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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ny Nov 19. 2020

 산후조리원 두 번은 안 간다.

조리원에 안 가면 완모가 쉽다.

  오랜만에 브런치에 들어왔다가, '산후조리원을 가지 않은 이유'라는 글이 추천글로 올라와 있어서 혹시나 내 생각과 같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읽어보았다.


  읽어보니 산후조리원의 과한 비용에 초점이 맞춰진 글이었다. 그런데 그 비용은 아무리 비싸도 시댁에서 대줘야 한다는 등의 댓글이 엄청나게 많이 달려있고 게다가 부정적인 반응의 댓글 때문인 건지  더 이상은 댓글을 쓸 수 없도록 설정이 되어있었다.  


  최근 산후조리원이라는 드라마가 방영 중이어서 그런지 산후조리원 비용과 문화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유난히 지대한 것 같다.


  나는 첫째를 임신했을 때 산후조리원은 아무리 비싸더라도 산후조리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꼭 가야 하는 곳인 줄 알았다.


  그래서 임신 8개월 차에 미국에서 귀국하자마자 같은 건물에 조리원이 함께 있는 산부인과를 찾았고, 조리원에서 추천하는 모든 옵션을 포함한 가장 비싼 특실로 예약했다. (그래야 내 몸이 더 잘, 빨리 회복되는 줄 알았다.) 오랜 기다림 끝에 가진 아기라서 감사하게도 비용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시어머님이 예약 비용을 내주셨고, 나중에 퇴원할 때는 친정엄마가 어디서 들었는지 조리원 비용은 친정에서 내주는 거라고 하더라며 막 인출한 돈다발을 들고 오셨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나는 산후조리원에 간 것을 후회했다. 그리고 둘째를 낳고는 산후조리원에 가지 않았다.


  주된 이유는 모유수유 때문이다.


  산후조리원에서는 모자동실이 가능하긴 하지만, 주로 병원 신생아실처럼 엄마와 아기를 떼어놓는다. 엄마의 휴식과 회복을 위한다는 명목이다.


  문제는 그렇게 되면 아기가 배고파서   바로바로 엄마가 젖을 물릴  있는 환경이 되지 않는다. 아기가 울어 수유콜을 받고 수유실로 가면, 그땐 이미 늦는다. 울다 지쳐 잠이 들었거나, 젖병에 분유나 유축한 모유를 조금 상태에서 엄마를 만나게 된다.


  이때 많은 경우, 아기는 엄마의 젖꼭지를 열심히 빨지 않는다. 우리 아기 같은 경우 젖꼭지만 입에 대주면 아예 싫다고, 젖병을 내놓으라고 조리원이 떠나가라 울었다.  '유두혼동'의 시작이다.

젖병을 빠는 것보다 엄마 젖꼭지를 빠는 것이 50배 힘들다고 한다. 젖병을 빨 때는 턱의 상하운동만, 즉 입만 오물오물하면 되는데 엄마 젖꼭지를 빨려면 혀와 구개 턱이 일정 순서에 따라 복합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그래서 젖병에 익숙해진 아기는 엄마 젖꼭지를 싫어한다. 아기는 똑똑하다. 더 쉽게 먹을 수 있는 것을 여러 차례 경험했는데, 더 힘들게 고생하며 먹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초보 엄마는 당황하고, 이 수순을 거치며 직수( 엄마 젖꼭지를 직접 물고 빨아먹는 수유)를 실패하고, 모유는 유축을 해서 젖병에 담아 먹이다가 그 절차가 너무 번거롭거나, 불어나는 모유를 끝까지 빼내지 못해 (유축으로는 속 젖까지 나오지 않는다. ) 젖몸살로 고통받거나, 아기가 젖병 물듯 젖꼭지를 끝부분만 물어서 젖꼭지에 상처가 나면서, 많은 엄마들이 모유수유를 하고 싶어도 못하고 포기한다.


