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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줴줴글로벌 Feb 11. 2024

[동남아투데이]“동양의 록펠러"

말레이시아 페낭의 대부호 청팟치의 삶으로 본 동남아시아 중국이민자의 삶


동남아시아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갈수록 늘어나지만 미묘하게 사람들의 관심이 적은 곳이 바로 말레이시아가 아닐까 합니다.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미얀마를 콕 찝어서 애정하는 사람은 보았습니다만 말레이시아를 콕 찝어서 좋아하는 사람은 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말레이시아는 한국인이 대표적으로 해외취업을 많이 하는 지역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말레이시아에서 두번째로 큰 도시 페낭(Penang)에 대하여 적어보려 합니다. 그 가운데서도 페낭에 살았던 중국계 대부호 ‘청팟치(Cheng Fatt Tze, 1840–1916))’에 대해서 말이지요.




타칭 동양의 록펠러로 불렸던 "청팟치"의 초상




페낭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절반은 중국계 사람입니다. 다른 말레이시아 지역과 비교해서 유독 중국계 인구가 많이 살고 있는 배경에는, 서양 제국주의 국가들이 통치하던 시절에 사용하던 대표적인 무역항이 말레이시아의 페낭, 말라카(Melaka), 싱가포르 였기 때문입니다. 특히 중국 남쪽 지역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찾아 이주해 왔던 시대적인 배경이 있는 곳으로 그 같은 중국 이주민의 흔적은 페낭 시내에서 여전히 찾아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중국 이민자의 흔적은, ‘청팟치 맨션(Cheng Fatt Tze Mansion)'이라는 곳입니다. 일반적인 건축물과는 차별화되게도 선명한 파란색으로 외벽을 장식해 놓은 것이 유명한 관광 명소인데요. 이곳은 청팟치라는 중국인 이민자 일가가 살았던 저택이었습니다.




블루맨션의 내부




본래 집주인이었던 청팟치는 1840년 중국 남부 광둥성에서 태어난 가난한 농민의 자손이었습니다. 어려운 환경 탓에 어린 시절에는 소치기로 일을 시작했다고 하는데요. 아편전쟁이 수년간 계속되자 다른 중국인처럼 청팟치의 일가 가족들도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동남아로 이주합니다. 처음에는 가게의 종업원으로써 시작했지만, 근면성실하게 일한 것을 좋게 본 고용주가 자신의 딸과 혼인시켰고, 청팟치는 장인어른의 도움을 받아 무역회사를 세우게 됩니다. 

사업 수완이 좋았던 탓에 30대이던 1870년에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Jakarta)에서 메단(Medan) 지역까지 사업을 확대했습니다. 이때 주요 거래하던 상품들은 고무, 커피, 차와 같은 천연제품이었습니다. 이처럼 처음에는 물자를 통해서 부를 축척하는 식이었다면, 나중에는 은행 사업에도 손을 뻗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사업적으로 진화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청팟치는 자신이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로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고 전해집니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포기하는 것들을 했으며, 다른 사람이 쫓는 것들을 포기했다.”

어느정도 부를 일군 사람들의 패턴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타칭 ‘동양의 록펠러'로써 부를 일군 다음에는 명예를 쫓아 정치로까지 활동범위를 확장했습니다. 바로 페낭 주재 중국 영사로 뽑히게 된 것인데요. 국외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자신이 사업을 통해 알게된 영국의 외교채널을 활용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청팟치 맨션을 한바탕 둘러보며 청팟치라는 인물의 삶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마치 제국주의 시절에 한창 무역이 한창이던 그 옛날로 돌아간듯한 착각마저 일렁일 정도입니다.

청팟치의 개인적인 가족사도 흥미롭습니다. 총 8명의 부인을 두었다고 하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총애했던 부인은 총명했던 7번째 아내 탄타이포(Tan Tay Po) 였다던 이야기와, 재산을 탕진하는 아들을 두고 말그대로 ‘물 쓰듯이 돈을 쓴다'고 나무라는 내용을 유언장에 담았다는 내용은, 청팟치도 그만의 제국을 건설해 한시대를 풍미했지만 결국 어느덧 사라진 한 사람이었음을 느끼게끔 해줍니다.

모두다 가는 여행지가 식상하다면 화려한 무역 거점이었던 말레이시아 페낭을 다음 여행지로 선택해보면 어떨까요.





<참고문헌>

New Straits Times

“Did good feng shui keep the Blue Mansion thriving in modern-day George Town?” New Straits Times. December 19.

https://www.nst.com.my/lifestyle/sunday-vibes/2021/12/755837/did-good-feng-shui-keep-blue-mansion-thriving-modern-day (접속일: 2024년 2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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