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냄새나는 이야기
썸인 줄 알았는데 어장관리였던 경험이 있다면, 한 번쯤 이런 질문을 하게 된다.
‘어장관리는 도대체 왜 하는 거야? 무슨 생각인 거야?’
왜 자신에게 그랬는지, 시간이 아깝지도 않은지, 모든 것이 의문투성이다.
진심을 다해 상대방을 대했던 자신의 행동들에 수치심을 느끼면서도,
그들이 자신에게 했던 행동에 대한 궁금증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어장관리를 당하고 난 후유증이다.
본인은 썸이라고 생각했던 Y 역시도 이해할 수 없다고 그 사람을 욕했지만,
어떤 연락도 차단하지 않았고, 이후의 행적을 궁금해했다.
“나를 동생으로만 생각했다면서 어떻게 그래? 그게 아직도 이해가 안 돼.
그리고 서로 남녀로서 만나보기 위해서 소개를 받아놓고는 왜 어장을 치는 거야. 시간 아깝게.
내가 어이없는 얘기 더 해줄까?
그 사람은 나랑 연락하면서도 지인한테 여자친구 필요하다고,
소개받고 싶다고 계속 부탁했대. 어이없지 않아?
그때는 내가 직접 들은 게 아니니까 그냥 그 사람 말만 믿자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냥 믿고 싶지 않았던 거 같아. 어장을 제대로 당한 거지”
지금처럼 Y가 인정하기까지 나에게 수많은 고민 상담을 하고 또 조언을 구했지만,
어떤 이야기도 받아들이지 못했다.
본인도 의구심이 생겨 상담을 하긴 했지만, 결국 믿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너무 좋아하는 상대를 만나버렸기 때문에.
어장관리는 단순히 ‘당하는 것’만은 아니다. 본인도 찝찝함을 알지만 좋아하기에 덮어두는 것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기대하며 기다리는 것이다. 결국은 이 모든 것이 본인의 선택이다.
하지만 이런 선택이 반복되는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기에,
어장관리를 하는 사람들의 심리와 행동 패턴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어장관리 하는 그들의 심리는 무엇일까?
그동안 내가 연애상담을 하면서 알게 된 어장관리 유형에 대해서 정리해 보았다.
1. 관계에 대한 책임 회피형
연애는 관계가 정의되었을 때 책임이 생기게 된다.
그냥 아는 사이, 썸 타는 사이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것이 바로 책임이다.
연인 관계는 시간과 돈이 투자되어야 하고, 서로에 대한 배려가 오고 가야 하며,
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지속되어야 한다.
관계가 정립되면서 따르는 책임이, 생각보다 무겁다고 느껴진 그들은
관계를 정의 내리지 않는다. 애매한 관계가 좋기 때문에.
2. 관심이 자기 가치가 되는 관심 의존형
이런 유형은 문어발식 어장관리 유형이다.
여러 사람에게 호감을 받아야 안정을 느끼는 심리이며,
단 한 사람과 주고받는 애정과 관심으로는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
관심이 가치가 되며, 많은 관심이 쏟아질수록 자신의 가치가 올라간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어떤 관심도 잃고 싶지 않아 하며,
누구도 떠나지 않도록 관리 감독한다.
모두에게 똑같은 애정을 쏟고, 어느 한 사람에게만 관계가 집중되도록 하지 않는다.
3. 외롭고 심심한 심심풀이형
이 유형은 애초에 연애를 할 마음이 없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외로운 건 싫은 유형이다.
연애는 싫지만 연애 비스무리한 감정을 나누며 연락을 주고받는 건 재밌다.
외로움이 해소되는 것이 목적이며, 책임지는 관계는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본인이 심심하고 외로울 땐 불쑥불쑥 나타나지만,
관계가 너무 깊어지는 것 같으면 자연스럽게 발을 뺀다.
그러다 상대가 멀어지면 다시 잡는 유형이다.
4. 혹시 모르는 가능성을 위한 보험형
현재에 만족을 모르거나 혹시 모를 상황을 위해 대비하는 유형이다.
지금 사귀고 있거나 연락하는 사람이 있다 해도,
이 사람과 헤어질 수 있고, 더 좋은 사람이 나타날 수 있다고 판단한다.
더 좋은 가능성, 대체를 위한 가능성을 미리 대비해두며
관계를 끊지 않고 자신의 어장에 수집해두는 유형이다.
사실 일반적인 사람들이 어장관리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알게 된다고 해서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해할 수 있는 범주의 생각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기에 보는 눈이 생기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글을 써본다.
심리뿐만 아니라 어장관리를 하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행동 패턴이 있다.
놀랍게도 Y가 썸남에게 겪었던 행동들이 어장관리의 행동 패턴과 동일했으며,
내가 Y에게 조언할 수밖에 없었던 결정적인 이유였다.
어장관리를 하는 사람들의 행동 패턴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첫 번째, 그들은 관계를 정의하지 않는다. Y의 썸남은 2개월을 성실하게 연락했지만,
어떠한 관계로도 규정짓지 않았다. 물론 Y도 우리가 어떤 관계냐고 묻지 않았다.
