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 1일 수요일 파리의 라파예트 백화점 2층 카페에서
나는 2023년 1월부터 6월까지 프랑스 리옹에서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이수했다. 교환학생 초기, 개강 전 기간에 친구들과 파리로 여행 갔었다. 그리고 파리 여행의 첫날밤, 에펠탑에서 숙소로 돌아가는 버스에서 '이렇게까지 행복해도 괜찮을까?'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좋았다. 그런데 지금 보니 이게 복선이었다. 나는 들떠 있었고, 세상이 너무 아름답게 보였으며, 파리의 아름다움에 취해 있었다. 불행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마음가짐이었다랄까?
굳이 찾지 않아도 사건 당일 날짜가 떠오른다. 2023년 2월 1일 수요일 오후 3시쯤. 나는 금빛으로 장식된 아름다운 백화점에 넋을 놓고 있었다. 이 백화점의 2층에는 백화점 중앙 홀을 내려다볼 수 있는 카페가 있었는데 친구들과 잠시 쉬었다가 가기로 했었다. 그리고 약 2시간 뒤 떠나려고 했는데 내 가방이 아예 보이지 않았다. 카페 직원에게 물어봐도 발견된 것이 없다고 하고, 이곳에 떨어졌나 저곳에 떨어졌나 찾아다녀도 내 가방의 그림자도 찾지 못했다. 이때쯤에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내 가방이 전부 다 도난당했다고.
1. 여권(비자가 찍혀 있는!!!)
2. 지갑(현금, 신용카드 2개, 신분증, 나비고 카드, TCL 카드)
3. 에어팟 프로
4. 선글라스
5. 가방
6. 기타(보조배터리, 립밤, 립글로스, 와인오프너)
도난 사실을 인정하자 멘탈이 정말 나갔었다. 왜냐하면 여권과 지갑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여권에는 프랑스에서 6개월 동안 머물러도 된다는 권리를 증명하는 비자가 찍혀 있고, 지갑에는 내가 파리에서 지내면서 쇼핑할 금액이 전부 다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왜 여권을 들고 나왔고 지갑에 그렇게 큰 금액을 넣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지만, 그때 당시에는 다 필요한 거라고 생각했다. 루브르 박물관을 들어갈 때 이 학생 비자가 있으면 무료로 들어갈 수 있었고, 좋은 물건을 사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큰 금액의 현금이 꼭 필요하다고 착각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도난 분실로 개인과실이 아님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만드는 것이다. 이 자료는 보험사와 연락해서 보험금을 받을 때 필수인 자료로 꼭 당일 경찰서에 방문하여 작성하는 것을 추천한다. 또한 나의 경우, 이 자료는 내가 프랑스에서 타국으로 이동할 때 매우 큰 역할을 하였다. 나에게 어떤 상황이 있었는지 가장 정확하게 서술되어 있고, 파리에서의 도난은 흔한 일이기 때문에 공항 관계자들도 비교적 쉽게 이해해 주었다.
주의할 점은 경찰에게 '도난'으로 인한 분실을 강조하는 것인데, 왜냐하면 단순 분실은 자기 관할이 아니며, 파리 분실물 센터를 안내해 주는 것으로 끝나기 때문이다. 나도 처음에는 분실물 센터의 주소를 알려주면서 여기에 있지 말라고 하였다. 하지만 아무래도 신고서를 작성해야 할 것 같아서 카페에서의 사라진 가방 이야기를 하니, 경찰도 납득하고 들여보내주었다. 내 앞에 한 팀이 먼저 있어서 약 1시간 정도 기다렸고 그다음으로는 도난 상황을 설명하는 문서를 영문으로 작성했으며, 도난신고서 문서를 받았다. 이 과정은 총 2시간 30분 걸렸다.
내가 받은 도난신고서 문서는 이렇게 된다.
다음 날, 주프랑스 대한민국 대사관에 방문해서 여권을 재발급하였다. 이를 위해서는 대사관 홈페이지로 들어가서 방문 예약을 해야 한다. 임시 여권의 경우 예약이 필요 없지만 상당히 오래 기다려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웬만하면 예약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발급할 수 있는 여권은 총 3가지 종류가 있다.
2-1. 새롭게 유효기간을 부여하는 재발급
2-2. 기존 여권의 잔여 유효기간을 부여하는 재발급 - 2-①보다 수수료가 저렴함
나는 정말 급할 때를 위해서 임시 여권은 아끼기로 하였고, 여권 수령까지 2주를 기다리는 것은 나에게 가능했으며, 겨우 7개월 전에 새로운 여권을 발급하여 만료 일자가 넉넉했기 때문에 2-2번을 선택했다.
이건 사람마다 가입한 보험사, 계약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나는 캐롯에서 보험을 가입했었는데 정신이 없어서 제대로 보험금을 받지 못했다. 보험사마다 보장 기준이 비슷하면서 세세하게는 다른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가장 정확한 정보를 얻고 싶다면 보험사에 전화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약 4개월 뒤, 어쩌다가 난 내 에어팟의 위치를 알 수 있게 되었는데 위치가 무려 알제리였다. 그러니 만약 도난 당한 것이 확실하다면 되찾으려는 노력보다는 빨리 포기하는 것이 정신에 이로울 듯하다.
알고 보니, 카페에서 가방을 도난당하는 경우가 꽤 흔하다고 한다. 한 번은 밀라노의 유명한 리저브 스타벅스 카페에서 한국인으로 예상가는 여성분들이 본인 가방을 찾아 헤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참 마음이 아팠다. 이미 그들의 가방과 물건은 값어치별로 해체되어 있었을 것이다.
무엇이든 최고는 안 잃어버리는 것이다. 그러니 유럽으로 여행 갈 때는
1. 다이소에서 핸드폰 도난 방지 스트랩을 사고,
2. 가방은 무조건 무릎 위에,
3. 그리고 만약 가능하다면 작은 크로스 복대 가방 정도는 준비하는 것이 어떨까?
미리 겁먹고 갈 이유는 없지만 단단히 준비해서 해로울 건 더 없다. 번거롭더라도 위 3가지 정도는 꼭 준비해 가도록 당부한다. 웃으려 가는 여행에서 울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