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certainty
어제 아침에 일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과제 리더(Principle Investigator) Elena가 예산 미팅을 마치고 메시지를 보냈다. 2024년 봄에 예산이 잡힌 RA펀딩을 갑자기 국방부 담당자가 빼갔다. 12/1까지 리포트를 주면 다시 5월에 추가 펀딩과 함께 채워 넣는다고 한다. 이런 말 같지도 않은 일이 왜 일어났을까. 다들 당황했다.
우선, 펀딩이 넉넉했기 때문에 강의조교 (Teaching associate, TA)를 하기 전에 연구 팀에서 "여기서 계속 20시간 일하는 건 어때?"라고 물어봤었다. 유학생 신분으로 1주에 학교에서 20시간까지만 일할 수 있다. 지금은 10시간 강의, 10시간 연구로 나눠서 하고 있지만, TA시작 전 연구를 더 해달라는 제안을 받았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연구 제안을 거절하고, TA를 시작한 것이 신의 한 수였다. 이번 한 학기 수업 교육을 2개나 받고 새로운 일을 하면서 바빠졌지만 이번에 기회를 받지 않았다면 내년에 TA를 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일은 더 하고 있지만, 새로운 일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TA펀딩을 받을 기회가 늘어난 것이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RA는 대부분 Remote working원격 업무고 사무실도 좋고 처우도 좋은데, 이런 편안함에 안주했었다면 갑작스러운 소식에 걱정을 했을 것 같다.
갑자기 RA펀딩이 없어진다는 건, 학비와 생활비 보조금의 반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유학생 학비 금액 반을 내고 생활비도 반을 더 부담해야 한다. 한 학기(15주)에 최소 $10K , 1300만 원 (요즘 환율도 많이 올랐다) 정도 내야 한다는 얘기다. 이럴 땐 빠르게 SOS를 쳐서 주변에 널리 알린다.
우선 다른 기관에서 RA를 하고 있는 친구, 학과에서 TA를 담당하는 사람들한테 연락을 했다. 아직 확답을 받지는 않았지만, 몇몇 친구들이 TA를 그만둘 것 같아서 자리가 곧 오픈될 것 같다. 과에서도 공석을 메우기 위해 곧 바쁠 것 같다. 아마 10월안으로 확답을 듣지 않을까 싶다.
박사 과정을 시작했을 때 원래 펀딩 없이 와서 RA로 시작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뭐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있다. 이번 경험을 통해 어떻게든 학생 신분을 빨리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이 더욱 명확해졌다. 요즘 쓰고 있는 졸업 논문 관련해서 글을 읽다가 스타트업의 성공은 커다란 어려움 (Pitfall)을 넘기면 대부분 이루어지는데 그전에 많이 실패한다고 한다. 90%의 스타트업이 실패를 한다. 펀딩을 받은 스타트업 중 2/3 정도가 실패를 한다.
이런 갑작스러운 이벤트같은 고비가 좀 더 확고한 방향과 타임라인을 만들어주었다. 펀딩이 있었다면 좀 더 박사 과정을 하면서 논문이라도 더 내보려는 생각을 했겠지만, 이제는 졸업을 먼저 해야겠다. 박사 과정 3년째인 2024년 5월 졸업을 하려고 한다.
학생은 제약이 많은 위치다. 위치가 기회를 만들고, 시작하기 전 완벽한 준비란 없다고 생각한다. 졸업 후에도 불확실성이 있겠지만, 삶은 원래 불확실하다. 다행인 건 잘 살펴보면 나아갈 길이 있다는 점이다. 상황에 맞춰 만들어가기도 하고 그렇게 살아가면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