확인해 보라고 조언했지만, 자존심이 상해 어떤 질문도 시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먼저 만나자는 얘기를 안 해,
근데 연락은 하루도 빼놓지 않고 거의 하루 종일 연락을 해”
“2개월이 넘도록 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정확하게 얘기를 안 해”
관계를 정의하진 않지만, 애매한 사이를 유지한 채 시간을 축적해 나가는
그들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두 번째, 관계가 깊어지면 속도를 늦춘다. 연애처럼 느껴지도록 플러팅을 하기도 하고 연락의 지속성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쓸데없는 성실함에 상대방의 마음이 깊어져 다가가려 하면 거리를 두기 시작한다.
연애는 타이밍이다. 그래서 감정이 깊어질 때 더욱 불타오를 수 있는 관계의 정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어장관리는 결정적인 순간 발을 빼는 행동을 한다. 그래서 상대방은 더욱 애가 타고 답답하지만, 그들은 관계를 시작할 마음이 없기에 적당한 거리를 두며 관계를 유지한다.
“그 사람은 감정 기복이 심한 거 같아.
연락이 꾸준한 것 같다가도 본인 기분 따라서 연락이 안 될 때가 있어.
뭐 때문에 연락이 안 되는지 알려주고 사라지면 좋겠는데 말도 없이 자주 사라져”
감정 기복이 심하거나 일이 있어서가 아니다.
관계가 깊어지지 않도록 속도 조절을 위한 행동일 뿐이다.
세 번째, 멀어지는 순간 다시 잡는다. 애타는 마음이 깊어지고 답답함이 짜증이 될 때쯤 ‘연락을 그만할까?’라는 생각을 하는 타이밍이 온다. 바로 그때 연락과 관심이 다시 쏟아진다면? 영락없는 어장관리의 전형적인 행동 패턴이다.
이때는 말 한마디도 더 다정하게 하고, 세심하게 배려하며
당신에게 무차별적인 관심을 쏟아낸다.
“식사 메뉴를 사진 찍어서 보내고, 퇴근시간만 되면 꼭 먼저 전화를 해줘.
이렇게 다정한데 헷갈릴 수밖에 없잖아”
물론 꾸준하게 이런 행동을 했다면 충분히 노력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안정감이 아닌 롤러코스터처럼 좋았다가 곤두박질 쳐지는 기분이라면,
그것은 우리 관계를 위한 노력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나의 감정은 고려하지 않은 채 본인의 속도와 타이밍에 맞춰서 행동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어장관리의 핵심 행동 패턴이다.
마지막은, 플러팅인 듯 플러팅 아닌 플러팅 같은 행동이다.
적절한 호감 표현을 하면서도 우리 관계에 대한 직접적이고 적극적인 말과 행동을 하지 않는다. 관계를 위한 말이 아닌 의미 없는 호감 표현만 계속된다면
그것은 상대를 묶어두기 위한 행동 패턴이다.
“이상형을 말해주는데 그 이상형을 설명하는 것들이 전부 나인 거야.
이건 그냥 대놓고 너가 이상형이야.라고 말하는 거였다니까.
자신이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를 계속 어필해. 그걸 왜 어필하겠어.
나한테 잘 보이고 싶어 서잖아.”
모든 대화 문장들이 Y가 내게 했던 이야기들이다.
‘그는 너를 동생 이상으로 보지 않는다’라는 말에 반박하며 건넨 이야기 들이었다.
하나같이 어장관리의 행동 패턴이었지만 그 행동들 때문에 Y는 ‘혹시나’ 하는 기대를 놓지 못했다. 단편적으로는 어장관리의 기술이 통한 것이겠지만
돌이켜보면 Y가 인내하고 기다려줬기에 가능한 관계였다.
나는 어장관리를 겪는 사람이 어장관리를 당했다고 보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 어장관리를 겪고 있는 사람들은 스스로도 의구심이 생겨 고민을 한다.
연락을 끝낼까? 그래도 기다려볼까?라는 고민. 이러한 갈등 자체가 본인도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정상적으로 연인이 되기 위해 알아보는 관계가 아니라는 것을.
뭔가 답답하고 안타까워서 속을 끓이고 있지만, 혹시나 하는 기대감으로 버티고 있을 뿐이다.
본능적으로는 알고 있지만 알고 싶지 않은 상태라면 설명이 될까?
본인이 너무 좋아서 한 번쯤은 온 마음을 다해 노력해 보고 싶다면 어쩔 수 없지만.
안되는 관계를 붙잡고 있는 것만큼 가치 없는 일도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어장관리의 끝은 너무 화가 나고 수치심마저 드는 것이 아닐까?
어렵게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 잘되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그 상대는 내가 시간을 들여 정성 어린 마음을 쏟을 가치가 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들이 어떤 심리로 어장관리를 하는지 제대로 확인했다면 이제 버티는 것은 그만하자.
자신을 좀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을 만나 진중한 만남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당신을 진심으로 아껴줄 사람이 분명 기다리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