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꾸었습니다. 그것까지는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그것 말고는 어떤 것도 기억나지가 않네요. 나는 그것이 그렇게 서러울 수가 없었습니다만 관성적으로 하루를 시작할 준비를 하고 말았습니다. 늘
그렇듯이 말이에요.
나의 작은 방 창가에는 나무와 햇빛이 비칩니다. 햇빛은 좋은 화가입니다. 늘 이파리에 다른 그림을 그리곤 해요. 그림이 어떤 의미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미술관에 간 어린아이의 기분으로 바라만 볼 뿐입니다. 어떤 해석을 하지 않아도 좋은 것이 있어요.
매번 아침이면 창가에 멈춰 우두커니 있습니다. 아쉽게도 집에 들어오면 그 그림은 평생 다시는 볼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다른 아침이면 햇빛이 또 다른 멋진 그림을 나무 위에 그릴 것이란 것은 알지만, 그 그림은 오늘의 그것은 아니니까요.
내일은 또 새로운 삶이 기다리고 나는 또 좋은 인연을 맺겠지만, 그것은 오늘이 아니니까요. 그렇다고 마냥 서 있을 수는 없으니 문 밖을 나서겠습니다. 또 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