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날이 있다. 마침 보조 배터리를 두고 나왔는데 핸드폰 배터리가 바닥나거나, 평소엔 늘 가지고 다녔는데 하필 명함을 한 장도 안 챙겨 나온 날. 엎친 데 덮친 격, 타려던 광역버스는 내 앞에서 끊기고, 사 먹으려던 아이스크림에선 이물질이 나왔다. 머피의 법칙이라는 게 실제로 있다고 믿어지는 그런 날이었다.
국제환경산업기술&그린에너지전(ENVEX)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나의 엉망인 상태와는 반대로 전시회는 만족스러웠다. 수백 개의 기업이 참가해 환경기술과 환경제품을 소개하는 전시회인 만큼, 다양한 분야에서의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그중에서 가장 내 눈길을 사로잡은 건, 다름 아닌 불가사리였다.
불가사리의 일부 종은 포식성이 강해 양식업에 피해를 주고 산호초 군락을 파괴하는 등 바다를 황폐화시킨다. 포획해도 식용으로 활용할 수 없기 때문에, 해양 폐기물로 처리해야 하는데 그 양이 연간 4,000톤에 이른다고 한다. 한 기업에서는 이 버려지는 불가사리를 가지고 액상 비료와 제설제를 만들었다. 특히 불가사리 제설제의 경우 기존 제설제보다 부식을 낮추는 효과가 있어 일본에도 수출이 되고 있다고 한다.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도 소개되었던 바가 있다고 하니, 나는 뒤늦게 안 편이지만 그래도 신선했다. 지구를 살리는 이러한 기업들이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오늘은 ‘환경의 날’이다. 그리고 머피의 법칙. 이 글을 핸드폰으로 쓰다가 저장을 안 하고 두 번이나 날려먹었다. ‘잘못될 수 있는 일은 결국 잘못되기 마련이다.’ 이 법칙이 지구에게만큼은 적용이 안되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