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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 HYE JI Apr 25. 2023

4. 에티오피아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법

나는 그들과 어떻게 소통했을까? 그리고 찾아온 문화충격

2013년 1월 10일, 인천에서 출발하여 독일을 거쳐 무사히 에티오피아에 도착했다. 그리고 아디스아바바(AddisAbaba)는 눈에 담지도 못하고 곧장 딜라(Dilla)로 내려갔다. 

나는 혼자 이곳을 온 게 아니다. 2012년 에티오피아를 같이 방문했던 동생과 함께 왔다. 그래서 외롭지 않았다. 나보다 훨씬 어른스럽고 배려심 많은 따뜻한 동생과 함께 하였기에 행복은 두 배였다. 


우리가 이곳에 도착한 지 며칠 되지 않았을 때 교장선생님과 남편 분이 한국에 가신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남편분은 1년간 휴식차 한국, 북유럽 등을 방문하실 계획이셨고, 교장선생님은 한 달 정도 한국에서 일정을 보내고 돌아오실 예정이라고 하셨다. 학교를 잘 부탁한다며 한 달 정도 현지 직원과 우리에게 학교를 맡기고 떠나셨다. 작년에 방문했을 때는 잘 몰랐는데 막상 도착하여 학교를 살펴보니 생각보다 학교의 규모는 컸다. 유치원생부터 중학생까지 재학생 수는 약 1,000명, 선생님들과 그 외 스태프를 포함하면 60명 정도 되었다.


나는 그들과 어떻게 소통했을까?

01. 나는 영어도 못하고, 에티오피아 공용어인 암하릭(Amharic)어는 아예 못하는 상황에서 아이들을 가르쳐야 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영어는 나만 못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도 못한다. 특히 유치원생들을 가르칠 때는 아이들이 영어를 모르기 때문에 영어로 말하는 것이 전혀 도움이 안 된다. 그렇다면 방법을 찾아봐야지! 

2012년 2월 수업 유치원 미술 수업 중

우선 학교 영어 선생님을 붙잡았다. 하고 싶은 말을 영어로 쓰고 암하릭어로 번역을 요청했다. 그리고 들리는 대로 한글로 받아 썼다. 소리 나는 대로 어떤 말이든 쓸 수 있는 한글의 위대함과 자랑스러움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수업 전 어제 받아 쓴 한국말을 외운다. 도무지 외워지지 않는 문장은 커닝페이퍼를 만들어서 보면서 읽는다. 그런데 커닝페이퍼가 있으면 뭣하나? 발음이 영~ 꽝이다. 암하릭어의 발음 중 혀 굴리는 'R'발음, 혀를 차는 'ㄸ' 과 'ㅉ'발음 등 한국어에 없는 발음들이 참 많다. 부자연스러운 발음으로 암하릭어를 할 수밖에 없었지만 바디랭귀지(body language)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끼며 표정과 몸짓 발짓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나의 표현을 철떡 같이 알아듣는 현지인들에게 대단히 감사하며 수업을 진행했다. 


02. 하루에 최소 10개 단어만 외워보자고 마음먹었다. 매일 유치원 생들에게 이거 뭐야?(ምንድነው?(믄든노?))를 연신 남발하며 핸드폰에 메모했다. 자동차는 메키나, 눈은 아인, 코는 아픈짜 이런 식으로 단어를 외웠다. 감탄사와 사람들이 자주 이야기하는 문장들을 듣고 뜻을 물어보고 외웠다. 일과를 마치고는 같이 간 동생과 함께 서로 외운 단어들을 공유하기도 했다.  

2012년 3월 중학생 한국어 수업을 마친 후

03. 이쯤 되면 이젠 자연스럽게 외워지기 시작한다. 살람(selam/안녕) 이라는 말 밖에 할 수 없었던 내가 할 수 있는 말이 많아졌다. 생존 본능인가? 동생과 나는 한국분들이 출국한 후 한 달 동안 암하릭어로 표현할 수 있는 단어, 문장들이 폭팔적으로 늘었다. 비록 쓰고 읽을 수는 없지만 대화가 된다는 것이 신기했다. 계속해서 단어를 배우고 외워가며 현지인들과 소통하기 시작했다.


2012년 에티오피아 딜라 하늘

다시 온 지 두 달 정도 지났을까? 갑자기 암하릭어로 말하고 싶지 않은 순간이 찾아왔다.

잘 지내온 것 같은데 어떤 사소한 상황에서도 '왜?!'라는 의문으로 가득했던 나는 에티오피아 문화를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 않은 상태가 되었다. '이것이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문화충격인가요?' 

분명 에티오피아를 더 경험하기 위해서 다시 왔고, 지난 두달간의 시간들이 참 행복했고 에티오피아가 좋아지고 있었던 것 같은데 모든 것이 짜증 나고 화가 난다. 에티오피아에서 처음 부딪힌 위기다. 나는 이 위기를 어떻게 뛰어 넘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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