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혜지 May 26. 2024

생명체 하나가 내 집으로 들어왔다

   며칠 전 수도권 매립지로 교육 출장을 갔다가, 로즈마리 화분 하나를 얻어왔다. 폐기물이 잔뜩 쌓여 있는 매립지에서 생명체가 담겨 있는 화분이라니. 무척 대조적이었다.

 

   난 살아있는 생명체를 집에 들이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들어온다는 건, 나가는 때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몇 년 전, 나는 유기견 보호소에서 안락사 위기에 놓인 강아지를 입양해 왔다. 도로에서 차에 치인 채 떨고 있는 강아지를 발견했고, 내가 직접 보호소로 보냈었던 강아지였다. 주인을 찾아주려 근처 동물병원을 모두 돌아다녀보고 전단지도 만들어서 돌려봤지만, 안락사 하루 전까지도 주인이 나타나지 않았다. 부정교합이 심한 믹스견인 데다가 나이도 많은 터라, 다른 곳으로 입양 갈 확률도 너무 낮아 보였다.


   이젠 둘도 없는 내 가족이 되었지만, 열세 살이 된 이 강아지를 보면, 덜컥 헤어짐의 순간이 무서워진다. 그렇게 이별이 두렵다는 내 이기적인 마음으로, 살아있는 생명체들은 내 집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즈마리 화분을 집에 들인 건, 나름 큰 결심이었다. 누군가는 화분 하나쯤이야 할 수 있겠지만, 나에게 식물 하나를 키운다는 건 내게 할당된 생태계의 무게 그 이상을 의미했다.


   로즈마리 화분을 내 삶으로 들여온 건 ‘기특해서’였다. 내가 방문했던 수도권 매립지에는 음식물 폐수에서 발생하는 바이오가스를 이용하여 난방을 하는 온실이 있다. 음식물 쓰레기는 처리하는 과정에서 고농도의 유기성 폐수가 발생된다. 일반 쓰레기에서 나오는 폐수보다 최대 1,000배 이상 오염도가 높은데, 수도권 매립지에서는 이 음식물 폐수를 가지고 혐기성 소화과정을 거쳐 바이오가스를 생산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신재생에너지로 온실의 난방을 하는 것이다.


   그 온실에서는 지역 주민들이 직접 식물들을 키우고, 재배된 식물은 수도권 매립지의 공원을 조성할 때 곳곳에 심는다고 한다. 내가 데려온 로즈마리도 이곳에서 자란 아이다. 로즈마리의 꽃말 중에는 ‘당신의 존재로 나를 소생시킨다’는 의미가 있다. 꽃말과 잘 어울리는 성장 배경을 가진 아이라 생각이 들었다. 더욱이 지구를 살리는 새로운 형태의 에너지를 기반으로 자란 생명체라니 얼마나 기특한가.


   로즈마리 잎을 조심스레 쓰다듬어 본다. 봄과 여름 그 중간 즈음의 향기가 물씬 난다. 쌉쌀하고 시원한 초록 잎의 내음이 코 끝을 간질인다. 이토록 청량한 생명을 오랫동안 꺼트리지 않고 키워보려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