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도적인 사람이 연애에서 을이 되는 이유

사랑냄새나는 이야기_연애편

by 보라도리

대인관계에서 자연스럽게 주도하고 앞장서는 타입이 있다.

서슴없이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조율하는 데에도 능숙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연애가 시작되면, 그들 중에는 유독 ‘을’이 되는 사람이 있다.

상대를 배려한다는 명목으로 자신의 모습을 점점 줄이고,

결국은 스스로를 갈아 넣는 연애를 한다.


왜 이런 연애를 하게 되는 걸까?


오랜 친구인 C는 내게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너도 알다시피 나는 친구들이랑 있을 때는 정말 내가 하고 싶은 데로 하잖아.

배려를 하면서도 곧잘 내가 원하는 대로 리드를 잘 한단 말이야.

근데 남자친구한테는 그게 잘 안돼. 배려가 너무 과해진다고 해야 하나?

눈치를 보는건 아닌데 그냥 맞춰주는 게 편해서 그렇게 하는 거 같아.

근데 그 상태로 시간이 지나면 말야. 그런 내 모습이 너무 별로인 거야.

그러다 보면 관계도 점점 불편해지고, 그래서 결국 끝을 내버리게 돼….

난 그래서 걔랑 헤어진 이후로는 남자친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없어졌어.

귀찮아 그냥. 지금이 너무 편해.”


내가 지켜본 C는 친구 관계에서는 주도적인 리드형에 가깝다.

그런 사람이 연애에서는 상대방에게 한없이 맞춰주게 된다니 그 변화가 굉장히 흥미로웠다.

왜 C는 유독 연애에서는 다른 포지션을 선택하고 있는 걸까?

평소 관계를 주도해온 사람일수록, 상황을 컨트롤할 수 있다는 감각에 익숙하다.

갈등이 생기더라도 스스로 조정할 수 있고, 분위기를 다시 회복시킬 수 있다는 감각이 있다.

특히 오랜 친구 관계나 일터에서는 경험이 쌓여 있고 역할이 분명하다.

변수가 적기 때문에 조율이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연애는 다르다.

감정이 개입되고, 작은 말 한마디가 균형을 흔들 수 있다.

이런 관계는 통제의 영역이 아닌 변수의 영역이 된다.

그래서 주도적인 사람일수록 이런 전략을 선택한다.


‘나를 먼저 컨트롤하면 안전할 것이다’


리드 대신 과배려를 택하는 이유다.

내가 사라지는 상황은 견딜 수 있지만, 그 사람을 잃는 상황은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그런 연애 과정 때문에 연애에 거부감을 느끼게 된 것이 안타까웠다.

자신의 모습을 삭제하는 것만이 편안한 관계를 만드는 정답은 아닌데 말이다.


자신을 내려놓는 것이 왜 편안한 관계를 만든다고 믿었을까?

그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작은 균열조차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불편함을 미리 차단하려는 태도는, 결국 과배려로 이어진다.

과배려의 결말은 싸우지 않는 대신, 말하지 않는 쪽을 선택하는 것이다.

이런 생각 때문에 끊임없이 노력했어야만 하는 당신은,

그것이 아마도 사랑이라고 여겨졌을 것이다.


분명 사랑에서 출발한 것은 맞지만,

어쩌면 그 본질은 관계를 지키기 위한 전략에 가까운 마음이다.

어떤 변수가 있다 해도 사랑을 키우기 위한 감정을 주고받았어야 한다.

서로가 어떤 사람인지를 치열하게 알아가는 연애를 경험했어야 한다.

하지만 연애의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불편한 상황들이 견디기 힘들었기에,

처음부터 그 감정들을 방어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결국 관계를 지키기 위한 전략에 꽂히다 보면 그 속에서 나 자신은 점점 사라진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모습이 낯설고, 본인답지 않은 모습에 흔들린다.

겉으로는 평온해 보였지만,

그 평온은 한 사람이 끊임없이 자신을 죽이며 유지해온 것이었다.

결국 그 관계에서는 나도, 상대도 온전히 만족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관계의 끝은 아이러니하게도 더 많이 애쓴 사람이 먼저 지치는 순간으로 찾아온다.


“왜 나는 연애에서만 을이 되는 걸까?”


그동안 당신이 가졌던 의문은 어쩌면 착각일지 모른다.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아 지쳐버렸지만,

사실 그 관계의 방향을 결정한 사람은 당신이다.

상대와의 관계가 불편해지지 않도록 무던한 노력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연애는 한 쪽의 일방적인 생각과 노력만으로 지속될 수 있는 관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본인의 강함이 상대를 휘두르게 될까 봐 전전긍긍하며,

자신을 억누르는 것은 결코 해결 방안이 될 수 없다.

자신의 강함을 때로는 부드러움으로 또는 팽팽함으로도 대할 줄 아는 상대를 만나

그 관계가 유지되는 경험을 해야 한다.

그러한 경험은 결국 본인의 방식과 전략을 바꾸는 대서부터 시작된다.

관계에서 반복적으로 지치는 패턴이 있다면,

그건 상대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쓰고 있는 전략의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

또한 상대를 위한 배려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연애에서의 배려는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면서 조율해 나가는 과정이다.

자기주장만 펼치거나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원하는 욕구를 조화롭게 충족시켜 나가는 것.

그 과정이야말로 진정한 배려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예를 들어 남자친구가 주말마다 갑자기 약속을 잡아,

속으로는 굉장히 당황하고 갑갑한 상황이라고 치자.

예전 같았다면


‘내 생각을 말해서 괜히 분위기 안 좋아지지 않을까?

나도 미리 약속만 잡는다면 만나는 건 좋은데,

이런 마음이 아니라고 오해하면 어떡하지? ‘


이런 생각에 마음이 불편함에도 상대에게 아무런 표현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것이 불편하고,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는지 구체적으로 말하고 조율하는 경험을 만들어야 한다.


“나는 주말에는 혼자 쉬거나 부모님이랑 시간을 보낼 때도 있거든,

그래서 미리 말해주고 약속을 잡으면 주말에도 언제든지 너랑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거 같은데, 너는 어떻게 생각해?”


만약 이 말에 상대가 불쾌해한다면, 그때는 관계를 다시 생각해 볼 문제다.

당신이 스스로를 지키며 말했을 때 관계가 크게 흔들린다면,

그 관계는 애초에 한쪽의 희생 위에 서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상대방 입장에서는 순간적으로 속상한 기분이 들 수도 있다.

주말에도 만나고 싶어서 얘기한 건데, 상대는 그렇지 않은 것 같으니 말이다.

하지만 자신의 스케줄과 취향을 열심히 설명하는 당신의 모습을 보면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느끼게 되지 않을까?

상대를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면, 좋은 정보로 여길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당신에 대해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까.

그러니 상대에게 자신을 알리는 일에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한 정보가 쌓이고 쌓여 서로를 알게 되고 관계를 만들어간다면,

더 이상 스스로를 약하게 만드는 을의 연애를 하지 않게 될 것이다.


연애란 그런 것이다.

일방적인 배려가 아닌, 교감과 교감을 통한 신뢰를 쌓아가는 것.

나를 지운 채 지켜낸 관계는 결국 오래가지 못한다.

연애는 혼자가 아니라, 두 사람이 각자의 모습을 유지한 채 함께 만들어가는 관계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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