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윤곽선 그리기

퇴근 후 웹툰학원

by 지훈

아주 기초, 초보적인 선 그리기에 이어서 진행된 학습은 이미 그려져 있는 밑그림의 윤곽선을 따라 그리기였다. 예를 들어서, 위 화면에 보이는 코믹하게 보이는 소년이 경쾌하게 걸어가는 캐릭터에, 물론 이 캐릭터는 내가 그린 것은 아니다. 이미 그려져 있는 샘플 캐릭터이다. 그 캐릭터를 화면에 띄어 올린 다음에, 선명도를 약간 낮추어서 윤곽과 색상을 약간 흐릿하게 하고는 그 위 윤곽에 따라 굵게 선을 긋는 연습이다. 이미 그려져 있는 캐릭터이므로 윤곽선을 따라 선을 긋는 것이 대충 그어도 완벽하게 윤곽선이 잡힐 것 같아 보이는데 실상 선을 대어 밀어서 그어보면 죄다 삐뚤빼뚤에 지글지글 주름이 잡힌다. 그 정도에서 그치면 다행인데, 긋던 선이 불쑥 바깥으로 위아래 툭 삐져나온다. 그런 상황에서는 난감해지는데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오른손을 번쩍 든다. 행정 사무직원이 다가와서 무슨 일인지 묻는다. 어긋나고 삐져나온 에러난 선을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물어본다. 아. 지우개 모양 아이콘을 클릭하여 지우개를 활성화시켜서 에러난 선을 쓱쓱 문질러서 지워본다. 으흠 썩 괜찮은 기능이다. 틀리면 지우고 다시 그리고, 틀리면 지우고 다시 그리고. 어떻게 보면 이런 것은 디지털 드로잉이 꽤 편리한 것 같다. 종이에 그릴 경우, 연필이라면 지우개로 지워볼 수 있지만, 볼펜이나 다른 진득하게 잉크가 종이에 맺히는 도구의 경우 지우개로 잘 지워 지지 않으니까, 물론 수정액을 사용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까지 하게 되지는 않으니까. 그러면, 다시 그려야 하는데 디지털 드로잉은 그때그때 혹은 한참 그리다가, 부분 부분을 지우개로 지워볼 수 있으니 요모조모 편리하다.




이렇게 첫 한 주는 기초 만화 캐릭터의 윤곽선 그려보기로 시간이 흘러갔다. 여기서는 한 주에 수업은 두 번 있었다. 주중에 한 번, 주말에 한 번. 물론 수업 시간을 본인이 잡기에 따라서 주중에 두 번 와도 되지만 주중에 몰아서 두 번 오기에는 피로도가 높을 것 같아서, 주중 한 번과 주말 한 번으로 잡았다. 한번 수업 시간은 두 시간이었다. 시간으로만 따져보면 일주일에 2회 수업에 각 수업 시간 2시간이라면 수강생 입장이라면 비용 대비 꽤 괜찮은 이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총 일주일에 4시간을 투입하는 것이므로 이 정도면 엄청난 분량의 학습 효과와 성과를 이룰 것 같다는 예상이 들었는데. 그런데 실제로 상황은 언제나 그러하듯이 예상대로 흘러가지는 않는다.




특히 첫 일주일은 디지털 그리기 도구에 익숙해져야 하는 절대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지루하게 이어지는 윤곽선 그리기. 아, 적지 아니 지루해질 지경에 이르자, 윤곽선 그리기 다음 단계로는 다행히도 색칠하기로 넘어갔다. 색칠하기도 마찬가지로 이미 색상이 그려져 있는 캐릭터 그림을 참조하여 윤곽선을 그은 빈 공간들 사이사이 - 그러니까, 머리카락, 얼굴색과 손 색깔, 눈동자, 후드티 색상을 칠 해 넣는다. 처음에는 펜의 굵기는 적당하게 굵게 키운 다음에 슥슥 색을 칠했는데, 더 간단하게 색을 채워 넣는 방법도 있었다. 기울어진 물통에서 물이 쏟아지는 모양의 아이콘이 있는데 그것을 누르면 자동 색 채우기 기능이 활성화되고 내가 채우려는 색상을 찍어서 색을 채우려는 빈 공간에 콕 찍어 넣으면, 예를 들어 얼굴색을 칠하려 할 때 얼굴 바탕에 콕 찍으면 바로 얼굴 전체에 얼굴색이 칠해진다. 오호. 꽤 편리한 기능이다.


하지만 이 경우 유의해야 할 것이, 윤곽선의 어느 한 군데라도 빈틈이 있으면 부어 넣는 색이 그 바깥으로까지 퍼져나간다. 그리고 자동 색 채우기를 하면 간혹 그 색이 번지면서 그려놓은 윤곽선을 일부 잡아먹어 버린다. 그러면 윤곽선을 다시 덧칠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흠, 그래서 예시로서 여기에 칠한 색은 자동 색 채우기 기능을 사용한 것은 아니다. 펜의 굵기를 조금 키워서 색을 슥슥 칠해나간 것이다. 그래서 얼굴 윤곽선 등이 딱 맞물려있지 않고 띄어져 있는 빈틈이 있는데도 색이 바깥으로 번지지 않은 것이고, 그래서 약간 머리카락과 얼굴과 옷 등이 서로 조금씩 빈 공간이 일부러 그린 듯이 윤곽처럼 남아있는 것이다.




이렇게 1주일 동안 만화 캐릭터에 선 그리기와 색칠하기를 배우고 익히고 연습하면서 느낀 감정은 다소 이상야릇하다. 내 주위에서 각자 웹툰 그리기에 집중하고 있는 수강생들은 대부분 10대 또는 20대 초반이다. 나와 비슷하지 않은 연령대의 사람들과 같은 공간에서 모여서 무엇인가를 한다는 것은 때론 어색한 느낌을 받는다. 아마도 나 보다 그들이 더 어색한 기분일 것 같다. 한편으로는 배움에는 성별, 나이, 세대의 구분이 필요 없다는 그런 교훈적이며 동시에 위안을 주는 말들을 떠올려 본다. 그러나 그럼에도 연령에 따른 차이를 인식하지 않거나 완전히 무시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이럴 때는 내가 지금 하고자 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또 다른 방법은 내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이라면 그럼에도 꿋꿋하게 계속 가보는 것이다. 물론, 생각은 유연하게 가지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안다. 이것 아니면 내게 죽음을 달라라는 식의 너무 목적에 집착하는 강박을 가지기보다는 목표지향을 가지더라도 때로는 쉬어가기도 하고 포기할 수도 있다는 여유로운 마음이 더 필요하다. 그러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든다. 이 10대, 20대 수강생들은 나 보다 먼저 배웠고 또 오래 배웠을 테니 슬쩍 곁눈질로 보기만 해도 웹툰에서 튀어나오는 바로 딱 그런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들을 세밀하게 완성시키고 있었다. 그에 비하면 나야말로 사회에서의 단계별 성장에 비유하자면 이제 기초를 배우는 초급 학교 학생 정도 수준이 아닐까 싶었다. 연령으로는 그 수강생들인 10대 혹은 20대이지만 웹툰 그리기에 있어서는 한참 대선배님들인 것이다. 여기서는 내가 그들에게 배워할 것이 많을 것 같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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