  완모(분유 보충 없이  모유수유만 하는  ) 비결은 아기가 배고픈 신호를 보낼 때마다 직수를 하는 것이다. 신생아 때는 자신이 먹을 양을 확보하기 위해 30분에서 1시간마다 찾기도 하는데, 그때마다 젖을 물리면 아기가 빠는 만큼 젖양이 늘어나고, 그러면서 3-4시간까지 수유 간격이 늘어나며, 그렇게 되면 어렵지 않게 완모에 성공할  있다.


 하지만, 조리원에 가게 되면 이 모든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지 못해서 모유수유가 너무나 어려운 것이다.


  이번에 둘째는 모유수유를 위해 산후조리원에 가지 않았다. 물론 병원 신생아실에서 분유를 조금 먹기는 했겠지만, 생후 3일 차에 퇴원해서 내 옆에 눕혀놓고 모유를 먹이니 일부러 아기 입을 크게 벌리게 할 필요도 없이 본능대로 잘 빨았고, 지금까지 큰 어려움 없이 완모 중이다.


  모유수유가 원활하게 되니 부기도  빨리 빠지고, 오로 배출   회복도 빨랐다. 첫째  비싼  들여서 산후마사지를 받았던 것보다  효과가 좋았다. (물론 자연분만하면 일반적으로 경산모들의 회복이 초산모에 비해 빠르다고는 한다.  )


  집안일과 식사 준비, 아기 목욕은 산후조리사님이 오셔서 도와주셨고, 나는 아기에게 모유만 먹이고, 남는 시간 유튜브를 보면서 산후 요가를 따라 했다. 신생아는 먹고 자고 하기 때문에 아기를 딱히 돌볼 것도 없다. 게다가 요즘은 정부에서 산후조리사 비용의 일정액을 지원해 주기 때문에 한 달 가까이 도움을 받았지만 조리원 비용의 십 분의 일 수준밖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단체생활이 아니라 전염병 감염의 위험이 낮았다. (확률일 뿐이지만.) 산후조리원에 갔을 때보다 몸도 마음도 훨씬 편한 산후조리였다.


  일부 고급 산후조리원의 경우( 2주 비용이 몇 천만 원이란다..), 모자동실을 하고 그 아기와 산모만을 단독으로 돌봐주는 곳이 있다고 한다. 그런 경우라면 모르겠지만 내가 갔던 일반적인 산후조리원, 하루에 한 번 정도 몇 시간만 모자동실 시간이 있으며 신생아실에서 아기들을 단체로 돌봐주는 형태의 곳은 모유수유를 하려는 나 같은 엄마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수유콜이 오면 얼른 방을 나서느라 온종일 바빴고, 가장 비싼 옵션의 산후 마사지를 받고 오면 오일 향 때문인지 아기가 유난히 더 울었다. 뒤늦게 모유수유를 위해 24시간 모자동실을 하려니, 집에서 내 방에 아기 눕혀놓고 있는 것이랑 똑같은데 병원에 입원하듯 조리원에 굳이 들어가 있을 이유가 없었다.


  모유수유를 하지 않을 것이라면 아기를 알아서 돌봐주니 편히 자신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육아전쟁 돌입 전 마지막 고요한 2주가 될 수도 있겠다.  그리고 유두혼동이 오지 않은 아기라면 큰 어려움이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일반적인 우리 시대의 산후조리원이 모유수유를 방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산후조리원 가격이 문제는 아니다. 건물세, 시설, 인건비를 생각하면 당연히 비쌀 수밖에 없다.


  다만 상업적인 공간이라는 것을 잊지 마라. 산후조리원 퇴원 선물로 주는 배냇저고리, 분유와 젖병 세트, 기저귀 그런 것들이 정말 단순한 선물일까. (참고로 처음 맛본 분유에 입맛이 익숙해진 아기의 분유를 다른 브랜드로 바꾸기는 유두혼동이 온 아기에게 젖을 물게 하는 것만큼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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