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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은 May 27. 2024

잠언 완독한 후기


잠언을 완독했다! (2024. 02. 18~ 04. 07)


 다 읽는 데는 대략 두 달 정도 걸렸다. 나는 성경을 읽을 때 필사를 한다. 이번에 잠언을 읽을 때도 전부 노트에 쓰면서 읽었다. 그냥 눈으로만 읽으면 머리에 잘 안 들어오는 것 같고, 시간이 지나면 기억이 잘 안 나는 것 같아서. 원래 나는 공부할 때도 쓰면서 하기 때문에, 엄청 힘들다거나 팔이 아프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부끄럽지만 사실 나는 성경 전체를 완독한 적이 없다. 주일에 예배만 드리고 따로 말씀을 읽은 적은 없다. 큐티책도 몇 번 사봤지만 끝까지 다 한 적은 없다. 아예 펴보지도 않거나 몇 장 하고 전부 흐지부지 됐다. 그러다 말씀을 읽어야겠다, 하는 마음이 강하게 들어서, 그때부터 잠언 읽기를 시작했다. 말씀이 나의 삶에 중심이 되도록. 말씀대로 살아가는 내가 되길 기도하며 읽었다. 




사실 일상을 살아가면서 성경을 읽는 게 쉽지 않다. 공부와 과제, 취미생활, 기타 등등의 일로 성경 읽는 건 미루기 일쑤다. 나도 매일 1장을 필사하기로 했지만, 미룰 때도 많았다. 미루다가 한 번에 2~3장을 필사한 적도 많았다. 그런 내 모습을 발견할 때마다 부끄러웠다.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었다. 그건 필사하는 게 힘들어서, 성경을 읽는 게 힘들어서가 아니었다. 매일 성경을 읽겠다고 다짐해놓고 그 다짐마저 제대로 못 지키는 내가 부끄러워서였다. 하지만, 포기하기 싫어서 읽었다. 미뤘으면 미뤘던 만큼 필사했다. 그 시간을 견디고 나니 견디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중간에 포기했으면 나는 아마 다시는 성경을 읽지 않았을 거다.




잠언을 다 읽기까지 이끄신 하나님께 감사하다. 많은 성경 중에 잠언을 고른 이유는 별 거 없다. 나는 초등학교 때 잠언을 필사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제대로 이해하지도 않은 채 그냥 베껴 썼다. 그게 지금까지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제대로 잠언을 읽어보자, 해서 읽게 됐다. 어릴 때는 아무 생각 없이 베껴쓰기만 했는데, 지금은 읽으면서 많이 깨닫기도 하고 많이 다짐하기도 했다. 



큐티책을 사서 큐티하는 것보다 성경을 필사하는 게 나에겐 더 잘 맞는 것 같기도 하다. 큐티책은 끝까지 한 적이 거의 없는데(초등학생 때를 제외하곤) 잠언은 끝까지 읽은 걸 보면. 




<잠언 인상깊은 구절 모음>


너는 마음을 다하여 여호와를 신뢰하고 네 명철을 의지하지 말라(잠언 3:5)


너는 범사에 그를 인정하라 그리하면 네 길을 지도하시리라(잠언 3:6)


스스로 지혜롭게 여기지 말지어다 여호와를 경외하며 악을 떠날지어다(잠언 3:7)


대저 여호와는 네가 의지할 이시니라 네 발을 지켜 걸리지 않게 하시리라(잠언 4:26)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요 거룩하신 자를 아는 것이 명철이니라 (잠언 9:10)


거짓 입술은 여호와께 미움을 받아도 진실하게 행하는 자는 그의 기뻐하심을 받느니라 (잠언 12:22)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시니라 (잠언 16:9)


삼가 말씀에 주의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여호와를 의지하는 자는 복이 있느니라 (잠언 16:20)


노하기를 더디하는 것이 사람의 슬기요 허물을 용서하는 것이 자기의 영광이니라(잠언 19:11)


사람의 마음에는 많은 계획이 있어도 오직 여호와의 뜻만이 완전히 서리라(잠언 19:21)


곧 헛된 것과 거짓말을 내게서 멀리 하옵시며 나를 가난하게도 마옵시고 부하게도 마옵시고 오직 필요한 양식으로 나를 먹이시옵소서 (잠언 30:8)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은 구절은 잠언 30장 8절이다. 




곧 헛된 것과 거짓말을 내게서 멀리 하옵시며 나를 가난하게도 마옵시고 부하게도 마옵시고 오직 필요한 양식으로 나를 먹이시옵소서 (잠언 30:8)



아굴은 두 가지 일을 주님꼐 구하였다고 하는데, 첫째는 헛된 것과 거짓말을 자신에게서 멀리 하게 해달라는 것, 둘째는 나를 가난하게도, 부하게도 말고 오직 필요한 양식으로만 자신을 먹여달라는 것이다. 



이 말씀을 읽으며 마음이 찔렸다. 지금까지 나는 나를 가난하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원망도 많이 했다. 나는 부한 것이 가장 좋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항상 내가 지금보다 좀 더 돈이 많고 부유해지길 원했다. 하지만 아굴은 오직 필요한 양식으로만 살게 해달라고 한다. 난 나를 가난하다고 생각했지만 하나님은 지금까지 항상 나를 부족함 없이 채워주셨다. 먹을 것, 입을 것, 잘 것 모두 걱정 없게 해주셨다. 나도 그걸 알고 있는데도, 완전히 믿지 못하고 가끔씩 불평했다. 




그런데 아굴의 기도를 듣고 나니 내가 부끄러워진다. 맞다. 하나님은 그동안 아무 부족함 없게 해주셨지. 내가 지금보다 더 돈이 많고 잘난 사람이었으면 하나님께 감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교만해지고 자만해서, 내가 잘남은 다 내 덕이라고 생각하며 살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나는 부하지 않고, 그래서 더 감사한다. 나는 가난하지만 이런 내가 지금까지 잘 살아오게 하심에 감사하다.




모든 일을 하나님께 맡기고 의지하길, 항상 나를 지키시고 선한 길로, 가장 최선으로 인도하시는 하나님을 믿길. 그리고 범사에 감사하길 기도한다.



잠언을 읽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하다. 잠언에서 끝나지 않고, 앞으로 계속해서 말씀을 읽을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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