공지능이 빠른 시간 내에 내가 원하는 것을 저렴한 비용으로 별도의 인건비 지출없이, 완성도 높게 제공하고 구현해 내니까. 결국 학교를 졸업한 초보 신진 아티스트들이 단계별 경력을 쌓거나 생활비를 벌던 기회를 잃어버리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었다.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재작년 2023년이었던가 국내 유명 건축가의 강연에서도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 그 건축가는 건축과 문화, 종교, 역사에 대하여 그동안의 자신의 해박한 지식과 통찰을 집약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런데, 나는 그것보다도 당시에도 급속하게 확산되어 사람들을 얼떨떨하게 하고 있었던 인공지능이 과연 건축 분야에도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또는 줄 것인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그 건축가에게 인공지능이 사회 여러 분야에 충격과 변화를 주고 있는데, 건축가가 일하고 있는 분야에서는 어떤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지 물어보았다. 그는 실제로 일하는 방식에서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기존에는 건축 설계 이미지를 잡기 위해서 인터넷 등에서 연관되는 이미지, 사진, 드로잉 등을 검색하여 정리, 분류하는 등의 작업을 주로 청년 보조 인력을 두고 했었는데, 지금은 인공지능이 그 역할을 대체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사람이 하면 며칠이 걸리던 일을 인공지능은 몇 분 안에 처리해 버리고, 또한 건축가 입장에서는 보조 인건비 지출도 절감이 된다는 것이었다. 효율성과 성과 측면에서 인공지능을 사용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앞으로 자신과 같이 어떤 분야이든 이미 그 분야에서 숙련된 사람, 전문가들은 기존의 보조 인력들을 인공지능으로 대체해버릴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그 의미는 바로 보조인력, 미숙련 인력, 학교를 갓 졸업한 인력들은 취업을 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건축가 자신도 그 점이 우려스럽다고 언급하면서도, 그럼에도 결국 앞으로 인공지능을 더 많이 쓰게 될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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