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rst Job Offer
한국에서의 3주 동안의 알찬 겨울방학을 보내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는 길, 시애틀 타코마 공항에서 이메일이 왔다. 내일이나 모레 15분 간의 전화 연결이 가능한 시간을 물어봤다. 지난번에 한국에서 봤던 인터뷰에 이어서 두 번째 짧은 인터뷰인가 싶었다. 이번에는 뭘 준비해야 하지 라며 면접 질문지를 읽어 보았다.
오늘 아침 9시, 학과장 (Chair)과 Dean에게서 연락이 왔다. 면접일 줄 알았는데, 합격 소식이었다. 인디애나에 있는 R2 (연구보다 강의 중심 학교)에서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Business communication)을 가르치는 강의 전담 조교수 (Assistant Teaching Professor) 포지션이다. 나에게 보험 같은 곳이었는데 논문 쓰는 마지막 학기 전에 채용 소식을 들어서 기뻤다. 보통 1-2월에 인터뷰를 하고 캠퍼스를 다니면서 많이 바쁘고 긴장되는 마음을 갖고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빠른 채용 결과에 감사했다.
이제 내 최종 확답을 일주일 후인 1/12일까지 주면 된다. 합격 전달 통화 후 이메일이 왔다. 최종 확답 전에는 제안된 금액과 복지 혜택에 대한 협상(negotiation)이 들어간다. 먼저 채용소식을 지도교수님 두 분에게 알렸다. 워낙 기준이 높은 연세 지긋한 교수님은 사실 R2에 비정년 교수직이라서 내가 박사 과정을 좀 더 길게 하고 논문 게재를 더 많이 하고 연구 중심 학교로 가길 원했다. Carsyn은 이 교수님을 만족시키긴 어렵다고 위로해 줬다. ("He is hard to please.") 다른 지도교수님은 벨기에 사람으로 나처럼 미국에서 비자를 받아서 일을 해야 하는 입장이기에 유학생들의 비자 문제를 잘 이해하고 계셨다. 졸업 후에 바로 채용이 되지 않으면 일을 할 수 있는 OPT발급 등 미국에서의 체류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고민이 될 때는 주변의 여럿 조언을 듣는다. 먼저 채용과정 중에서 추천서를 받아간 학교에 연락을 해서 합격 소식을 알리고 앞으로의 채용 일정에 대해 물어봤다. 한 곳은 내가 최종 합격자 명단 (Short list)에 있고, 1월 말 줌 인터뷰와 2월 캠퍼스 방문 후 결정이 된다고 했다. 아마도 다른 곳들도 마찬가지로 보통 1-2월 면접 후 결정이 되고 3월에 계약을 하고 8월부터 일을 하게 된다. 그러고 나서 미국에서 교수를 하고 있는 친구와 네트워크를 통해서 인디애나 학교에 있는 다른 교수님 분들과 연락을 하고 궁금한 사항을 물어봤다. 다들 많이 만족을 하고 있었고, 연봉이나 채용 요건도 적합하다고 했다. 한국 마트는 50분 걸려 운전해야 하고, 백인이 주로 많고, 치안은 안전한 편이며, 많이 심심할 수 있는 동네라고 한다. 미국은 대부분 심심한 곳이니 그러려니 했다.
어차피 일찍 졸업하고 어떤 기회든 오픈된 상황에서 욕심을 내려놓고 감사한 마음으로 이 제안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다음 주 초 지도교수님과의 미팅을 하고 메일을 회신할 예정이다.
3년 안에 박사 졸업하고, 미국 학계에서 있을 수 있고, 졸업 전에 직업이 확정되어서 감사한 마음이다. 앞으로 2-3년 동안 첫 커리어로 미국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내 영어 실력도 늘려보고 강의 경력도 쌓아가며 연구 실적도 만들어가면 또 다른 길로 열리지 않을까. 너무 욕심내지 않고 한 걸음씩 가기, 돌아가도 되니깐 마음 편하게 가면 되는 거 같다. 무엇보다도 어디 갈지 몰라서 마음 졸이면서 졸업 논문을 쓰지 않아도 될 수 있다는 점이 정말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