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석지호 May 06. 2024

궤도에서 이탈함에 있어

어른들은 거짓말을 많이 했다. 거짓말만 골라서 하는 것이 상호간에 약속된 습관이 아닐까 고민할 정도였다. 지금에서야 생각해보건데 어른들은 본인이 원해서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마음 속에 있는 말을 쏟아 놓을 곳이 없어진 것 뿐이었다.


기실 솔직함이라는 것은 사실 꽤나 서로 부담스러워하는 것이다. 어릴 때야 그것이 치기어린 마음이든 한순간의 취기이든 그런 작고 소중하며 사회적으로 인정되는 것에 의해 표출되어도 되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꿈이나 사랑이나 믿음 같은 그런 이제는 사실 존재하는지도 모르겠는ㅡ그러나 존재하지 아니한다고 말해서는 삶이 너무 팍팍해져버리고마는ㅡ 것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어려워버려지고 만 것이다.


서로가 만나 충돌하는 것은 소행성일때나 가능했을 것이다. 이미 너무 비대해져버린 각자의 세계는 더 이상 부딪혀서는 안되는 것으로 존재하고 마는 것이다. 그렇게 각자의 좌표공간에서 아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일정한 궤도를 돌아가는 것이 폭발하지 않는 유일한 해결이었을지 모른다.


약 열 두시간의 시차가 있다. 나의 아침은 당신들의 밤이고, 내 저녁은 당신들의 새벽이다. 그래버리고 나니 나는 아주 외로워져버리고 말았다. 스스로를 관조하는 것은 아주 오래된 취미이나 어째 막상 그것이 선택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리고나니 아주 뾰로통해져버리고 말았다. 생각보다 외국에서 사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다만 그 어떤 일상에서 일탈해버리고 만 그 기분은 예상보다 훨씬 아팠다. 


어떠한 무중력에 몸을 싣었다. 몸에 힘을 빼고 나서부터 유영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다만 공허함을 채우는 것이 불가능했을 뿐이다. 궤도를 도는 것을 편린으로나마 마주하는 것은 궤도를 이탈함에 있어 가장 부러워마지하지 않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삶은 가난함과 지루함 사이 어딘가이다. 가난하지 아니하면 지루해지고, 지루한 것이 아니면 가난한 것이다. 나는 보잉에 오르기 전 계속된 시간을 가난함과 외로움 중에 선택하는데 썼다. 나는 차라리 외로워져버리는 것이 낫다고 마음먹었던 것인데 그러면서도 평생에 가까운 시간을 후회하겠다는 생각을 곱씹어 했다. 그것은 아주 옳은 명제였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How's it going?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