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I HYE JI Apr 20. 2023

3. 에티오피아 관광을 왜 6개월이나 하세요?

두 번째 출국 준비

에티오피아를 다시 가기로 결정한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리 어려운 결정도 아니었다. 나는 20대의 십 분의 일, 1년을 그곳에서 살고 싶었다. 그 당시 다니고 있던 교회를 통해 학교와 연결되었고, 다행히 그곳 교장선생님이 나를 받아주셨다. 에티오피아 남부지역 딜라(Dilla)에 위치한 학교 Staff로 가게 되었다. 나는 주로 미술과 한국어를 가르쳤고 그 외에도 학교 환경 개선 등을 도왔다. 봉사 기간은 1년 미만으로 비자가 허락되는 대로 있기로 했다.


에티오피아를 가기 위해 가장 먼저 준비한 것은 비행기 티켓이다. 비행기 티켓이 없으면 비자 신청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왕복 티켓을 준비했다. 2013년 1월 9일 출발, 도착은 비자기간을 예상할 수 없어 오픈티켓으로 발권을 했다. 비행기 티켓 구매 후 비자 신청을 위해 이태원에 위치한 에티오피아 대사관을 방문해야 했다(몇 년 전만 해도 한국에는 에티오피아 대사관이 없어서 일본에 있는 에티오피아 대사관을 갔었어야 했단다. 다행히 내가 에티오피아를 가기 전 한국에 대사관이 생겼다). 부산에서 대사관까지의 거리를 고려할 때 하루 만에 비자를 받아 부산으로 내려올 작정을 했다. 차질 없이 서류를 준비하기 위해 대사관에 여러 번 연락을 했다. 그때마다 홈페이지를 참고해서 알아서 서류를 챙겨야 한다는 답변을 받았다. 난 정말 몰라서 전화를 한 것인데 전화를 할 때마다 똑같은 답변을 받았다. 어쩔 수 없이 정말 알아서 필요한 서류를 작성했고, 비자발급 비용도 달러로 환전했다.


2012년 12월 5일, 부산에서 아침 일찍 KTX를 타고 서울역을 향했다. 에티오피아 대사관에 도착하니 9시 30분쯤 되었을까? 아직 문도 열기 전이다. 10시에 문이 열리자마자 들어가 비자신청을 했다. 나랑 전화 한 불친절한 여자 직원이 아닌 친절한 남자 직원이 나를 기다리고 계셨다. 그 사이 직원이 바뀐 걸까? 천사 직원 덕분에 꼼꼼하게 서류를 작성할 수 있었다. 관광비자는 3개월 또는 6개월을 선택할 수 있어서 당연히(더 머무르고 싶었기 때문에) 6개월로 신청했다.


에티오피아 관광을 왜 6개월이나 하세요?

 

이 질문은 비자 신청 때 직원이 나에게 한 질문이다. '에티오피아는 많은 지역이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어 충분히 관광하기 위해서는 6개월 이상은 여행해야 하지 않을까요?'의 보편적인 대답을 하고 신청서와 여권을 제출했다. 직원은 대사관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으면 결과가 나오는 대로 연락을 하겠다고 했다.

2012.12.05, 에티오피아 대사관 근처 식당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대사관 근처에서 점심을 먹었다. 눈 때문에 운동화는 다 젖었고 발은 꽁꽁 얼었다. 꽤 오랜 시간 동안 함박눈이 그치지 않고 쏟아져 내렸던 그날, 언 발을 녹이며 떨리는 마음으로 식사를 했던 그 시간이 여전히 생생하게 남아있다. 부산에서 볼 수 없는 눈은 볼 때마다 반가웠는데 이 날은 긴장의 연속이라 내리는 눈이 그저 아름답지만은 않았다.

그리고 식사가 끝나갈 무렵 대사관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오늘 비자를 받아 부산에 갈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서류가 비미하다며 6개월 관광비자를 거절당했다. 남자 직원이 부산에 사는 상황을 이해해 주셔서 여권을 대사관에 맡기고 추가 서류(6개월 여행계획서)를 제출할 수 있도록 해주셨다. 그리고 부산으로 돌아왔다.


부산에 도착하자마자 비자 발급을 위한 여행계획서를 작성했다. 영어로 작성해야 했기에 뉴질랜드에서 유학했던 언니의 도움을 받아 서류를 작성하고 제출했다. 며칠 뒤 대사관에서 연락이 왔다. 더 구체적으로 여행계획서 작성을 요청하셨다. 다시 계획서를 보완하여 서류를 제출했고, 며칠 뒤 대사관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게 되었다. 드디어 관광비자를 허락받았다는 결과였다. 그리고 우체국을 통해 우편으로 여권을 보내줄 테니 방문하지 않아도 된다는 남자 직원분의 대답에 깜짝 놀랐다. '보통 대사관이 다 이러지는 않을 텐데... 정말 나를 도와주시는 천사이신가?' 집 주소를 문자로 보내드리고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꼭 착불로 보내달라고 요청을 했다.

그런데 금액이 얼마 되지 않는다며 우편비용을 받지 않으시겠단다. '정말 천사예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으나 감사하게 섬김을 받았다. 그리고 다음날 도착한 여권을 받고 그분께 깊이 감사하며 문자로 인사를 전했다.

2012.12.13 우편으로 받은 여권


에티오피아에 도착한 후 알게 된 비자에 대한 이야기는 나를 더 감사하게 했다. 에티오피아는 나라 상황과 입국하는 시기에 따라 규정들이 바뀌기도 한다는 것이다(지금은 보통 3개월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그 당시 누구는 1개월 밖에 받지 못했고, 누구는 3개월을 받았다. 그리고 나처럼 6개월을 받은 사람은 정말 드물었다. 어떻게 6개월 관광비자를 받았냐고 물어보시는 분도 계셨다. 비자를 준비하는 과정은 '그저 감사'였다. 나를 도와준 사람들이 있었기에 에티오피아를 갈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2013.01.09 인천> 프랑크푸르트> 아디스아바바

이제는 에티오피아에 정말 살러 간다. 수도(AddisAbaba)에서 7~8시간 떨어진 곳, 딜라(Dilla)에 사는 외국인(한국인 포함)은 5명 미만, 전국 어디에도 없는 한인마트, 암하릭(Amharic)은 커녕 영어도 잘 못하는 나, 외국에서 살아본 경험도 없는 나, 매일 가출하는 전기 등...


나는 과연 그곳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작가의 이전글 2. 나를 힘들게 했던 에티오피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