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아프게 하는 것

by 꽃지

귤이가 가족이 된 뒤로

길냥이들을 보면 맘이 아프다


뭐든 좋은 것 아님 싫은 것, 이 둘뿐인 나라서

한번 눈길 주면 지갑도 마음도 탈탈 털리리란

생각에 애써 못본척 지금껏 외면해왔다


근데 어쩜, 이번 겨울이 무시무시하게 추워서

길 위에 사는 아이들의 하루는 얼마나 괴로울까

싶은 생각에 엊저녁엔 잠도 안오고 마음이 너무 아프더라


오늘은 부랴부랴 스티로폼 박스를 구해와서

온갖 잔소리를 들으며 급조해서 집을 만들었다

빈약하고 허술하고 임시방편에 불과하지만

너희 얼마나 추웠니..


수많은 길고양이들이 추위에 굶주림에 떠는데

고작 집 2개 만들어줬다고 그나마 마음의

무거움을 덜었다는 생각이 든다

나란 건, 인간이란 건 참 무지무지 이기적이다


고양이에게 맘을 쓰면서 쇠파이프 담뱃불 등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학대를 하는

인간을 보면서 다시 한번 어깨 맞대고 사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싫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4kg 남짓한 생명체가 나를 이렇게 바꿔놓을 줄..

세상은 정말 알 수 없는 것 천지고

무엇도 확신할 수 없으며 장담할 수가 없다


나에겐 바라만 봐도 사랑스러운 존재지만

누군가에겐 화풀이의 대상 혹은 잠시 즐기다가 추위나 더위 속에 내다버려도 되는 대상이라니

혹독한 겨울보다 인간들의 맘이 더 춥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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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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